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부 vs 진료비 영수증, 의료기관, 수사기관 의료기록 열람 요구 시 법적 딜레마 직면…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야
지방에서 성형외과를 개업한 A 원장은 최근 뜻밖의 공문 한 통을 받았다. 경찰서에서 온 ‘협조 공문’이었다. 내용은 환자 한 명이 수술비를 부풀려 영수증을 위조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니, 진료비 계산서와 수술비 영수증 원본, 그리고 입원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었다. 공문에는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 경찰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 등 여러 법조항이 근거로 제시됐다.
A 원장은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료법상의 의무와 수사기관에 협조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환자 기록은 원칙적으로 제3자에게 열람이나 제공이 금지돼 있는데, 과연 이 공문만으로 기록을 내줘야 할까?

의료법 제21조, 환자 기록 보호의 최우선 원칙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 기록을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엄격히 금지된다. 이는 의료법 제21조(기록 열람 등)에 명시된 핵심 조항이며, 환자의 사생활 및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다. 의료법은 환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진료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사기관이라 할지라도 이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의료법 제21조는 예외적인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영장’에 의할 경우다. 이는 국가의 강제력 행사에 대한 헌법상의 영장주의 원칙을 의료 기록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즉, 환자 기록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강제로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경찰이 협조 공문에 근거로 제시한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2항(임의수사의 원칙)이나 경찰직무집행법 제8조 제1항(사실 확인) 등은 강제 처분이 아닌 임의 수사의 근거 조항에 불과하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이 공문에 따라 진료기록부를 제공할 경우, 이는 의료법 제21조의 예외 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의료법 위반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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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부와 진료비 영수증의 법적 경계 분석
수사기관이 요구하는 정보의 종류에 따라 의료기관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경찰이 요구한 정보는 진료비 계산서, 수술비 영수증 원본, 입원 여부 및 기간 정보다. 이 정보들이 의료법 제21조가 엄격히 보호하는 ‘진료기록부’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진료기록부는 환자의 질병명, 진단 과정, 치료 방법, 예후 등 의료 행위의 핵심 내용이 담긴 기록이다. 반면,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은 주로 회계 및 청구 목적으로 작성되는 부수적인 자료로 볼 수 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은 의료법 제21조에서 규정한 ‘본인에 관한 기록’ 중 민감한 진료 내용이 담긴 기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즉, 환자의 질병이나 치료 내용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회계 자료는 영장 없이도 임의제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입원 여부 및 기간 정보는 진료의 일부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이므로, 이 역시 환자의 진료 기록에 준하는 정보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을 제공하더라도, 환자의 질병명이나 구체적인 치료 내용 등 민감 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최대한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협조 공문은 어디까지나 임의 수사의 요청일 뿐이며, 의료기관이 환자의 핵심 진료기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형사소송법상의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장 없는 제공은 의료법 위반으로 이어져 환자로부터 고소당할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수사기관 의료기록 열람 요구 시, 영장주의 원칙 고수가 최선
의료기관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가장 안전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은 임의 수사의 영역이지만, 의료기관이 기록을 제공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법적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공문에 적힌 법조항이 아무리 많더라도, 의료법 제21조의 예외 조항인 ‘압수수색영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의료기관은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만약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계속해서 협조를 요청하고, 의료기관이 이에 응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다면, 반드시 환자의 진료기록부 원본이나 사본이 아닌, 진료비 계산서나 영수증 등 회계 관련 자료만을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해당 자료가 환자의 진료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진료기록부와 같은 핵심 기록을 영장 없이 제공하는 행위는 향후 환자로부터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당할 경우, 의료기관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적 딜레마 해소 위한 명확한 지침 필요성
이번 사례는 의료기관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법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수사기관의 공권력 행사와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 사이에서 의료기관은 명확한 법적 지침 없이 혼란을 겪고 있다.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요청한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기관은 환자의 비밀 유지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공문에 제시된 형사소송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에 현혹되기보다는, 의료법 제21조의 영장주의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수해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 스스로를 법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패이며,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진료기록부와 진료비 영수증의 법적 구별 여부를 떠나,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장 없이 제공된 정보는 나중에 의료기관에 치명적인 법적 책임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지금 김진환 변호사는 진료기록부와 진료비 계산서의 법적 경계에 대한 현장의 혼란이 크다고 지적하며, 비록 회계 자료라 할지라도 수술 여부나 입원 기간 등 민감한 진료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보건당국과 사법기관이 협의하여 영장 없이 제공 가능한 정보의 범위와 선별적 제공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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