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대 정원 추계 과학 아닌 정치적 숙제” 논란 전면 비판… 보정심에 경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7학년도 의대 정원 최종 논의를 하루 앞두고, 정부가 진행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논의 과정에 심각한 결함과 왜곡이 있었다고 5일 밝혔다. 의협은 위원회 내부 위원의 사퇴 및 폭로를 근거로 “과학이 아닌 정치적 숙제처럼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부실한 추계 자료를 근거로 무책임한 결정을 강행할 경우 상응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의협은 지난 주말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의대 정원 문제는 반드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그리고 의과대학 교육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여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근 추계위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과 보도를 볼 때, 정부가 약속했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인력 수급 추계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 아닌 정치적 숙제”… 추계위 내부 결함 폭로
추계위 논의의 비정상적인 실상은 내부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추계위 일원이었던 이선희 이화여대 교수는 3년 임기 중 불과 5개월 만에 위원직을 사퇴하며 논란을 키웠다. 이선희 교수는 공개적으로 이번 논의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숙제처럼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교수는 중장기 인력 수급을 제대로 검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고작 4개월의 논의 기간을 지적했다. 더 나아가, 추계위 내부에서 논의된 내용과 실제로 외부에 발표된 내용이 다르다는 점에 깊은 실망과 허탈감을 표명했다.
다른 위원들로부터도 “정부 발표 자료는 실제 논의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정치적 결정에 가깝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협은 이는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추계위가 구조적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는 내부 고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아직도 마지막 12차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투명성 문제를 제기했다.
공급 추계 오류 지적… 외국 의대 졸업자 1,500명 간과
의협은 추계위의 공급 추계 과정에서 간과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최근 외국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예가 늘고 있으며, 이 수가 향후 10년 동안 최소 600명에서 700명 정도의 인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원 외 입학 인원 일부가 유지되는 것을 합치면, 최소 1,000명에서 1,500명이 2037년까지 추가로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된다고 의협은 분석했다. 의협은 이러한 추가 공급 인원이 추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는 부실한 추계의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문제는 반드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육 현장 붕괴 우려… 휴학생 복학 시 증원 효과 발생
의대 교육 현장의 한계 상황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의대 교육 현장은 강의실과 실습 공간이 부족하고, 지도 교수와 임상 실습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다. 졸업 후 수련에 대한 대비 역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협은 이런 상황에서 준비 없이 정원을 늘리면 교육의 질은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의사의 배출로 이어져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현재 24학번과 25학번 중 약 1,500여 명이 휴학 중인 상황을 언급하며, 교육 인프라 부족 문제를 강조했다. 의협은 이들 중 내년에 절반만 복학한다고 가정해도 27학번은 약 800명이 증원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현재 교육 현장이 이들을 소화해 낼 여력도 충분치 않은 현실에 더해 추가 증원을 강행하면 교육 현장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정심에 촉구, “미래 의료 방향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체”
의협은 내일(6일) 최종 논의를 앞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위원들에게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문제를 외면한 채 정해진 결론을 밀어붙이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의협은 거듭 강조하건대, 현재 그리고 다가올 2027년 의학교육 현장의 현실을 확인하고 의대 정원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보정심은 미래 우리 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체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약 정부가 부실한 추계와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무책임한 결정을 강행한다면, 협회는 그에 상응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경고했다. 의협은 현 정부가 이전 윤석열 정부와 똑같지 않음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며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