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L·후지필름이 1·2·3위를 싹쓸이한 가운데 한중일 바이오의약품 생산캐파 확장 경쟁 더욱 치열해졌다
2026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주도권이 아시아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생산 시설을 확충하며 글로벌 시장의 상위권을 독점하는 형국이다.
바이오의약품 전문 시장분석기관인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BioPlan Associates)의 ‘Top 1000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설 인덱스’에 따르면, 2026년 5월 14일 기준 글로벌 생산 캐파(Capacity) 순위에서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중국의 CL바이오로직스, 일본의 후지필름이 각각 1, 2, 3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기업의 저력을 과시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장악했던 생산 거점의 지형도가 동북아시아 3국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열도에서 불어온 확장 바람, 후지필름 단숨에 ‘글로벌 톱 3’ 등극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본 후지필름의 약진이다. 후지필름 바이오테크놀로지스의 덴마크 힐레뢰드(Hillerød) 시설은 올해 3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었으나, 대규모 확장 공사를 마무리하며 단숨에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이로 인해 기존 3위였던 스위스 론자(Lonza)의 미국 바카빌 시설은 4위로 밀려났으며, 여타 글로벌 기업들의 순위도 연쇄적으로 하락했다.
후지필름의 이러한 성과는 치밀한 인수합병(M&A)과 과감한 투자의 결과물이다. 2019년 8월, 후지필름은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덴마크 공장을 8억 9,000만 달러에 인수한 이후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2020년에는 9억 2,800만 달러를 투입해 2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리액터 6기를 추가했다. 특히 2022년 6월 발표된 16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16만 리터의 생산 시설이 추가로 확충됐다.
현재 이 시설은 총 40만 리터의 바이오리액터를 보유하며 유럽 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설로 등극했다. 후지필름은 덴마크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전체 생산 캐파를 75만 리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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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굴기’ 무서운 중국, CL바이오로직스 2년 만에 지각변동 주도
중국 기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중국의 CL바이오로직스는 2022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2026년 현재 선전(Shenzhen)과 상하이(Shanghai) 시설을 각각 세계 2위와 7위에 안착시키며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특히 선전 시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세계 2위의 생산력을 유지하며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부상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생산 단지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과거 저가형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머물렀던 중국 바이오 산업은 이제 고부가가치 CDMO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며 미국과 유럽의 전통 강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순위 변동으로 인해 미국의 파이톤 바이오텍(Phyton Biotech) 독일 시설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서구권 기업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부동의 1위 수성… CDMO 위주로 재편되는 공급망
거센 추격 속에서도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효율적인 공정 관리 역량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4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라선 이후,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한국 기업인 셀트리온 역시 인천 1, 2, 3공장을 합산한 생산 캐파로 글로벌 8위에 이름을 올리며 ‘K-바이오’의 위상을 뒷받침했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자체생산’에서 ‘위탁생산(CDMO)’으로의 중심 이동이다. 상위 10개 시설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CL바이오로직스, 후지필름, 론자, 베링거잉겔하임 등 CDMO 전문 기업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화이자, 셀트리온, 암젠 등 자체 생산 시설을 보유한 기업들도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생산 유연성과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시장 흐름에 따라 CDMO 기업들의 생산 캐파 확장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럽 최대 생산시설 확보한 일본, 2028년 75만 리터 시대 정조준
일본의 후지필름은 이번 덴마크 시설 확장을 기점으로 유럽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덴마크 힐레뢰드 공장은 코펜하겐 인근의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으며, 단순한 생산을 넘어 원료 의약품부터 완제품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세포 배양 CDMO 시설을 지향한다. 총 20개의 2만 리터 바이오리액터를 가동하게 되는 이 시설은 유럽 내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의 핵심 허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의 생산 캐파 확장 경쟁이 단순한 물량 공세를 넘어 차세대 바이오 기술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의 초격차 전략, 중국의 거대 자본, 일본의 정밀한 공정 기술이 맞붙으면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제조 단가는 낮아지고 공급 효율은 극대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향후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기업들이 주도하는 ‘아시아 바이오 전성시대’가 향후 글로벌 제약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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