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분쟁 당사자들이 중재자와 함께 차분하게 대화하는 모습입니다.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란 무엇일까?
우리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건강 검진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로는 환자나 그 가족이 의료기관의 진료 방식에 대해 궁금증이나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의료 과실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환자 측과 의료기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의료분쟁’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분쟁이 발생하면 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해결했다. 하지만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의학적인 전문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복잡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법원 소송 대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돕는 대안적인 방법이다. 마치 두 사람이 다투고 있을 때, 객관적인 제3자가 나서서 대화로 해결하도록 돕거나 공정한 결정을 내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줄여서 ‘의료중재원’)이라는 전문 기관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쉽고 자세하게 알아본다.

법원 소송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길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법원의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소송에 비하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변호사 선임 비용 등 경제적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분쟁이 발생하면 환자나 의료기관은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의료중재원은 관련 의료 기록을 검토하고, 의학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정단에게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감정을 의뢰한다. 이 감정 결과는 분쟁 해결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후 조정 위원회는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양측의 의견을 듣고 서로 합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만약 조정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부 경우에는 ‘중재’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중재는 조정과 달리, 중재인이 내린 결정에 대해 양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즉, 중재 결정에 따라 분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사건 유형에 따른 절차의 유연성
제도는 분쟁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된다. 특히 환자가 사망하거나 신체에 심각한 장애를 입는 등 중상해를 입은 경우, 환자 측의 신청만으로도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되는 ‘자동개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의료기관이 조정 절차에 참여를 거부하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자동개시 제도의 도입으로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됐다. 하지만 사망이나 중상해가 아닌 사건의 경우에는 여전히 의료기관의 참여 동의가 필요하며, 이 때문에 일부 사건에서는 절차가 지연되거나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찌되었건 자동개시 제도는 국민의 생명권 및 건강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제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성과 효율성, 그리고 한계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의료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원의 소송은 법률 전문가가 진행하지만, 이 제도는 의학 전문가들이 사건의 사실 관계와 과실 여부를 감정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소송에 비해 빠르고 저렴하게 분쟁을 해결하여 당사자들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2022년 의료중재원에 접수된 사건 중 상당수가 조정이나 중재를 통해 해결되었다는 통계는 이러한 효율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도가 모든 분쟁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의 비협조로 인해 절차가 지연되거나 결렬될 수 있으며, 감정 결과나 제시된 조정안 또는 중재 결정에 대해 어느 한 쪽 당사자가 불만족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다시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복잡한 의료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는 의료 행위와 관련된 분쟁을 법원 소송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과정 대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 빠르고, 저렴하며,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대체 수단이다. 조정과 중재 절차, 자동개시 제도 등을 통해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에게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복잡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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