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 카페인 치매 발병 위험 감소 효과 확인
매일 적당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연관성이 있다는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최대 43년간 약 13만 2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카페인 섭취량이 가장 높은 집단은 거의 섭취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18% 낮게 나타났다고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Alert) 등이 2026년 2월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의 영양학자 다니엘 왕(Daniel Wang) 등이 주도한 이 연구는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Nurses’ Health Study)의 여성 8만 6,606명과 보건 전문가 추적 연구(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의 남성 4만 5,215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식습관 설문조사를 통해 2~4년마다 카페인 섭취량을 계산했으며, 이 결과는 JAMA에 게재됐다.

최대 43년 추적 분석: 치매 위험 18% 감소 확인
연구팀은 전체 참가자 13만 1,821명 중 연구 기간 동안 1만 1,033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음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카페인 섭취량이 가장 높은 집단은 섭취량이 가장 낮은 집단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8% 낮게 나타났다. 이는 연구진이 식단, 의료 및 가족력 등 다른 생활 습관 요인들을 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관찰됐다.
특히 연구는 카페인 섭취와 인지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구체적인 섭취량으로 제시했다. 하루에 커피 2~3잔 또는 차 1~2잔을 마시는 사람들에게서 인지 기능에 가장 뚜렷한 이점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 적정량 이상의 고용량 섭취에서는 추가적인 이득이 평준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며, 부정적인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하루 6잔 이상 섭취가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일부 기존 연구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보호 효과는 ‘카페인 자체’와 연관: 디카페인과의 비교
연구는 카페인이 인지 기능 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참가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한 인지 평가 하위 분석에서,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보다 인지 검사 점수가 약간 더 높게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다니엘 왕 영양학자는 사이언스 얼럿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는 카페인 자체가 보호 성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카페인 커피나 차 섭취가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지 기능 테스트를 완료한 환자들의 종합적인 뇌 기능 점수에서는 카페인 섭취 여부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기주 신경과 전문의(선한빛요양병원 병원장)는 “이 대규모 장기 연구는 카페인, 특히 하루 2~3잔 정도의 적정 섭취가 치매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기존 역학 연구들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한다”며, “카페인이 뇌 보호 효과를 보이는 주요 기전으로는 중추신경계의 아데노신 수용체 차단을 통한 신경 보호 및 뇌 염증 반응 억제 효과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찰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 유전적 위험군에서도 동일 효과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의 특성상 카페인 섭취가 치매 위험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즉, 연관성을 제시할 뿐 인과관계를 확립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 결과 확인된 효과 크기는 작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연구팀은 식단, 병력 등 생활 습관 요인을 보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인과 치매 사이의 잠재적인 메커니즘을 조사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연구는 유전적 요인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의 주 저자인 위 장(Yu Zhang)은 “우리는 치매 발병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다른 사람들을 비교했으며, 동일한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는 커피 또는 카페인이 유전적 위험이 높거나 낮은 사람들에게 모두 동일하게 유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카페인 섭취의 이점이 유전적 배경과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와의 일관성: 카페인 치매 위험 감소 효과는 지속적 보고
이번 JAMA 보고서는 카페인 섭취가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20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비음주자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4% 낮았고, 파킨슨병 발병 위험은 37% 낮았다고 보고됐다. 이 연구 역시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설탕 없이 마셨을 때의 이점을 강조했다.
또한,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에 차를 4~5잔 마시는 사람들이 치매 발병 위험이 가장 낮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연구가 카페인 섭취와 인지 기능 보호 사이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번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는 이러한 주장에 객관적인 데이터를 더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섭취가 인지 기능 보호를 위한 다양한 생활 습관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주 신경과 전문의(선한빛요양병원 병원장신경과 전문의)는 “이번 연구가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는 관찰 연구의 한계를 지니지만, 카페인 섭취는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인지 기능 보호를 위한 건강한 생활 습관의 한 요소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며, “그러나 카페인에 민감하거나 고혈압, 심장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과도한 섭취가 오히려 수면 장애나 심혈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개인의 건강 상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