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주위에서 고름이 나온다면 단순 염증이 아닌 치루를 의심해야 하는 의학적 근거
항문 주위에서 고름이 배출되는 증상은 대장항문외과 질환 중 하나인 치루(Anal Fistula)의 전형적인 임상 양상이다. 치루는 항문관 내부와 항문 주변 피부 사이에 비정상적인 통로가 형성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피부 종기나 여드름과는 발생 기전이 완전히 다르며,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 만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항문 내부에는 배변 시 윤활제 역할을 하는 점액을 분비하는 항문샘이 6개에서 8개 정도 존재한다. 이 항문샘에 세균이 침입하여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고이는 현상을 항문 주위 농양이라고 하며, 이 농양이 터져 나오거나 배농된 후 고름이 지나갔던 길이 그대로 굳어지면서 치루가 형성된다. 항문 농양 환자의 약 50% 이상에서 치루가 발생한다.

항문 농양에서 치루로 이행되는 병리적 과정과 주요 증상
항문 주위 농양은 초기 발생 시 해당 부위의 심한 통증과 부종, 발열 증상을 동반한다. 감염이 심해지면 고름 주머니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피부를 뚫고 고름이 배출되는데, 이때 통증은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하지만 고름이 빠져나간 자리에 형성된 구멍(외구)과 항문 내부의 구멍(내구) 사이에는 터널과 같은 통로가 남게 된다.
이 통로를 통해 반복적으로 고름이나 분비물이 배출되며, 때로는 변 성분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환자들은 속옷에 고름이 묻어 나오거나 항문 주위가 눅눅해지는 불편함을 겪는다. 외구가 막히면 다시 고름이 차오르면서 통증과 부종이 재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치루관은 주변 조직으로 가지를 치며 더욱 복잡한 형태로 변형된다.
단순 치루와 복잡 치루의 분류 및 괄약근 손상 위험성
치루는 항문 괄약근과의 위치 관계에 따라 단순 치루와 복잡 치루로 구분된다. 파크스(Parks) 분류법에 따르면 치루는 괄약근간형, 괄약근관통형, 괄약근상형, 괄약근외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단순 치루는 치루관이 괄약근의 일부만을 통과하여 수술적 제거가 비교적 용이하다.
반면 복잡 치루는 치루관이 외괄약근의 상당 부분을 관통하거나 여러 갈래로 갈라진 경우를 말한다. 치루를 장기간 방치하면 염증이 반복되면서 치루관이 길어지고 복잡해지며, 이는 수술 시 괄약근 손상 범위를 넓히는 원인이 된다. 괄약근은 배변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근육으로, 수술 과정에서 과도하게 절개될 경우 변실금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루의 형태가 복잡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치루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수술적 치료법의 종류
치루는 약물 요법이나 자연 치유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수술의 핵심은 항문 내부의 원인 구멍인 내구를 확실히 폐쇄하고 치루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치루관 절개술로, 치루관을 절개하여 개방한 뒤 새살이 차오르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괄약근을 많이 포함하는 복잡 치루의 경우 괄약근 보존술이 적용된다.
세톤(Seton)법은 실이나 고무줄을 치루관에 통과시켜 묶어두는 방법으로, 괄약근을 서서히 절개하면서 동시에 섬유화 반응을 유도해 괄약근의 기능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괄약근간 치루관 결찰술(LIFT)과 같이 괄약근을 전혀 절개하지 않고 내구만을 봉합하는 정교한 수술법도 시행되고 있다. 수술 방법의 선택은 치루의 깊이와 위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결정한다.
수술 후 관리 체계와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 수칙
치루 수술 후에는 상처 부위가 깨끗하게 아물 때까지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수술 직후에는 통증 조절과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와 진통제가 처방된다. 가장 중요한 관리법은 온수 좌욕이다. 좌욕은 항문 주변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상처 부위의 분비물을 제거하여 치유 속도를 높인다. 보통 하루 3~4회, 5분 정도 따뜻한 물에 항문을 담그는 방식이 권장된다.
배변 후에는 휴지 대신 비데나 샤워기를 이용해 부드럽게 세정하는 것이 좋다. 변비는 수술 부위에 압력을 가해 상처 치유를 방해하므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과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변을 부드럽게 유지해야 한다. 치루는 수술 후에도 약 5~10% 내외의 재발률을 보이므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상처가 정상적으로 차오르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강동완 웰니스병원 병원장(대장학문외과)에게 듣는 치루 질환 궁금증
Q: 항문 주위에 종기가 생겼을 때 치루인지 어떻게 구분하나?
A: 단순 종기는 피부 표면의 문제로 발생하지만 치루는 항문 내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종기를 짰는데도 계속해서 고름이 나오거나 같은 자리에 반복해서 생긴다면 치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항문 안쪽이 묵직하게 아프거나 열감이 동반된다면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Q: 치루 수술을 하면 무조건 변실금이 생기는 것인가?
A: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치루관을 모두 절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괄약근을 최대한 보존하는 다양한 수술 기법이 발달했다. 단순 치루는 괄약근 손상이 거의 없으며, 복잡 치루라 하더라도 세톤법이나 LIFT법 등을 통해 괄약근 기능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치료가 가능하다.
Q: 치루를 수술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나?
A: 드물지만 10년 이상 장기간 방치된 만성 치루의 경우 치루암(Anal Fistula Cancer)으로 진행될 위험이 존재한다. 염증이 수십 년간 지속되면서 세포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암으로 발전하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으므로 발견 즉시 수술하는 것이 안전하다.
Q: 수술 후 일상생활 복귀는 언제쯤 가능한가?
A: 수술 범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인 단순 치루는 수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며 2~3일 뒤면 가벼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격렬한 운동이나 음주, 장시간 운전 등 항문에 무리를 주는 행동은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약 4주 정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