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에 즉각 철회, 행정·수사권 중첩 권력 남용 경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제도 도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깊은 분노를 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의협은 2026년 2월 6일 발표한 공식 입장을 통해 건보공단의 특사경 추진이 의료기관과의 관계를 계약 당사자에서 종속적 감독 관계로 변질시키고, 행정권과 수사권의 중첩적 권력 남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언급하며 특사경 제도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 이사장은 불법 개설기관(사무장 병원)이 수사 시작과 동시에 계좌를 빼돌리는 문제를 지적하며, 특사경 도입 시 공단이 즉시 계좌를 확인하여 국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또한 간담회 자료를 통해 ‘수사기간 단축’, ‘공단의 전문성 보유’, ‘불법 개설에 대한 집중 수사’ 등을 홍보하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러한 공단의 주장이 허구에 불과하며, 특사경 도입은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재정 절감 및 수사 단축 주장의 허구성 지적
건보공단은 특사경 도입의 주요 목적으로 ‘재정 누수 차단’과 ‘수사 기간 단축’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의협은 사무장 병원 조사가 오래 걸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해당 조사의 난이도가 높고 조사해야 할 부분이 방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단이 주장하는 속전속결식 수사는 필연적으로 부실 수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의협은 부실 수사로 인해 향후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건보공단은 이미 시행된 환수 및 지급 보류 금액에 이자까지 더하여 의료기관에 반환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재정 절감’과 ‘수사 기간 단축’은 특사경 도입의 실질적인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도입하더라도 기대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재정 누수 차단이라는 목적 자체는 특사경 도입 없이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기존 경찰 인력, 예를 들어 광역수사대나 형사기동대 등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적절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계약 당사자 지위 변질 및 진료권 위축 우려
의협은 건보공단이 의료기관과 수가 계약을 맺는 당사자이자 진료비를 지급 및 삭감하는 이해관계자 지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단 임직원에게 강제 수사권까지 부여된다면, 의료기관은 공단과의 대등한 계약 당사자 관계를 넘어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감독 관계로 전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종속적 관계는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방어적 진료를 양산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특히, 건보공단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행위는 채권자 또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에게 수사 권한을 주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는 법치국가 대원칙인 자력구제 금지 원칙을 공단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부당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공단의 방만 경영 지적 및 권한 남용 가능성 경고
의협은 특사경 권한 확보에 몰두하는 건보공단의 행태에 대해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정부 지침을 위반하여 약 6000억 원의 인건비를 과다 편성하고 이를 직원들끼리 나눠 가진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현재도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2022년 발생한 직원 횡령 사건과 이번 인건비 과다 편성 및 횡령 문제 등 고질적인 방만 경영 사례를 언급하며, 건보공단이야말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밝혀진 만큼 특사경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근거 없는 특사경 권한 확보에 몰두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특사경 도입은 필연적으로 건보공단의 권한 확장과 조직 규모 확대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행정권과 수사권의 심각한 중첩적 권력 남용을 야기할 것이므로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현지확인’으로 불리는 임의적 조사권 행사에서도 이미 인권 침해 및 영장주의 원칙 훼손 문제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 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인권 의식과 법률 소양 부족으로 인한 공권력 남용과 국민 기본권 침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고 의협은 강조했다. 특히 채권 회수라는 금전적 목적을 위해 수사권이 남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적정진료추진단 구성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
건보공단이 건보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구성한 적정진료추진단(NHIS-CAMP)을 통해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을 계도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의협은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환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적정한 진료를 수행하는 의사들을 마치 과잉진료를 일삼는 집단으로 호도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건보재정 고갈의 주원인은 의료 쇼핑 등을 통해 의료를 과다하게 이용하는 수진자들에게 있음을 감안할 때, 의사에 대한 진료권 제한보다는 수진자의 과다 이용을 규율하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의협은 주장했다. 아울러 과잉진료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단순 수치 분석에 의한 무분별한 규제보다는, 적정 진료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인 의사들이 의학적 타당성 검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헌적 문제 야기 가능성, 즉각 중단 촉구
대한의사협회는 수가 계약의 당사자인 건보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각종 위헌적, 위법적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시도는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에 대한 위해로 귀결될 것이 명백하다.
의협은 정부와 건보공단에 의료계의 정당한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추진하는 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 시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며, 기존 경찰력을 활용한 효율적인 재정 누수 방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