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임박, 전세 씨 마르자 매매도 막혔다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주택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임대인들은 서둘러 매물을 내놓지만, 정작 집을 사려는 매수자들은 입주 시점을 맞추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그 배경에는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른 상황에서 임차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갱신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구조적 충돌이 자리한다. 이로 인해 매도자와 임차인 모두 발이 묶이는 기이한 현상이 특히 서울 주택 시장 전반에서 관찰되고 있다.

세금 부담과 주거 안정, 충돌하는 두 개의 축
현재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는 ‘팔기도 어렵고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은 단순히 정책 변화 때문이 아니라, 서울의 구조적인 주택 점유 형태에서 비롯됐다. 서울시는 자가 비중이 약 44%인 반면, 임차 비중이 약 53%로 집을 빌려 사는 인구가 소유한 인구보다 많은 도시다. 집을 팔아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임대인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과 충돌하게 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2022년 도입되어 거래 절벽을 완화하려는 취지였으며, 현재는 2026년 5월 9일까지 계약분에 한해 일반세율이 적용된다. 이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 매도하려는 임대인은 늘었지만, 매수자가 당장 입주하기 위해서는 기존 임차인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대비 약 27% 감소한 2만 가구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임차인이 이사할 마땅한 집을 찾기 어렵다. 결국 임차인은 갱신권을 사용해 2년을 더 거주하려 하고, 이는 매수자의 실입주를 지연시켜 매매 거래 자체를 막는 결과를 낳았다. 세금 부담은 임대인에게 집중되지만, 이사 문제는 임차인의 발목을 잡는 이중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매도 시도와 갱신권 행사 사이의 역설적 거래 절벽
시장에서 관찰되는 현상은 역설적이다. 임대인이 매물을 내놓는 공급 시도는 늘었지만, 거래는 오히려 줄어드는 거래 절벽이 심화됐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도 시점을 맞추려 하지만, 임차인이 갱신권을 행사하면 해당 주택은 사실상 ‘투자 목적’의 매수자에게만 팔 수 있게 된다. 실거주를 원하는 매수자는 잔금을 치르고도 2년을 기다려야 하는 부담 때문에 매수를 망설린다. 이는 주택 매매 시장에 유동성 경색을 불러왔다.
특히 전세 매물 감소는 임차인에게 강력한 협상력을 부여했다. 임차인들은 급하게 이사할 경우 더 비싼 전셋집을 구해야 하거나, 아예 전세를 찾지 못해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갱신권을 사용해 2년간 주거 안정과 보증금 인상 제한(5% 이내)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이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자의 생존 전략을 취하면서, 주택 시장은 매도와 이사 모두가 어려운 경직된 상태에 놓였다.

임대인의 매도 압박 속, 임차인이 챙겨야 할 실전 가이드
임대인의 매도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시기일수록 임차인은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임대인이 집을 팔더라도 임차인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새로운 집주인(새 임대인)에게도 기존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새 임대인은 기존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
계약 만기가 다가올 때 주변 전월세 매물이 충분치 않다면, 갱신권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하게 이사하는 것은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갱신권을 사용하면 최소 2년간 주거 안정을 보장받고, 보증금 인상 폭도 법적으로 제한된다. 지금처럼 전세 물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결정을 미루는 선택’이 임차인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한, 임대인이 이사비를 지급하며 퇴거를 요구할 경우, 임차인은 돈보다 ‘갈 곳’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사비를 받아도 새로운 집의 보증금이 더 비싸거나, 전세 물량이 없어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면 실질적인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사비는 보상일 뿐 근본적인 주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 확보가 주거 안정의 핵심
임차인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사항은 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 ② 주변 전월세 매물이 충분한지 여부, 그리고 ③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유지되는지 여부다. 이 세 가지 안전장치가 확보된다면, 임대인의 매도 여부와 관계없이 임차인은 주도적인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주택 시장의 구조적 충돌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자신의 권리와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가 부족하면 임대인의 움직임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응한다면 주거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임대인의 세금 부담 완화와 별개로, 임차인의 주거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전세 매물 확보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