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 WHO 탈퇴와 복귀 언급, 미국-이탈리아, WHO 탈퇴 논의 확산…트럼프의 계산된 행보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와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를 선언하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이용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자주의 협력 체계를 거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그는 WHO가 중국 중심적으로 운영되고, 미국에 과도한 재정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탈퇴를 공식화 하고, 취임식 직후 WHO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의회가 1948년 WHO 가입을 승인하며 통과시킨 결의안에 따르면, WHO 탈퇴 시 반드시 1년 전 서면 통보가 필요하며, 남은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미국이 WHO를 공식적으로 탈퇴한다면 그 시점은 1년 뒤인 2026년 1월 22일이 될 전망이다.

WHO와 미국의 갈등, 그 배경은?
미국과 세계보건기구(WHO) 간의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WHO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WHO가 팬데믹 확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난하며, “WHO는 세계 보건을 책임지는 기구로서 실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WHO가 미국의 재정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그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은 WHO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으며, 2020년 7월에는 WHO 탈퇴를 공식 발표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 결정은 국제사회의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고, 다수의 동맹국과 국제기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고, 미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하지만 이듬해 2월 후임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해당 통보를 철회한바 있다.

글로벌 협력의 위기
그간 WHO를 포함한 유엔 산하 기구들은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국제 공조를 주도해 왔는데, 이번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인해 WHO의 운영과 국제 보건 체계에 심각한 균열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WHO의 최대 재정 후원국인 미국의 탈퇴가 다른 회원국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에서도 WHO 탈퇴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은 WHO 탈퇴 법안을 발의하며, “기여금이 국내 보건 서비스에 더 유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반면, 야당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공중보건을 지키는 데 국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WHO는 약 9조 8천억 원 규모의 예산을 운영 중이며, 미국은 이 중 약 18%를 부담해 최대 재정 후원국이다. 만약 미국이 WHO에서 완전히 탈퇴한다면 WHO 예산의 약 18%가 사라지게 되어 다른 국가들의 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국제 공조의 시험대 올라
트럼프 행정부의 WHO 탈퇴는 다음 팬데믹 대응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 등의 협력이 중단되면, WHO의 정보 제공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WHO 탈퇴 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WHO는 세계 보건 문제를 조율하고,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주요 회원국들의 탈퇴는 이 기구의 재정적 기반과 운영 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WHO를 대체할 새로운 파트너를 찾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도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는 평가다. WHO의 법적 기반인 국제보건규칙(IHR)은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 위기 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강제성이 부족하다.

트럼프의 행보, 계산된 전략?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가능성을 언급해 혼란을 더하고 있다. 그는 이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WHO가 미국의 분담금을 현행 5억달러(약 7250억원)에서 3900만달러(약 560억원)로 줄여주겠다고 제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WHO 탈퇴 결정 및 복귀 가능성 언급은 단순한 국제적 갈등을 넘어, 그의 정치적 전략으로 평가된다. WHO와의 대립은 트럼프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국 견제라는 외교적 의제를 강화하는 데 활용된 측면이 크다.
또한, WHO를 비판하며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백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러한 행보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것인데, WHO 탈퇴 선언과 이후 복귀 가능성을 암시한 발언도 국제 기구를 통한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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