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는 뇌 질환이 아니다? 20년 ‘베타-아밀로이드 덫’의 종말?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질병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경쟁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수십 년간 치매 연구의 성역처럼 군림해 온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이 데이터 조작 의혹과 임상 실패라는 이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9일 Sciencealert지가 이러한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Sciencealert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 권위 있는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관련 2006년 네이처(Nature) 논문이 조작된 데이터에 기반했을 가능성을 보도하며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앞서 2021년 6월에는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의료계 내부의 찬반 논쟁을 격화시켰다.
이처럼 오랜 기간 베타-아밀로이드에 집중해온 연구가 지적 정체(intellectual rut)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보건 네트워크 소속 크렘빌 뇌 연구소(Krembil Brain Institute)의 도널드 위버(Donald Weaver)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 근본적으로 뇌 질환이 아니라 ‘뇌 내 면역 시스템의 이상’에서 비롯된 자가면역 질환일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의 좌초와 ‘지적 정체’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 연구는 뇌를 손상시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덩어리(plaque)의 형성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과학자들은 이 접근 방식에 거의 전적으로 집중하면서 다른 가능한 설명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지적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 연구는 유용한 치료제나 요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2022년 핵심 논문 데이터 조작 의혹은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했으며, 이미 데이터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승인된 아두카누맙 치료제에 대한 논란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방향성 자체에 의문을 던졌다.
알츠하이머 뇌 질환 아닌 면역계 이상설: 뇌의 자가면역 공격
위버 교수의 연구팀은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을 더 이상 뇌 자체의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알츠하이머는 주로 뇌 내 면역 시스템의 장애로 발생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인체의 모든 장기에 존재하는 면역 시스템은 부상을 치료하고 외부 침입자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뇌 역시 마찬가지다. 머리 외상이나 세균 침입이 발생하면 뇌의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돼 회복과 방어에 나선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단백질이 아니라, 사실 뇌 면역 시스템의 일부인 정상적인 분자라고 주장한다. 즉, 베타-아밀로이드는 뇌 손상이나 세균 침입 시 종합적인 면역 반응에 핵심적인 기여를 하는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베타-아밀로이드, 세균과 뇌세포를 혼동하다
문제는 베타-아밀로이드가 세균의 막과 뇌세포의 막을 구성하는 지방 분자 사이의 현저한 유사성 때문에 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침입하는 세균과 숙주 뇌세포를 혼동하여, 자신이 보호해야 할 바로 그 뇌세포를 실수로 공격하게 된다. 이러한 오작동은 만성적이고 점진적인 뇌세포 기능 손실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치매를 유발한다. 이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세균과 뇌세포를 구별하지 못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과정의 결과라는 것이 위버 교수의 설명이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많은 유형의 자가면역 질환이 존재하며, 이들은 자가항체가 질병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병을 뇌 면역 시스템이 방어해야 할 장기를 오인하여 공격하는 ‘오도된 공격’으로 간주할 때, 알츠하이머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
새로운 치료 경로: 면역 조절과 대안 가설의 모색
알츠하이머병이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기반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로 인식되는 매우 특별하고 독특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위버 교수의 모델에서 베타-아밀로이드는 면역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불행하게도 알츠하이머 발달로 이어질 수 있는 자가면역 과정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기존의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가 아닌, 뇌 내의 다른 면역 조절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것이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 접근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자가면역 이론 외에도 알츠하이머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가 모든 뇌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질병이라고 믿으며, 미토콘드리아가 기억과 사고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또 다른 이들은 구강 내 세균 감염과 같은 특정 뇌 감염의 최종 결과라고 주장하며, 아연, 구리 또는 철과 같은 금속의 비정상적인 처리에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3초마다 새로운 진단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이 오래된 질병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은 공중 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선한 방향 모색이 시급하며, 이는 환자와 가족의 복지뿐만 아니라 이미 과부하된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덜어줄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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