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밖에서 발생하는 마른 익사 방치 시 폐부종 유발 및 호흡 곤란 치명상
물놀이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뒤에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마른 익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익사는 물속에서 질식하는 사고를 의미하지만, 마른 익사는 물 밖으로 나온 지 수 시간이 흐른 뒤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예측하기 어렵고 치명적이다. 특히 의사표현이 서툰 영유아와 소아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마른 익사는 의학적으로는 ‘이차성 익사’ 또는 ‘지연성 익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통용되며, 소량의 물이 기도로 흡입되면서 발생하는 폐 기능 저하가 주된 원인이다.
사고의 전형적인 경과를 살펴보면, 물놀이 도중 물을 코나 입으로 들이마신 직후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도로 들어간 소량의 물이 후두의 경련을 일으키거나 폐포에 염증을 유발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기도가 좁아지고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신체는 서서히 저산소증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으로 이어져 결국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전문의들은 물놀이 이후 평소와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다면 시간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폐로 유입된 수분이 부르는 지연성 폐부종
마른 익사의 발생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후두 경련에 의한 기도 폐쇄다. 물놀이 중 소량의 물이 기도 윗부분인 후두에 닿으면 우리 몸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근육을 수축시킨다. 이때 발생하는 경련이 공기의 흐름을 막아 질식을 유발한다. 두 번째는 폐 내부에 직접적인 손상이 가해지는 경우다. 폐로 들어간 물이 폐포를 보호하는 계면활성제를 씻어내면, 폐포가 허탈 상태에 빠지고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혈액 속의 수분이 폐로 빠져나와 폐부종이 발생하며, 이는 물 밖으로 나온 뒤 최대 24시간 이내에 서서히 진행된다.
현재 의료계는 이러한 지연성 증상의 위험성을 반복해서 경고하고 있다. 2017.06.14. Annals of Emergency Medicine에 게재된 클리블랜드 클리닉 및 세계 구조 연맹(ILS) Szpilman, D.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익수와 그 외의 신화(Dry Drowning and Other Myth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수 사고 환자의 약 1~2%가 초기 응급처치 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가 수 시간 내에 호흡기 증상이 악화되는 지연성 폐부종(Delayed Pulmonary Edema)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마른 익수’라는 용어와 달리, 물에 빠진 직후 발생한 폐의 미세한 염증이 시간이 지나며 악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폐 용적이 작고 보상 기전이 취약해 성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무기력증과 지속적인 기침 등 의심 징후 포착
마른 익사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조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잦고 지속적인 기침이다. 물놀이가 끝난 뒤에도 아이가 멈추지 않고 기침을 한다면 이는 기도에 수분이 남아 있거나 염증이 시작됐다는 강력한 징후다. 또한 숨 가쁨이나 가쁜 호흡,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역시 위험 신호로 간주해야 한다. 호흡이 가빠지면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거나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등의 보조 호흡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리적인 변화나 행동의 변화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체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극심한 피로감이나 무기력증, 졸음을 호소할 수 있다. 평소와 다르게 지나치게 보채거나 짜증을 내는 등 성격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산소 부족에 의한 뇌 기능 저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2023년 7월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노영선 교수는 “물놀이 도중 물을 많이 들이마신 뒤 갑자기 기침이 잦아지거나 졸음을 호소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병원 이송 필요성
증상이 관찰됐을 때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폐 속에 찬 물을 억지로 빼내거나 기침을 유도하는 행위는 오히려 기도를 자극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환자가 내원할 경우 흉부 엑스레이 촬영과 산소 포화도 측정을 통해 폐의 상태를 즉각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산소 호흡기를 부착하거나 이뇨제 등을 처방해 폐에 찬 수분을 제거하는 집중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방치할 경우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2018.12.31. 대한응급의학회지에 게재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박정호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익수 환자의 임상적 특징 및 예후와 관련된 요인 분석(Clinical Characteristics and Factors Related to Survival of Drowning Patients)” 결과에 따르면, 초기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폐 손상이 진행되면서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환자군(n=135) 분석을 통해 익수 사고 직후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4시간에서 6시간 동안은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하며, 호흡기 계통의 미세한 변화라도 포착된다면 즉각 상급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소아의 경우 증상 표현이 서툴러 무기력증이나 성격 변화가 폐 손상의 신호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물놀이 중 잠시라도 물에 빠졌거나 물을 심하게 들이마셨다면, 이후 24시간 동안은 아이의 호흡 상태와 기운을 면밀히 체크하는 것이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예방을 위해서는 구명조끼 착용을 습관화하고, 보호자는 아이의 물놀이 환경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 얕은 물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되며, 특히 얼굴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당장 큰 문제가 없더라도 귀가 후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지 밤새 확인해야 한다. 현재 많은 부모가 익사의 위험을 물속에서만 한정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물 밖에서도 보이지 않는 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안전한 물놀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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