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완치가 아닌 관해 표현을 사용하는 임상적 근거
현대 의학 체계에서 제2형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환자들은 혈당이 정상 범위로 돌아오면 질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의료계에서는 이를 ‘완치’가 아닌 ‘관해(Remission)’라는 용어로 엄격히 구분하여 사용한다. 이러한 용어의 선택은 당뇨병의 병태생리적 특성과 재발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한다.
현재 당뇨병 관리의 목표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것을 넘어 췌장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합병증의 발생을 늦추는 데 집중돼 있다. 당뇨병 관해는 약물 치료 없이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완벽한 치유와는 다른 개념이다.
2021년 8월 학술지 ‘Diabetes Care’에 발표된 미국당뇨병학회(ADA) 전문가 위원회의 연구(‘Consensus Report: Definition and Interpretation of Remission in Type 2 Diabetes’)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관해는 당뇨병 약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6.5% 미만인 상태가 최소 3개월 이상 유지될 때로 정의됐다.
이 연구는 과거에 혼용되던 ‘부분 관해’나 ‘완전 관해’라는 용어를 통합하고, 관해라는 상태 자체가 영구적인 종결이 아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단계임을 명확히 했다. 당뇨병은 완치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가 비가역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관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꾸준한 생활 습관 관리를 독려한다.

췌장 베타세포의 비가역적 손상과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이 완치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췌장 내 베타세포의 기능 상실에 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는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당독성’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파괴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는 시점에는 이미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정상인의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인 경우가 많다. 한 번 파괴된 베타세포는 현대 의학 기술로도 완벽하게 재생되지 않는다. 비록 체중 감량이나 식단 조절을 통해 남아 있는 베타세포의 부담을 줄여 혈당을 정상화할 수는 있지만, 췌장의 본래 기능이 발병 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인슐린 저항성 역시 관해를 완치로 부르지 못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신체 세포가 인슐린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는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는 있으나, 관리에 소홀해지면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는 유동적인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현재의 의학적 관점에서는 증상이 사라진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며, 이를 위해 관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경각심을 유지시킨다.
관해 달성을 위한 체중 감량의 임상적 유의성
당뇨병 관해가 실제 가능하다는 사실은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2017년 12월 학술지 ‘The Lancet’에 발표된 영국 뉴캐슬 대학교 로이 테일러(Roy Taylor) 교수팀의 연구(‘Primary care-led weight management for remission of type 2 diabetes (DiRECT): an open-label, cluster-randomised trial’) 결과, 집중적인 체중 관리를 시행한 환자 그룹의 46%가 약물 치료 없이 관해에 도달했다. 특히 체중을 15kg 이상 감량한 환자 중에서는 86%가 관해에 성공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체지방 감소가 간과 췌장에 쌓인 지방을 제거하여 인슐린 분비와 작용을 정상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관해 상태가 평생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DiRECT 연구의 추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체중이 다시 증가한 환자들의 경우 혈당 수치가 다시 상승하며 당뇨병이 재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관해가 질병의 영구적 소멸이 아니라, 조절되고 있는 상태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힘내라내과의원 이혁 원장은 “환자가 관해에 도달하더라도 정기적인 혈당 검사와 합병증 유무 확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해는 치료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관리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가 제언하는 관해의 본질과 사후 관리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관해와 완치를 구분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간주된다. 서울 민병원 김성수 내과 진료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뇨병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완치라는 표현보다 관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는 또한 “관해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고령화에 따른 자연적인 베타세포 기능 저하와 근감소증 등으로 인해 다시 혈당이 오를 수 있으므로 평생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완치라는 희망을 주기보다 관해라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지속적인 자기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근육량 유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당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근육량이 줄어들면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또한 주기적인 당화혈색소 검사와 함께 미세혈관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검진이 동반돼야 한다. 관해는 질병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2형 당뇨병에서 관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리적 구조상 췌장 기능의 완전한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학은 당뇨병을 완치시키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관해를 통해 합병증 없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은 제시하고 있다. 환자들은 완치라는 불확실한 목표에 매몰되기보다, 관해라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생활 습관을 확립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당뇨병 관리는 일시적인 투쟁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과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