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고서 분석: 폭염 의료 시스템 위협, 고령층 신장 질환 집중… 남유럽 입원율 3배↑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여름철 불청객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 사회 시스템을 뒤흔드는 거대한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월 발표한 최신 보고서 <고온 현상이 건강 결과, 보건 시스템 및 비용에 미치는 영향(How are hot temperatures impacting health outcomes, health systems and health systems costs?)>은 이러한 위기감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다.
2026년 1월 8일 파리 본부에서 열린 발간 브리핑에서 OECD 프란체스카 콜롬보(Francesca Colombo) 보건국장은 “기온 상승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보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조용한 대재앙’으로 진입했다”며 이번 연구가 16개국 병원 데이터를 10년간 추적한 최초의 통합 지표임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OECD 16개국의 병원 데이터를 고빈도 국지적 기온 데이터와 연계한 최초의 다국가 연구로, 폭염이 실제 의료 현장에 미치는 충격과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정밀하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급증하는 응급실 방문과 입원, 한계에 다다른 병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기온 상승과 연동하여 온열 질환 관련 응급실 방문 및 병원 입원 건수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연구진은 각 국가의 기온 분포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온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의료 이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폭염은 인체의 체온 조절 능력을 마비시키는 열사병이나 탈수 같은 직접적인 온열 질환뿐만 아니라 신장 질환, 원인 불명의 발열 및 권태감 등 다양한 형태로 환자들을 병원으로 내몰고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의료 수요의 증가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터는 고온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기온이 정점에 달할수록 응급실 방문 횟수가 가파르게 상승함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이나 포르투갈과 같이 기후가 온난한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으며, 전체 응급실 방문 중 온열 관련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OECD의 세부 분석에 따르면, 폭염 발생 기간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65세 이상 고령층의 급성 신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고온 노출 전 대비 평균 18.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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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 엇갈리는 피해, 노년층의 신장과 아동의 발열
폭염의 공격은 모든 연령층에 무차별적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연령대에 따라 고온에 취약한 질환군이 명확히 갈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령층의 경우 신장 관련 질환으로 인한 입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노화로 인해 신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고온에 노출될 경우 탈수가 급격히 진행되며 급성 신부전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조사 대상국에서 신장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한 환자의 상당수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였다.
반면, 영유아 및 아동 계층은 주로 ‘발열 및 권태감’으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았다. 체온 조절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급격한 기온 상승에 신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고열이나 탈진 증세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연령별 취약점의 차이가 향후 폭염 대응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가일수록 폭염으로 인한 의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남유럽의 비명, 상대적으로 조용한 북유럽
지리적 위치에 따른 피해 규모의 격차 또한 명확하게 드러났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지중해성 기후나 아열대 기후에 속한 국가들은 폭염 시 병원 입원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포르투갈의 경우 고온 발생 시 인구 10만 명당 추가적인 응급실 방문 횟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반면 핀란드, 에스토니아, 아이슬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나 캐나다(일부 주 데이터)에서는 고온과 병원 이용 간의 통계적 유의성이 낮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국가들의 절대적인 기온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도 하지만, 기후 적응 수준이나 주거 환경의 차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2024년 여름 유럽 전역을 덮쳤던 기록적 폭염 데이터를 인용하며, 냉방 인프라가 부족한 중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보건 시스템에 가해지는 추가 비용 압력이 북유럽 대비 평균 4.2배 높다는 점을 실증적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같은 중부 유럽 국가들에서도 유의미한 의료 수요 증가가 관측되고 있어, 기후 변화가 심화될수록 ‘안전지대’는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회적 비용과 암울한 미래
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 중 하나는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추산이다. 연구진은 병원 치료에 들어가는 직접적인 의료 비용과 환자가 병원을 찾느라 일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 비용을 합산하여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비용 중 ‘생산성 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다수 비용이 입원 치료 등 직접적인 병원 비용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폭염 피해가 주로 경제활동 인구(15~64세)보다는 은퇴한 고령층이나 아동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즉, 노동 시장에서의 손실보다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이나 개인의 의료비 지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경우 고온으로 인한 초과 입원 및 응급실 방문에 따른 비용이 연간 수억 달러(구매력 평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2026년 1월 OECD 보건 통계(Health Statistics)에 반영된 프랑스의 연간 폭염 관련 직접 의료비는 약 2억 4,500만 달러(PPP 기준)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10년대 초반 대비 약 35% 증가한 수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래 전망이다. 기후 시나리오(SSP2-4.5 및 SSP5-8.5)를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2050년까지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고온으로 인한 병원 이용 및 비용이 현재보다 15~2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인구 고령화 속도나 잠재적인 기후 적응 정책의 효과를 보수적으로 반영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데이터가 호흡기나 순환기 질환 등 폭염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질환을 포괄하지 못했기에, 실제 비용은 추산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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