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인 분할 수면 실체와 현대 불면증 해법, 생체 리듬 분석
현재 많은 현대인이 밤중에 잠에서 깨는 증상을 심각한 불면증으로 인식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과 의학적 연구를 종합하면, 밤에 두 번으로 나누어 자는 이른바 ‘분할 수면’은 산업혁명 이전 인류에게 매우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습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 사회의 인공조명과 엄격한 노동 시간이 도입되기 전까지 인류는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었다가 한밤중에 잠시 깨어나 활동한 뒤 다시 잠드는 리듬을 유지했다. 이러한 과거의 수면 양식을 이해하는 것은 야간 각성을 질환으로만 치부하던 시각을 교정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산업혁명 이전 인류의 보편적 수면 양식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인 과거의 문헌을 살펴보면 인류는 잠을 ‘제1수면(First sleep)’과 ‘제2수면(Second sleep)’으로 나누어 잤다는 기록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당시 사람들은 해가 진 뒤 몇 시간 후에 잠자리에 들어 약 4시간 정도 잠을 잤다. 이후 자정 무렵에 깨어나 1~2시간 동안 각성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 시간 동안 이웃과 담소를 나누거나 기도를 하고, 심지어 독서나 가사 노동을 하기도 했다. 이 휴지기가 지나면 다시 두 번째 잠에 들어 아침까지 수면을 이어가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학적 고증을 통해 증명됐다. 2001.04.01. 발행된 학술지 ‘The American Historical Review (Vol. 106, No. 2)’에 게재된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 역사학과 로저 에커치(Roger Ekirch) 교수의 논문(‘Sleep We Have Lost: Pre-industrial Slumber in the British Isles’)에 따르면, 중세부터 19세기 초반까지의 일기장, 법정 기록, 문학 작품 등 500여 건 이상의 문헌에서 분할 수면에 대한 언급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에커치 교수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현대에 들어와 인공 조명의 보급으로 인해 상실했다고 분석했다.
인공조명 보급이 바꾼 수면의 생체 리듬
인류의 수면 방식이 오늘날처럼 8시간 연속 수면으로 고정된 결정적인 계기는 산업혁명과 인공조명의 발달이다. 가로등의 보급과 실내 조명의 확산은 밤을 낮처럼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이는 인류의 취침 시간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늦은 밤까지 활동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두 번으로 나뉘었던 수면이 하나로 압축됐고, 현대인은 ‘한 번에 쭉 자야 건강하다’는 강박에 가까운 인식을 갖게 됐다.
과학적 실험 역시 분할 수면이 인간의 본능적인 리듬임을 뒷받침한다. 1992.06.01. ‘Journal of Sleep Research (Vol. 1, Issue 2)’에 발표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임상 심리생물학 부문 토마스 베어(Thomas Wehr) 박사팀의 연구(‘In short photoperiods human sleep is biphasic’) 결과, 인공 조명을 완전히 차단하고 하루 14시간의 어둠을 제공한 환경에서 피실험자들은 약 4주 만에 자연스럽게 분할 수면 상태로 돌아갔다. 피실험자들은 처음 4시간을 자고 1~3시간 동안 깨어 있다가 다시 4시간을 자는 패턴을 보였으며, 중간 각성기 동안에는 스트레스 완화 호르몬인 프롤락틴 수치가 평소보다 높게 유지되어 매우 평온한 상태를 유지했다.

야간 각성을 질환으로 인식하는 현대인의 오해
현재 많은 환자가 밤 2시나 3시경에 잠에서 깨는 현상을 ‘중간 입면 장애’ 혹은 ‘유지 장애 불면증’으로 진단받는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이를 반드시 치료해야 할 병으로 보기보다는 생체 리듬의 자연스러운 변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새벽에 깨어났을 때 ‘다시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뇌를 각성시켜 오히려 실제적인 불면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명이비인후과의원 이명진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잠을 자다 깨는 것은 뇌가 자연스러운 수면 주기를 거치는 과정일 수 있으며, 이를 병적인 상태로만 보고 불안해하는 심리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새벽에 잠시 깨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깨어났을 때 느끼는 불안감과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뇌를 자극하는 행위가 현대 불면증의 실체라는 분석이다.
자연스러운 수면 회복을 위한 생활 습관 제언
과거 인류의 분할 수면 방식을 현대인의 생활에 무조건 적용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사회 구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의 일정한 활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면 중 각성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밤중에 잠이 깼을 때 무리하게 다시 잠들려 애쓰기보다는, 조명을 낮춘 상태에서 명상을 하거나 가벼운 독서를 하며 뇌가 다시 자연스럽게 수면 모드로 진입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낮 동안 충분한 햇빛을 쬐어 멜라토닌 분비를 활성화하고, 취침 전 블루라이트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인공적인 자극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할 수면의 역사는 현대인이 겪는 불면증 중 상당수가 질병이 아닌, 잃어버린 원초적 리듬과 현대적 생활 양식 사이의 충돌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수면 건강의 핵심은 8시간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잠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내려놓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