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지켜본 혹이 여포암으로? 정밀 진단의 역설과 맞춤형 치료의 시대

건강검진이나 우연한 계기로 갑상선에서 혹(결절)을 발견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대부분 양성으로 판명되지만, 간혹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불안감과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오랫동안 양성으로 여겼던 혹이 수술 후 갑자기 암으로 진단되거나, 암 진단 후에도 예상과 다른 치료 계획을 듣게 될 때 그 충격은 더욱 커진다.
최근 SNS를 통해 한 환자가 질문을 해왔다. 이 환자의 사례는 갑상선암, 그중에서도 여포암 진단과 치료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소개해 본다.
환자는 3년간 양성으로 판단되어 경과 관찰을 하던 5.3cm 크기의 갑상선 결절이 있었다. 불편함을 느껴 수술을 결정했고, 반절제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여포암’이라는 예상치 못한 진단이 나왔다. 더 큰 의문은 여포암 진단에도 불구하고 전절제가 아닌 반절제 상태로 추적 관찰을 권유받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여포암은 전절제와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이러한 상황이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깊은 당혹감과 혼란을 안겨주었고, 담당 주치의에게 아쉬움과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수술 전 ‘양성’ 진단, 왜 달라졌나?
갑상선 결절을 평가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세침흡인검사(FNA)이다. 이는 가는 바늘로 결절에서 세포를 일부 채취해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하지만 이 검사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특히 ‘여포’ 계열의 종양은 세포학적 특성만으로는 양성과 악성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를 여실히 느낀다.
실제 양성인 ‘여포 선종’과 악성인 ‘여포암’의 세포 모양은 현미경으로 보면 거의 흡사하다. 둘을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은 암세포가 종양을 둘러싼 ‘피막’이나 ‘혈관’을 침범했는지 여부인데, 세침흡인검사는 결절의 일부 세포만 보기 때문에, 종양 전체의 피막이나 혈관 침범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수술 전 검사에서는 ‘여포 종양’, ‘비정형 세포’와 같은 애매한 결과가 나오거나, 침범이 없는 부위의 세포만 채취됐다면 ‘양성’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3년 동안 양성으로 지켜봤다는 것은 당시의 검사 방법으로는 암을 시사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인 ‘여포암’ 진단은 수술을 통해 종양 전체를 떼어내 조직학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에야 비로소 피막이나 혈관 침범이 확인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여포암 진단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진단적 어려움이다.

여포암인데 반절제만? 변화하는 치료 지침
과거에는 갑상선암이 확인되면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전절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갑상선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임상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암의 종류, 크기, 침윤 정도, 전이 여부 등 위험도에 따라 치료 방식을 세분화하는 추세다. 이는 불필요한 과잉 치료를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포암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여포암은 피막이나 혈관을 얼마나 깊이, 그리고 얼마나 많이 침범했는지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암세포가 피막을 아주 미세하게 침범했거나 혈관 침범이 경미한 경우에는 전이 및 재발 위험이 매우 낮다. 반면 피막을 광범위하게 뚫고 나가거나 혈관을 많이 침범한 경우는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발표된 국내외 갑상선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암세포가 피막을 아주 미세하게 침범했거나 혈관 침범이 경미한 경우처럼 전이가 없고 다른 고위험 인자가 없다면 반절제술만으로도 충분히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위험도가 낮은 암에 대해 불필요한 전절제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피함으로써, 갑상선 호르몬제 평생 복용의 부담,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목소리 변화 등 수술 후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따라서 반절제 수술 후 여포암으로 진단됐다 하더라도, 암이 이 상태에 해당한다면 현재의 치료 계획(반절제 유지 및 정기 관찰)은 최신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환자 스스로 정보를 얻고 소통해야
오랫동안 양성으로 알고 지켜봤던 혹이 수술 후 갑자기 암으로 진단되고, 그 치료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뉘는 듯 보여 혼란스러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담당 의료진과의 정확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암이 어떤 종류(특히 침윤성인지 여부), 어느 정도의 위험도를 갖는지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조직검사 결과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피막/혈관 침범 정도 등)에 대해 질문하고, 현재의 치료 계획이 환자의 특정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불확실성 속에서 찾는 최적의 길
갑상선 여포암의 진단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러한 불확실성은 현재 의료 기술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의료진의 실수라기 보다는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환자 스스로는 혼란스럽고 불안하겠지만, 주치의와 솔직하고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진단명, 암의 구체적인 특성, 그리고 이에 기반한 치료 계획의 근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치료 과정의 주체가 될 때,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치료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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