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땅, 인도 고대문명의 발자취

[ISSUE]

인도 고대문명의 발자취, 계획도시에서 카스트까지: 인더스에서 힌두교까지의 여정

도시계획의 선구자, 인더스 문명의 놀라운 발견

기원전 3천년경, 인더스강 유역에서 시작된 인더스 문명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도시계획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표적 유적지인 모헨조다로와 하라파는 현대의 신도시를 연상케 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넓은 도로가 직각으로 교차하고, 구운 벽돌로 지어진 주택들이 바둑판 형태로 배열되어 있었다.

각 가정에는 욕실과 정원이 있었으며, 모든 건물에는 배수구와 쓰레기 처리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특히 모헨조다로의 대형 목욕 시설은 당시 문명의 수준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라파에서는 대규모 식량 창고도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인더스 문명의 유적지에서는 화려한 왕궁이나 거대한 신전 같은 건축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메소포타미아의 신전 중심 사회와는 달리, 인더스 사회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구조를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인더스 문명의 문자는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않아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 찬란했던 문명이 기원전 1500년경 갑자기 쇠퇴한 이유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리아인의 등장과 새로운 시대의 개막

인더스 문명이 쇠락하던 시기, 중앙아시아 초원 지대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아리아인들이 인도로 이주해 왔다. 백색 피부에 큰 체격을 가진 이들은 기원전 2000년부터 서서히 인도에 들어와 토착민인 드라비다인들과 동화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아리아인들이 인더스 문명을 무력으로 정복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이미 쇠퇴하고 있던 인더스 문명에 아리아인들이 서서히 융합된 것으로 보인다. 철기 문명을 가진 아리아인들은 바퀴가 달린 전차의 기동력으로 우위를 점했다.

아리아인들은 인더스 문명의 토대 위에 새로운 베다 문명을 이식했다. 농경 생활에 적응하면서 말보다 소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 문화의 근간이 되었다.

카스트 제도의 기원과 확립

베다 시대에는 인도 사회의 근본적인 제도인 카스트가 형성되었다. 원래는 아리아인들이 피부색에 따라 신분을 나눈 ‘바르나’ 제도였으나,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직업 중심의 카스트 제도로 발전했다.

최상위 계급은 제사를 담당하는 브라만, 그 다음은 전사와 왕족인 크샤트리아, 그 아래는 상인과 평민인 바이샤, 가장 아래는 노동자 계급인 수드라로 이루어졌다. 이 네 계급 외에도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최하층 계급이 있었다.

현대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가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수천 년간 이어진 사회적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날 불가촉천민은 ‘지정 카스트’로 분류되며,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한다.

불교의 탄생과 도전

기원전 6세기, 베다 시대의 도시 국가들이 서로 경쟁하던 시기에 브라만 중심의 종교적 권위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특히 정치적 권력을 가진 크샤트리아 계급과 브라만 계급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와 자이나교가 등장했다. 두 종교 모두 기존 브라만교의 복잡한 의식과 소를 희생하는 관행에 반대했다. 특히 불교는 신분, 성별, 재산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붓다)는 크샤트리아 계급 출신으로, 카스트 제도에 의문을 품고 삶과 죽음,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했다. 그는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후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의 방법을 가르쳤다.

통일 제국의 등장과 불교의 황금기

기원전 4세기, 찬드라굽타 마우리아가 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을 세웠다. 특히 제3대 왕 아소카 시대에 마우리아 제국은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아소카왕은 칼링가 전쟁 후 불교에 귀의하여 자비로운 정치를 펼쳤고, 불교 포교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쿠샨 제국의 카니슈카왕 시대에는 불교가 티베트, 중국, 중앙아시아로 널리 전파되었다. 쿠샨 왕조는 대승불교를 신봉했으며,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간다라 미술 양식을 발전시켰다.

힌두교의 부활과 인도 황금기

4세기에 등장한 굽타 제국은 인도 역사의 황금기를 열었다. 이 시기에 전통 브라만교가 불교와 자이나교의 요소를 흡수하며 현대 힌두교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굽타 왕조는 왕권 강화를 위해 힌두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굽타 시대는 문학, 예술, 과학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루었다. 산스크리트 문학 작품과 아잔타 동굴 벽화 같은 예술 작품이 탄생했으며, 천재 학자 아리아바타는 천문학과 수학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남겼다. 특히 인도인들은 수학에서 ‘영(0)’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영을 누리던 굽타 제국은 내부 분열과 훈족의 침입으로 쇠퇴했고, 이후 인도는 다시 분열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슬람 세력의 등장으로 인도는 새로운 중세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