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 10월 심의사례, 초고가약 희비 엇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10월 31일,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이하 진평위)의 심의사례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례는 총 8개 항목, 161건에 달하며, 고비용 신약의 급여 적용 여부부터 생명 유지 장치, 세포 이식에 이른다.
특히 이번 심의에서는 2년간의 급여 투여 기간을 모두 채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의 재투여 여부,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주’의 성과 평가 등 민감한 사안들이 다뤄졌다.

‘졸겐스마’ 8명 전원 ‘의미있는 개선’… 초고가약 희비 엇갈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의 급여 관리는 이번 심의에서도 핵심 쟁점이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인 ‘졸겐스마주’의 경우, 총 8건의 성과평가가 이루어졌다. 심평원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투여 후 5년까지 매 6개월마다 임상 평가를 실시해 약제 투여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평가 기준은 엄격해, 영구적 호흡기 사용 또는 사망 , 혹은 운동 기능 평가 점수(CHOP-INTEND)가 기저치 대비 4점 이상 개선되지 않는 경우 ‘실패’로 간주한다.
다행히 이번에 평가받은 8명의 환아(투여 시 연령 3개월~11개월)는 모두 ‘의미있는 개선’을 보인 것으로 심의됐다. 6개월에서 30개월까지 각 평가 시점에서 이들은 약제 투여 실패 기준에 해당하지 않았으며, 운동기능 검사 점수 증가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총 24명이 졸겐스마주를 투여받았으며, 1명의 사망(투여 실패) 사례를 제외한 21명이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유지하고 있어, 고가약의 실질적인 임상 혜택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주’ 1건 ,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aHUS) 치료제 ‘솔리리스주’ 및 ‘울토미리스주’ 15건 ,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치료제 ‘크리스비타주’ 9건 등 희귀질환 치료제들의 신규 또는 지속 투여 여부도 면밀히 검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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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급여 꽉 채운 폐암 환자, 호전 후 재발에도 ‘재투여 불가’
반면,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 재투여 사례는 ‘불승인’ 결정을 받아 초고가약의 ‘급여 절벽’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해당 사례는 74세 남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과거 2차 고식적 요법으로 키트루다주를 2018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현행 급여 인정기간인 최대 2년까지 투여받았다. 당시 환자는 부분반응(PR) 및 안정병변(SD)을 유지하며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문제는 3~4년의 무치료 기간이 지난 2024년 7월, 영상 검사 등에서 질병 진행(PD) 소견이 확인되면서 발생했다. 의료진은 2년 투약 완료 후 2년 이상의 긴 무치료 기간이 있었고, 이전 치료 효과가 명확했던 점을 들어 키트루다주 재투여를 신청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약제 허가 임상연구(KEYNOTE-010 등)에서도 2년 투여 완료 환자가 질병 진행 시 재투여를 허용해 임상적 유의성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진평위의 판단은 단호했다. 위원회는 “이전 투여에서 약제 치료 효과가 확인되었고 상당 기간 치료 중단 후 질병이 진행되어 재투여하였으나, 항암요법 공고에 명시된 면역관문억제제의 급여인정기간(2년)을 초과하여 투여”했다는 점을 들어 요양급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현행 공고상 최대 2년으로 명시된 급여 기간을 초과한 투여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사실상 ‘2년’이라는 시간이 환자의 임상적 상태와 무관하게 급여 여부를 가르는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휴약 1년 이내, 20% 악화’ 조건 충족한 생물학적제제는 ‘재급여’
키트루다주와 달리, 류마티스관절염 및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재투여한 생물학적제제 3건은 모두 급여가 인정돼 대조를 이뤘다. 이들 사례는 약물 휴약 후 재투여에 대한 명확한 공고 기준이 존재했기에 승인이 가능했다. 현행 공고는 TNF-a 억제제 등을 3개월 이상 휴약 후 재투여할 경우, ‘마지막 평가 결과와 비교하여 20% 이상 악화’된 경우를 인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사례 1(남/37세, 강직척추염)은 5개월 휴약 후 BASDAI(강직성척추염 질환 활성도 지수)가 0.55에서 2.65로 , 사례 2(여/68세, 류마티스관절염)는 5개월 휴약 후 DAS28(류마티스관절염 활성도 지수)이 2.43/1.36에서 6.93/5.96으로 악화됐다. 사례 3(남/57세, 강직척추염)은 ‘수감생활’로 인해 10개월간 휴약 후 BASDAI가 1.6에서 7.4로 급격히 악화됐다.
진평위는 3사례 모두 휴약 기간이 1년 이내이고, 심사 지침에 따라 질병 활성도가 20% 이상 악화된 점이 확인되어 재투여한 약제의 요양급여를 모두 인정했다. 이는 재투여에 대한 세부 기준이 부재한 키트루다 사례와 달리,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할 경우 환자의 치료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실 보조장치 11건 중 4건 ‘불승인’… 조혈모세포이식 ‘선별급여’ 기준은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술 역시 엄격한 심사대를 거쳤다. 말기 심부전 환자의 마지막 희망인 ‘심실 보조장치 치료술(VAD)’은 총 11건의 이식형 좌심실 보조장치 승인 신청이 접수되어 7건이 ‘승인’, 4건이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불승인된 사례(B, C, D, K)들은 환자의 상태가 고시에서 정한 적응증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례 B(여/81세)는 좌심실박출률(LVEF) 25%, 폐동맥쐐기압(PAWP) 10mmHg 등으로 , 사례 C(남/81세)는 PAWP 12mmHg, 심장지수(Cardiac Index) 2.5 L/min/m² 등으로 비가역적 말기 심부전 소견으로 판단하기에 수치가 기준에 미달했다.
한편, 가장 많은 113건의 사례가 심의된 ‘조혈모세포이식’ 분야에서는 101건이 ‘요양급여’로, 12건이 ‘선별급여’로 결정됐다. 선별급여는 이식과 직접 관련된 진료기간의 요양급여비용 50%를 환자가 본인 부담하는 제도다. 선별급여로 결정된 주된 사유는 ‘급여기준 미부합’이었다. 만 70세 이상 고령 환자의 이식 ,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환자의 예후 분류법(IPSS-R)이 ‘Low’ 또는 ‘Intermediate’로 기준보다 낮은 경우 , 또는 반일치(Haploidentical) 공여자를 이용하면서 적합한 타 공여자가 없음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했다.
이번 10월 심의사례는 첨단 의학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어떻게 뒤따르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고가의약품과 신의료기술에 대한 ‘급여의 문’은 여전히 좁고 엄격하다. 심평원은 이번 심의사례가 임상 현장에서 적정 진료를 유도하고 심사의 일관성 및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개된 심의사례 전문은 심평원 요양기관업무포털 및 의협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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