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들을 괴롭히는 정체불명의 사타구니 통증, 당신의 커리어를 끝낼 ‘가짜 탈장’의 공포
경기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폭발적인 속도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선수가 갑자기 사타구니를 움켜쥐며 쓰러진다.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상처도, 튀어나온 부위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는 칼로 베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지른다.
이것이 바로 수많은 엘리트 운동선수의 커리어를 위협하고, 때로는 은퇴로까지 몰아넣는 정체불명의 질환, 이른바 ‘스포츠 탈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일반적인 탈장과 달리 육안으로 확인되는 돌출이 없다는 점에서 이 질환은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장기 돌출 없는 탈장이라는 이름의 모순
우리가 흔히 아는 서혜부 탈장은 복벽에 구멍이 생겨 그 사이로 장기가 밀려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손으로 만지면 볼록하게 튀어나온 덩어리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스포츠 탈장(Sports Hernia)은 명칭과 달리 장기가 튀어나오는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운동성 서혜부 통증(Athletic Pubalgia)’ 혹은 ‘스포츠 허니아’다. 이는 복벽의 근육이나 건이 파열되거나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내부에서는 심각한 구조적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질환은 주로 축구, 하키, 미식축구와 같이 급격한 방향 전환과 강력한 비틀림 동작이 빈번한 종목에서 발생한다. 하체의 강력한 내전근과 상체의 복직근이 골반 뼈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충돌하면서, 그 사이에 위치한 얇은 복벽 조직이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는 것이다. 장기가 돌출되지 않기에 초음파나 MRI 검사에서도 명확한 이상 소견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많은 선수가 단순한 근육통이나 염좌로 오인하고 방치하는 비극이 반복된다.
만성 통증의 늪에 빠진 엘리트 선수들의 절규
스포츠 탈장의 가장 무서운 점은 통증의 간헐성과 지속성이다. 운동을 쉴 때는 통증이 사라지는 듯하다가도, 다시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가거나 공을 차는 동작을 하면 어김없이 날카로운 통증이 재발한다. 선수들은 ‘사타구니 안쪽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거나 ‘기침만 해도 아랫배가 울린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이러한 증상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며 선수의 경기력을 갉아먹는다. 실제로 유럽 프로축구 리그의 통계에 따르면 서혜부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 중 상당수가 스포츠 탈장으로 판명되지만, 정확한 진단까지 평균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손상 부위는 넓어지고 주변 신경까지 압박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통증 차원이 아니라 선수의 심리 상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해 ‘꾀병’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며, 복귀와 재발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경험하게 된다. 현대 스포츠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탈장이 여전히 ‘선수 생명의 자객’으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파괴력 때문이다.

서혜부 통증의 늪에서 시작되는 선수 생명의 위기
결국 스포츠 탈장은 단순한 부상이 아니라, 인체의 구조적 불균형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결과물이다. 복벽의 약화와 근육의 불균형을 방치한 채 경기력 향상에만 매진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구조적 모순이 이 질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가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해온 이 정체불명의 통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유망주의 꿈을 꺾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 ‘가짜 탈장’의 실체를 인정하고, 왜 유독 현대 스포츠에서 이 질환이 급증하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성종제 민병원 외과 원장(대장항문외과)에게 듣는 스포츠 탈장 궁금증
Q: 스포츠 탈장이라는 용어가 왜 부적절하다고 하는가?
A: 탈장(Hernia)은 장기가 복벽 밖으로 나오는 현상을 뜻하지만, 이 질환은 장기 돌출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확한 명칭은 ‘스포츠 허니아’ 혹은 ‘운동성 서혜부 통증’이다.
Q: 일반적인 근육통과 어떻게 구분하나?
A: 단순 근육통은 1~2주 휴식으로 호전되지만, 스포츠 허니아는 휴식 후 운동을 재개하면 즉시 통증이 재발하는 만성적인 양상을 띤다.
Q: 주로 어떤 부위가 파열되는가?
A: 복직근의 하단부와 내전근이 만나는 지점의 건 조직이나 복벽의 얇은 근막이 주로 손상된다.
Q: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한가?
A: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를 시도하지만, 근육이나 건의 물리적 파열이 심한 경우에는 결국 파열된 부위를 보강하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