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NIH, 데이터베이스 접근 차단 조치 단행으로 국제 연구 협력 위축 우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들의 연구자들이 중요 의료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번 조치는 민감한 개인 정보와 정부 관련 데이터 보호를 위한 보안 강화의 일환으로, 올해 4월 4일부터 발효됐다.

접근 제한 국가와 배경: 미국의 정보 보안 강화 일환
NIH는 지난 4월 2일 공지를 통해 통제된 접근 데이터 저장소(Controlled-Access Data Repositories, CADR)에 대한 접근 제한 국가 목록을 명시했다. 이 목록에는 중국(홍콩 및 마카오 포함), 러시아, 이란,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가 포함됐다.
NIH는 해당 공지에서 “참가자 데이터의 기밀성, 무결성 및 가용성을 포함한 보안 감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영향받는 주요 데이터베이스: 암 연구자들에게 치명적 타격
이번 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는 데이터베이스에는 암, 알츠하이머병, 정신 건강 장애, 약물 남용, 청소년 뇌 발달 등 광범위한 의학 분야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 국립 암 연구소(NCI)의 감시, 역학 및 최종 결과(SEER) 프로그램으로, 이 데이터베이스는 미국 전역의 암 발생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언론 매체 딥테크(DeepTech)는 4월 4일부터 중국 과학자들이 더 이상 SEER 시스템에 로그인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연구자들에게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연구자들의 의존도: 수천 편의 연구 논문 기반
SEER 데이터베이스는 중국 암 연구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 1999년 최초의 중국 과학자들이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논문을 발표한 이래, 중국 본토의 연구원들은 2020년 8월까지 총 1,566개의 연구 논문을 SEER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했다. 특히 2019년 한 해에만 459개의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점은 중국 연구자들의 SEER 데이터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준다.
데이터 공유 제한: 미국 연구자들의 딜레마
이번 조치로 인해 또 다른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이 접근 제한 대상 국가의 연구자들에게 ‘비상업적 목적’으로도 NIH 데이터베이스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 연구 협력에 추가적인 장벽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 향후 확대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NIH의 조치를 다른 정부기관으로도 확대 적용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보건의료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NIH와 중국 등 우려국가와의 협력 관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과학 기술 분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의료 연구 분야에서도 양국 간 장벽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암 연구와 같은 인류 공통의 과제에 대한 글로벌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NIH의 이번 결정은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졌지만, 이로 인해 국제 의학 연구 커뮤니티의 협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관련국 간의 의료 데이터 공유 정책이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된다.
미국 NIH의 이러한 조치가 글로벌 의학 연구에 미칠 장기적 영향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중국 등 제한 대상국들의 자체 데이터베이스 구축 가능성도 예상된다.

국제 의학 연구 협력의 미래: 데이터 주권과 보안 사이의 균형
세계적으로 의료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자국의 데이터 주권과 보안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암이나 전염병 같은 글로벌 건강 과제는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대립적 요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
NIH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데이터 접근 제한을 넘어, 국제 과학 협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과학 연구가 국가 간 정치적, 안보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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