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플라스틱과 실험 도구가 함께 배치되어 생물학적 변환 과정을 시사하는 이미지입니다.
미생물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의약품으로, ‘대장균’ 활용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기술 개발
국내 바이오 산업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와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공동 연구팀이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흔한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의약품 생산 방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방식의 한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통제 중 하나인 아세트아미노펜(일부 국가에서는 파라세타몰로도 불린다)은 오랫동안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화학 합성을 통해 생산됐다. 이 과정은 에너지 집약적이며 상당량의 탄소 배출을 수반한다.
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기존 생산 방식의 환경적 부담 역시 커지고 있어,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바이오 전환 기술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아세트아미노펜 생산 방식은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 전환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페트(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플라스틱을 원료로 삼았다.
페트 플라스틱은 음료수 병, 식품 용기 등에 폭넓게 사용되지만, 처리가 어렵고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연구진은 특정 조건을 갖춘 대장균(E. coli) 균주를 활용해 페트 플라스틱 분자를 아세트아미노펜 분자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공정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2024년 7월호(온라인 게재는 2024년 6월 24일)에 실렸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미생물 기반 공정은 맥주 양조 과정과 유사한 발효 방식을 사용하며, 상온에서도 24시간 이내에 페트 플라스틱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고온, 고압 등 극한 환경이나 유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기존 화학 합성법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 부하가 훨씬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폐기물인 페트 플라스틱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원료 투입을 줄이고 폐기물을 가치 있는 제품으로 변환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의 비전과 향후 과제
이번 연구는 실험실 수준에서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에 성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를 이끈 에딘버러 대학교 스티븐 월리스(Stephen Wallace) 교수는 “이번 연구는 PET 플라스틱이 단순히 버려지는 폐기물이나 재활용되어 또 다른 플라스틱이 될 운명의 재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생물을 통해 질병 치료제를 포함한 가치 있는 신규 제품으로 변형될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팀은 PET 플라스틱을 이용한 아세트아미노펜의 상업적 대규모 생산을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추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생산 효율성 향상, 공정 최적화, 경제성 확보, 의약품 품질 및 순도 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향후 연구를 통해 이러한 기술적, 경제적 난관이 극복된다면, 폐플라스틱 문제와 의약품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해결하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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