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무릎 뒤 파벨라 뼈, 인류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다 다시 나타난 부골
무릎 뒤쪽 오금 부위에 위치한 작은 종자골인 ‘파벨라(Fabella)’가 현대인들에게서 다시 나타나며 무릎 건강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과거 인류 진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조직으로 간주되어 점차 사라지던 이 뼈가 현재는 오히려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퇴행성 관절염을 비롯한 각종 무릎 통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인류의 생활 환경 변화에 따른 역진화 현상으로 분석하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파벨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류 진화 과정서 사라졌다 재등장한 종자골 파벨라의 정체
파벨라 뼈는 라틴어로 ‘작은 콩’을 의미하며, 무릎 관절 뒤쪽 비복근(종아리 근육)의 외측두 힘줄 안에 박혀 있는 작은 뼈를 말한다. 본래 유인원에게서는 흔히 발견됐으나 인류가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의 분산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점차 퇴화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파벨라를 보유한 인구 비율은 과거에 비해 약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04.17. Journal of Anatomy에 발표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생체공학과 마이클 버좀(Michael Berthaume) 교수팀의 연구 [Recent resurgence of the fabell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결과, 150년 전인 1918년에는 인류의 약 11.2%만이 파벨라 뼈를 가지고 있었으나 2018년 기준으로는 그 비율이 36.3%까지 급증했다. 연구팀은 지난 150년간 전 세계 27개국 2만 1676건의 무릎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러한 경향을 확인했다. 이는 인류의 평균 신장과 체중이 증가하고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기계적 압력이 높아졌고, 이를 견디기 위해 신체가 다시 종자골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무릎 관절염 발병 위험 높이는 파벨라 존재의 생체역학적 원인
파벨라의 재등장은 단순한 진화적 호기심을 넘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작은 뼈가 존재할 경우 무릎 관절의 복잡한 움직임 과정에서 주변 조직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신경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퇴골의 뒷부분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연골 손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언급한 마이클 버좀 교수가 2021.03.11. 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후속 연구 [The presence of a fabella is associated with higher prevalence of osteoarthritis] 결과에 따르면, 파벨라를 보유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퇴행성 관절염이 발생할 확률이 약 2.3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클 버좀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파벨라가 무릎 뒤쪽에서 일종의 ‘쐐기’ 역할을 하며 관절의 부드러운 활주를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연골의 마모를 유도하는 역학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파벨라 자체가 골절되거나 염증이 생기는 ‘파벨라 증후군’이 발생할 경우, 환자는 오금 부위의 찌르는 듯한 통증을 겪게 된다.
광주바로병원 이영관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파벨라 뼈는 모든 사람에게 통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무릎을 굽히고 펼 때 대퇴골 외측과 마찰을 일으키며 관절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운동량이 많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에게서 파벨라로 인한 임상적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 불명 무릎 통증 환자의 영상 진단 시 파벨라 확인의 중요성
임상 현장에서 파벨라 뼈는 종종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엑스레이 검사 상에서 파벨라 뼈는 관절 내 유리스체(쥐젖처럼 돌아다니는 뼛조각)나 골종양 등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숙련된 판독이 필수적이다. 만약 환자가 무릎 뒤쪽의 압통을 호소하고 검사상 파벨라가 확인된다면, 무분별한 수술보다는 파벨라 주변의 염증을 조절하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2022.05.01. The Bone & Joint Journal에 게재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료센터 정형외과 연구팀의 연구 [The clinical importance of the fabella in patients with osteoarthritis]에 따르면, 인공관절 전치환술(TKA)을 받는 환자들 중 파벨라를 보유한 경우 수술 후에도 측면 통증이나 마찰음이 지속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무릎 수술 시 파벨라의 존재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수술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에도 호전되지 않는 극심한 파벨라 증후군의 경우, 최소 침습을 통한 파벨라 제거술을 시행하여 통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대인의 약 36.3%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벨라 뼈는 인류의 영양 상태 개선과 신체 변화가 만들어낸 진화의 부산물이다. 비록 과거에는 사라졌던 뼈이나 현재는 무릎 질환의 잠재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원인 불명의 무릎 통증이 지속된다면 정밀 검사를 통해 본인의 파벨라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