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식이 무조건 좋다? 극단적 저염식 심장병 위험 증가 및 신체 전해질 균형 붕괴 위험
건강을 위해 소금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흔히 나트륨은 고혈압과 뇌졸중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무조건 줄여야 하는 성분으로 간주됐으나, 인체 필수 전해질인 나트륨이 부족해질 경우 심혈관계에 가해지는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활동량과 체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소금 섭취를 최소화하는 행위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심장 질환 발생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적 저염식이 부르는 생리적 부작용과 기전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혈압을 조절하고 신경 신호를 전달하며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핵심 전해질이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과도하게 낮아지면 신체는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을 과도하게 활성화한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수축하고 심박수가 증가하며, 결과적으로 심장에 불필요한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또한 나트륨 농도가 너무 낮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동반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의 관계는 ‘J자형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나트륨을 너무 많이 먹어도 위험하지만 너무 적게 먹어도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2011.11.23. JAM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 마틴 오도넬 교수팀의 연구(‘Urinary sodium and potassium excre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events’) 결과, 나트륨 배설량이 하루 3g 미만인 집단은 4~5.99g인 집단에 비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나친 저염식이 고혈압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신진대사 저하의 연관성
저염식은 당뇨병 위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1.01.01. 국제학술지 Metabolism: Clinical and Experimental에 게재된 미국 하버드 의대 라제쉬 가그(Rajesh Garg) 교수팀의 연구(‘Low-salt diet increases insulin resistance in healthy subjects’)에 따르면, 단 7일간의 저염식만으로도 건강한 성인의 인슐린 저항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나트륨이 부족해지면 신체는 인슐린 민감도를 떨어뜨려 나트륨 배출을 억제하려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혈당 조절에 장애를 일으키고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염분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경우, 체수분 손실로 인한 일시적인 체중 감소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신진대사 효율을 떨어뜨리고 요요 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혈중 전해질 불균형은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트륨은 신경 세포 사이의 정보 전달을 돕는데, 이 농도가 낮아지면 두통,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2017.12.04. 미국 신장병학회 임상 저널(Clinical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에 게재된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의과대학 크리스텐 노박(Kristen Nowak) 연구조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고령의 지역 거주 남성의 혈청 나트륨과 인지(Serum Sodium and Cognition in Older Community-Dwelling Men)”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126~140mmol/L인 그룹은 정상 그룹(141~142mmol/L)에 비해 인지 장애 유병률이 30% 높았고, 장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은 37%높았다.

개인별 적정 염분 섭취를 위한 전문가 제언
의료계에서는 현재 천편일률적인 저염식 권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건강 상태와 활동량에 따른 ‘적정 염분’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선수나 현장 노동자, 평소 활동량이 많은 사람의 경우 일반적인 권장량보다 더 많은 나트륨이 필요하다. 또한 혈압이 정상인 건강한 성인이 극단적으로 소금을 제한할 경우 심혈관 보호 효과보다는 앞서 언급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2016.05.20. 국제학술지 더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앤드류 멘테(Andrew Mente)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고혈압 유무에 따른 개인의 요중 나트륨 배설과 심혈관 사건 및 사망의 연관성: 4개 연구의 통합 분석(Associations of urinary sodium excretion with cardiovascular events in individuals with and without hypertension: a pooled analysis of data from four studi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49개국 13만 3,118명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나트륨을 하루 3g 미만 섭취하는 그룹은 고혈압 유무와 상관없이 심장마비, 뇌졸중 및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혈압이 정상인 사람들도 나트륨을 과하게 적게 먹을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2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무조건적인 저염식이 반드시 정답은 아님을 보여준다.
서울 민병원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은 “소금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교감신경계와 RAAS의 과도한 활성화를 초래해 오히려 심혈관계에 해롭다”며 “공중보건 가이드라인이 개인의 생리적 차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저염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공식품이나 외식을 통한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경계하되, 집에서 조리하는 식사에서는 적절한 간을 통해 맛과 건강의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체내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혈압 조절과 심장 건강에 더욱 효과적이다. 현재 권장되는 방식은 ‘무염’이 아닌 ‘적염’이며, 이는 각자의 신체 조건에 최적화된 방식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