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 EDI 시대 마침표, 전자문서교환방식 종료와 청구포털 일원화로 진료비 청구 시스템 전환 본격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요양기관이 진료비를 청구할 때 사용하던 기존의 전자문서교환방식(EDI) 서비스를 2026년 3월 말을 기점으로 전면 종료했다. 이에 따라 국내 모든 의료기관과 약국 등 요양기관의 진료비 청구 체계는 심평원이 운영하는 청구포털시스템으로 100% 전환됐다.
이번 조치는 1996년 도입 이후 30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구형 송수신 체계를 마감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디지털 행정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EDI 도입 배경과 30년 운영의 역사적 궤적
전자문서교환방식(EDI)은 1996년 10월 심평원과 한국통신(KT)의 협약을 통해 처음으로 의료 현장에 도입됐다. 당시 이 시스템은 종이 문서 중심의 청구 업무를 디지털화하며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도입 초기에는 빠른 데이터 송수신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워 전체 요양기관의 98%가 이용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EDI는 표준화된 서식을 통해 의료기관과 심사기관 사이의 정보 전달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며 대한민국 의료 정보화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용망을 사용하는 EDI 방식은 점차 한계를 드러냈다. 인터넷 기반의 웹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별도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EDI 방식보다 접근성이 높고 비용 부담이 적은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에 심평원은 요양기관의 행정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청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인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자체 청구포털시스템의 도입과 단계적 확산 과정
심평원은 2011년 7월 요양기관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청구포털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여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별도의 통신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과 실시간 오류 점검 기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포털 서비스 개시 2년 만에 전체 요양기관의 90%가 청구포털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후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25년 기준 청구포털시스템 이용률은 98.7%에 도달한 반면, 기존 EDI 방식을 유지하던 기관은 전체의 1.1% 수준인 약 1,100개소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이용자 감소와 장비 노후화, 경영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EDI 사업을 운영하던 한국통신(KT) 측은 2025년 말 서비스 종료를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남은 기관들이 차질 없이 시스템을 이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단계별 종료 일정을 수립하여 시행했다.

서비스 종료 일정 및 요양기관 전환 지원 대책
EDI 서비스 종료는 요양기관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4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2025년 12월부터 신규 가입이 전면 중단됐으며, 2026년 2월 말에는 진료비 송신 서비스가 중단됐다. 2026년 3월 한 달 동안은 기존 청구 내역 조회와 결과 통보서 수신 기능만 유지됐으며, 2026년 3월 31일을 기해 모든 서비스가 종료됐다.
심평원은 마지막까지 EDI를 이용하던 1,100여 개 요양기관이 청구포털시스템으로 원활하게 이관할 수 있도록 한국통신(KT)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가동했다. 각 기관에 대한 맞춤형 안내와 기술 지원을 실시했으며,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누락이나 행정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그 결과 2026년 4월부터는 모든 요양기관이 심평원의 청구포털시스템을 통해 진료비를 청구하는 체계가 확립됐다.
디지털 청구 환경의 안정화와 향후 고도화 방침
심평원은 이번 시스템 통합을 통해 진료비 청구 업무의 효율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구포털시스템은 청구 전 단계에서 데이터의 정합성을 검증하는 사전 점검 기능을 제공하여 요양기관의 청구 오류를 줄이고 심사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별도의 접속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 환경에서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도 대폭 향상됐다.
심평원 디지털운영실은 EDI 서비스 종료와 청구포털 100% 전환이 완료됨에 따라, 앞으로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요양기관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수렴하여 시스템 기능을 고도화하고, 보안성을 강화하여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의료 행정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의미하는 만큼, 향후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심사 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