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교수들 ‘전공의·의대생 비판’ 성명에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 강력 반발, 의료계 내부 갈등 심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판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을 향해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의료계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교육자로서 본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
박 위원장은 교수들이 전공의를 향해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에게 배우지 않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책과 영상을 보며 혼자 공부했고 동료 전공의에게 물어가며 눈치껏 익혔다”고 맞섰다.
“그걸 가르쳐야 할 주체는 당신들이다. 교육을 얼마나 등한시했던 건지,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 없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교수들의 성명을 두고 “교육자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은 교수 네 분의 자백”이라며 “이런 사태가 벌어져야만 위선을 실토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공의 교육 실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교수 평가제 도입을 제안한다”고 했다.

노동 착취 정당화 반박
박 위원장은 교수들이 전공의 수련과정을 ‘착취’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성장 과정’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졌으니 국가의 성장을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모든 근로자들이 주당 80시간, 140시간 일하게 하자 주장할 용의가 있는가”라며 불합리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 병원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과 그에 따른 책임이 위계적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병원장은 교수에게, 교수는 전공의에게 노동을 전가하고 있다. 전공의가 없는 지금, 교수는 이제 간호사에게 의사의 책무를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수의 편의만을 위해 환자의 위험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교수는 이를 바로 잡기는커녕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신규 간호사를 착취하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착취를 정당화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교수 4명의 원 성명 내용
이번 논란은 서울대의대·병원 소속 하은진 중환자의학과 교수, 오주환 국제보건정책 교수, 한세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 4명이 발표한 성명에서 비롯됐다.
교수들은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의대 증원 2000명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오류를 지적했지만 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오직 탕핑(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대안 없는 반대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내 찬반 의견 엇갈려
이 성명에 대해 의사 사회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참담하다. 어느 한 구절 동의할 수 없다”며 “의업에 몸을 담근 이후 가장 참담한 날이다”라고 비판했다.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는 교수 4인을 향한 원색적 비난도 이어졌다.
반면 한 대형병원 모 교수는 “이 모든 악플들을 어떻게 견디시는지, 할 말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는 지지 의견도 나왔다. 성명을 낸 교수들도 “문자 등을 통해 지지와 응원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희망을 봤다” 환영
8개 중증질환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의대 교수들의 입장에 대한 환영 의견’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제자를 위해 참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를 버린 행위까지 감싸주는 의사들의 카르텔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 비판한 것이고, 이에 희망을 봤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의대생 집단휴학 불가 방침 재확인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18일 전국 의과대학이 있는 40개 의대에 의대생의 대규모 집단휴학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재차 제시했다.

교육부는 “형식적으로는 개인 사유에 의한 휴학 신청이나 실질적으로는 집단적인 대규모 휴학 신청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대학들에 주문했다.
교육부는 지난 7일 의대생들이 이달 내 전원 복귀할 경우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으며, 미복귀 시에는 학칙에 따라 학사경고·유급·제적 등의 처분을 내릴 것임을 경고했다.
주요 대학 의대들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를 복귀 시한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전북대와 차의과대 등은 이미 휴학계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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