성인 당뇨인 줄 알았는데… 성인 지연성 자가면역 당뇨병 특징 및 1.5형 당뇨 정체 오진 방지 대책
중장년층에서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대다수의 환자와 의료진은 이를 전형적인 2형 당뇨병으로 간주하고 처방을 시작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구용 혈당 강하제로 조절되지 않고 인슐린 분비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성인 지연성 자가면역 당뇨병(LADA, Latent Autoimmune Diabetes in Adults)’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흔히 1.5형 당뇨병으로 불리는 LADA는 발생 기전은 1형 당뇨병과 유사하지만, 발병 시기와 초기 증상은 2형 당뇨병과 흡사해 오진율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30대와 40대 성인 중 비만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가면역 항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성인 당뇨병 오인 유발하는 LADA 발병 기전과 항체 반응
LADA는 면역 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분비 세포인 베타세포를 공격하여 파괴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어린 시절 급격히 발병하는 1형 당뇨병과 달리, 성인기에 천천히 진행되는 특징 때문에 초기에는 인슐린 비의존성인 2형 당뇨병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존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인슐린 분비 능력이 고갈된다. 2017.05.11. Diabetologia(당뇨병학)에 게재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환경의학 연구소 소피아 칼손(Sofia Carlsson)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성인 잠복 자가면역 당뇨병(LADA)의 원인 및 병태생리: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과의 비교(Etiology and pathogenesis of latent autoimmune diabetes in adults (LADA) compared to type 1 and type 2 diabet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기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의 약 5~10%가 LADA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들은 진단 후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인슐린 치료가 필수적인 상태로 이행됐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혈청 내 ‘글루탐산 탈탄산효소(GAD) 항체’의 존재 여부다. 일반적인 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는 이 항체가 발견되지 않지만, LADA 환자에게서는 높은 수치의 항체가 검출된다. 또한 소피아 칼손 교수의 연구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주원인인 2형 당뇨와 달리 LADA 환자들은 대사 증후군 지표가 정상인 경우가 많으며 체질량지수(BMI)가 25kg/㎡ 미만인 마른 체형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가 젊고 비만하지 않으며 제2형 당뇨병의 전형적인 가족력이 없음에도 갑작스러운 혈당 조절 장애를 겪는다면 반드시 항체 검사를 수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인 2형 당뇨병 치료제 처방 시 발생하는 혈당 관리 한계
LADA를 2형 당뇨병으로 오인하여 처방하는 일반적인 경구용 혈당 강하제는 장기적으로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약물은 이미 공격받고 있는 췌장 베타세포의 소진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LADA 환자에게 설포닐우레아를 사용하면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부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췌장의 예비 능력이 급격히 감소해 결국 심각한 조절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된 2017년 Diabetologia 논문에 따르면 LADA 환자의 40%에서 최대 94%가 최초 진단 시 2형 당뇨병으로 오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닐우레아 처방을 받지만, 상당수가 5년 이내에 경구 약물만으로는 혈당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인슐린 주사 요법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지체는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신증 같은 합병증 노출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당뇨병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한다면 치료 전략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췌장 베타세포 파괴 속도 늦추는 인슐린 조기 투여의 중요성
LADA로 진단된 환자에게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권고되는 것은 인슐린의 조기 도입이다. 인슐린 투여는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넘어, 자가면역 공격을 받고 있는 췌장 베타세포에 ‘휴식’을 제공하여 기능을 최대한 오랫동안 보존하는 효과를 낸다. 2020년 9월 24일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리처드 레슬리(Richard D. Leslie) 교수 등 국제 전문가 패널이 발표한 ‘Management of Latent Autoimmune Diabetes in Adults: A Consensus Statement’에 따르면, LADA 환자에게 진단 초기부터 인슐린을 소량 병용할 경우 췌장 세포의 파괴 속도가 유의미하게 늦춰졌으며 혈당 변동성 역시 안정화됐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DPP-4 억제제나 SGLT-2 억제제 등이 보조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항체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에 있다. 비에비스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은 “인슐린 분비 능력을 측정하는 C-펩타이드(C-peptide) 수치가 0.6nmol/L 이상으로 정상 범위 내에 있더라도 자가항체가 양성으로 나온다면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병행되어야 한다.”다 “췌장 기능이 완전히 고갈된 이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보다 기능이 남아있을 때 보존 요법을 실시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력 없는 마른 체형 당뇨 환자의 자가면역 검사 필수성
의료계에서는 현재 성인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을 ‘맞춤형 진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성인 당뇨병을 습관에 의한 2형으로 치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생리학적 지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30대와 40대 환자 중에서 가족력이 없는데 갑자기 당뇨가 생겼거나,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함에도 혈당이 잡히지 않는다면 LADA를 의심해볼 수 있다. 자가항체 검사는 비교적 간단한 혈액 검사로 가능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당뇨 유형을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잘못된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LADA는 ‘숨어있는 1형 당뇨’이자 ‘서서히 진행되는 재앙’으로 불린다.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고 해서 병의 중증도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의학 기술로는 파괴된 췌장 세포를 되살릴 수 없으므로, 남아있는 기능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혈당 수치가 평소와 다르게 튀거나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성인 환자라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자가면역 항체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인슐린 조기 도입을 포함한 정밀한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