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는 질문의 가치. 1953년 3월 26일, 공포의 질병에 종지부를 찍다
2026년 3월 26일은 인류가 소아마비라는 거대한 공포로부터 해방될 실마리를 찾은 지 정확히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3년 3월 26일, 피츠버그 대학교의 젊은 연구자 조너스 소크 박사는 CBS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 세계가 간절히 기다리던 소식을 전했다. 자신과 가족을 포함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소아마비 백신이 성공적인 결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시 소아마비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마비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했던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미국에서만 연간 5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던 시기였다.
소크 박사의 발표는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인류 문명사의 대전환점이 됐다. 그는 기존의 생백신 방식이 아닌,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불활성화 백신(IPV) 방식을 채택하여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 역사적 발표 이후 인류는 비로소 질병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으로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소아마비가 퇴치된 근간에는 바로 73년 전 오늘 발표된 소크 박사의 연구 결과가 자리 잡고 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공유의 철학
소크 박사를 위대한 과학자를 넘어 성자의 반열에 올린 것은 백신 개발 성공 후 보여준 그의 태도였다. 소크 박사는 1955년 4월 12일, 백신의 공식 승인 직후 CBS의 전설적인 앵커 에드워드 R. 머로와의 TV 인터뷰 See It Now에서 역사에 남을 질문을 던졌다. 머로가 “이 백신의 특허권은 누구의 것인가요?”라고 묻자, 소크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특허는 없습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고 반문했다.
이 발언은 2026년 현재까지도 보건 의료 윤리와 지식재산권 담론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의료 사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소크 박사가 백신 특허를 등록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은 약 7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는 개인의 부귀영화 대신 인류 전체의 생존을 선택했다. 소크 박사의 아들이자 현재 소크 연구소의 객원 교수인 피터 소크 박사는 과거 2014년 4월 13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백신이 가능한 한 빨리, 가장 광범위하게 배포되기를 원하셨다”고 증언하며 그 진정성을 뒷받침했다.
2026년 보건 불평등 시대에 되살아난 소크 정신
소크 박사의 정신은 2026년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불거진 백신 민족주의와 지식재산권 분쟁은 73년 전 소크의 결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16일 자신의 SNS와 이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소크 박사가 70여 년 전 ‘태양에 특허를 낼 수 있느냐’고 물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신이 모두를 위한 공공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소크 정신의 부활을 촉구했다.
이러한 공유의 논리는 현대 공공보건 위기 해결의 유일한 열쇠로 작용한다. 2026년 1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소아마비 박멸 전략(GPEI) 2022-2026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소아마비는 거의 박멸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백신 접근성의 격차는 잔존하고 있다. 과거 1950년대 미국 국민들이 마치 오브 다임스 운동을 통해 소액 기부로 백신 개발 기금을 모았던 실증적 데이터는, 공공보건 기술이 특정 기업의 사유물이 아닌 시민들의 사회적 자산임을 증명하는 강력한 근거가 됐다.

과학 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새로운 이정표
현재 시점에서 소크 박사의 유산은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에 위치한 소크 생물학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1960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며 기초 과학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2026년 3월 26일 기념 성명을 통해 “소크 박사는 과학이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했다”며 “우리는 특허 수익보다 인류의 고통을 덜어주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는 2020년 4월 14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세상읽기]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는 칼럼을 통해 “소크의 결단은 단순한 기부 행위가 아니라, 과학 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였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해당 글에서 당시 소아마비 백신 개발이 “미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던 공공의 성취”였음을 강조했다. 2026년의 의료 환경은 고가의 유전자 치료제와 첨단 신약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기술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결국 73년 전 소크 박사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태양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추어야 할 과학의 빛, 그것이 바로 조너스 소크가 남긴 가장 위대한 백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