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 요오드 과잉 섭취 위험
평소 건강 관리에 철저했던 직장인 A씨는 만성적인 피로와 추위 민감증을 해결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매장을 찾았다. 매장 직원은 갑상선 건강에 요오드가 필수적이라며 해조류 추출물이 포함된 고함량 요오드 영양제를 추천했다. A씨는 일상적인 식단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말에 영양제를 매일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활력을 찾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복용 한 달 만에 체중이 급격히 늘고 목 주위가 붓는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이었다. 의료진은 A씨가 섭취한 요오드가 오히려 면역 체계를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영양제가 독이 된 셈이다.

자가면역 체계의 오작동과 요오드의 역설
현재 의학계에서 규명한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자신의 면역 세포가 갑상선 조직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이 과정에서 갑상선 조직은 만성적인 염증 상태에 놓이며 점진적으로 파괴된다. 일반적으로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인 티록신(T4)과 트리요오드티로닌(T3)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원료다. 하지만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게는 이 원료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다. 과잉 공급된 요오드는 갑상선 세포 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면역 체계를 더욱 자극하여 갑상선 과산화효소(TPO)에 대한 항체 생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은 일상적인 식단에서 이미 충분한 양의 요오드를 섭취하고 있다. 미역, 다시마, 김과 같은 해조류를 즐겨 먹는 식문화 덕분에 한국인의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성인 기준 150μg의 수배에서 많게는 10배에 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추가적인 요오드 영양제 섭취는 갑상선 기능을 마비시키는 ‘볼프-차이코프 효과(Wolff-Chaikoff effect)’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다량의 요오드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인체의 방어 기전이지만,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게는 이 차단 현상이 회복되지 않고 영구적인 기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과잉 섭취가 부르는 갑상선 기능 저하 기전
2003.02.28. 연세의대 학술지(Yonsei Medical Journal)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윤승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하시모토 갑상선염에 의한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에서 요오드 제한이 갑상선 기능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Iodine Restriction on Thyroid Function in Patients with Hypothyroidism Due to Hashimoto’s Thyroiditis)”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가 과도한 요오드에 노출될 경우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수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가속화된다.
연구진은 요오드 섭취를 제한했을 때 78.3%(n=46 중 36명)에 달하는 환자에게서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요오드의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처럼 해조류 섭취가 많은 지역에서는 일시적인 기능 저하 환자에게 요오드 제한 식이요법이 약물 치료 전 고려될 수 있는 중요한 임상적 선택지임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울 민병원 내과 대표원장 김경래 대표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공장에 이미 불이 난 상태와 같다”며 “여기에 요오드라는 원료를 대량으로 투입하는 것은 불길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한국인은 해조류 섭취가 많아 요오드 부족보다는 과잉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질환이 있는 환자는 영양제 선택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자가진단에 의한 영양제 복용이 갑상선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칠 수 있음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일상 속 식단 관리와 임상적 주의사항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갑상선에 좋다’고 알려진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이다. 특히 다시마 환, 미역 농축액,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고함량 멀티비타민에 포함된 요오드 함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현재 시판되는 일부 영양제 중에는 단 한 알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의 10배에서 20배를 초과하는 요오드가 들어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인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미 갑상선에 항체가 형성된 환자에게는 잠재적인 폭탄이 될 수 있다.
식단 조절에서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역국이나 다시마 쌈을 매일 섭취하는 습관은 피해야 하며, 천일염보다는 요오드 함량이 낮은 정제염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다만 요오드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요오드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원소이므로, 극단적인 제한보다는 ‘과잉 섭취의 중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TSH와 갑상선 항체 수치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별 적정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인 관리법이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보충보다는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영양제 시장의 마케팅 문구에 현혹되어 확인되지 않은 성분을 섭취하기보다는, 검증된 의학적 가이드라인에 따라 식단을 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갑상선은 예민한 기관이며, 특히 자가면역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작은 영양적 불균형도 큰 신체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임상 연구들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 면역 조절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그 첫걸음은 무분별한 요오드 섭취를 멈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