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환자 진료의뢰, 의학적 판단 시점 지나면 발급 의무 성립 안 돼… 의료기관 유의 필요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지정 병원 외 다른 병원에서 받은 과거 진료 기록에 대해 사후(事後)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미 진료가 종료된 건에 대해서는 진료의뢰서 발급 의무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심평원 ‘2025 알기 쉬운 의료급여제도’ 에서는 발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과거 날짜로 소급하여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는 행위는 허위 증명서 작성 및 의료법 위반 소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어서 의료기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사례는 특정 의원(A)을 지정병원으로 둔 의료급여 환자가 다른 의원(B) 진료를 위해 1회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았으나, 이후 주기적인 진료 시 매번 의뢰서를 받아야 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해당 기간에 대한 의뢰서 소급 발급을 요청하며 불거졌다. B의원에서 A의원에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청한 이 사안에 대해, A의원은 이미 종료된 과거 진료 건에 대해 의뢰서를 발급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의료급여 지정병원 제도, 예외 사항 엄격히 제한
의료급여 제도는 수급권자의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지정 병원 제도를 운영하며, 원칙적으로 지정 병원을 거쳐 다른 기관으로 진료를 의뢰받는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한다. 심평원의 ‘2025 알기 쉬운 의료급여제도’ 등에 따르면, 수급권자가 지정 병원 외의 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진료의뢰서가 필수다.
진료의뢰 없이 바로 상급 병원이나 다른 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은 매우 제한적이다. 여기에는 ① 응급환자 발생 시, ② 장애인 보조기기를 지급받는 경우, ③ 보건기관(보건의료원 제외)에서 외래진료 및 보건기관 처방에 의한 약국 이용 등이 포함된다. 이번 사례처럼 단순 통원 치료에 대해 환자가 절차 미인지를 이유로 소급 발급을 요청하는 것은 이 같은 예외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B의원에서 받은 주기적 진료는 원칙적으로 진료의뢰서가 매번 필요한 상황이다.
설령 해당 환자가 지정 병원 제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진료의뢰서의 유효기간 및 재발급 필요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는 지정 병원의 진료의뢰서 발급 의무를 소급적으로 발생시키는 요인이 될 수 없다. 의료기관은 절차 준수와 더불어 환자에게 이를 충분히 고지할 의무가 있지만, 이미 종료된 진료에 대한 사후 발급 의무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진료에 대한 의료급여 환자 진료의뢰, ‘의학적 판단’ 부재가 핵심
진료의뢰서 발급의 핵심은 ‘의학적 판단’이다. 진료의뢰서는 A의원과 같은 1차 지정 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한 후, 해당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근거로 상위 또는 타 전문 분야 진료가 필요하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될 때 발급하는 문서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거나 미래에 발생할 진료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번 사례와 같이 이미 B의원에서의 진료 행위가 종료된 과거 건에 대해 사후에 의뢰서를 발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뢰서 발급을 위한 의학적 판단은 환자를 진료하고 그 시점에서 향후 진료 계획을 세울 때 이루어져야 한다. 진료가 끝난 후에는 해당 진료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내릴 시점이 이미 지났으므로, 법적 의미의 진료의뢰서 발급 의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진료의뢰서란 단순히 행정 절차를 위한 서류가 아니라,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책임을 수반하는 의료 행위의 일환”이라며, “이미 종료된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의학적 필요성을 소급하여 증명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며, 이는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황마리 하이메디파트너스건강보험컨설팅 실장은 “진료의뢰서는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니라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향후 진료 계획을 세울 때의 의학적 판단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의료 행위이다”며, “이미 진료가 종료된 과거 시점에 대해 소급 발급을 요청하는 것은 의학적 판단의 시점을 벗어난 것이므로, 해당 의료기관에 법적 발급 의무가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허위 증명서 작성 금지: 의료법 제17조 위반 우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진료가 끝난 과거 날짜로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는 행위가 허위 증명서 작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의 교부) 위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은 의사 등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와 동일하지 않은 내용을 증명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만약 A의원이 실제 진찰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 날짜에 진료의뢰서를 소급 발급한다면, 이는 해당 시점에 의학적 판단을 내리고 타 병원 진료를 의뢰했다는 허위의 사실을 증명하는 행위가 된다. 이는 진료비 청구를 적정화하는 의료급여 제도의 근간을 흔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자체에 법적 리스크를 초래한다. 허위 진료의뢰서는 요양급여(또는 의료급여) 비용 청구 과정에서 부당 청구의 빌미를 제공하여 기관에 대한 행정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환자가 진료의뢰서 발급을 요청한 날짜에 A의원에서 실제 진찰이 이루어졌었다 하더라도, 그 시점에서 이미 B의원에서의 진료가 완료된 상태라면, 현재 시점에 와서 과거 진료의뢰서를 발급해줄 법적 의무는 없다. 진료의뢰는 진료가 예상되는 시점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적인 절차이자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지정 병원, 진료의뢰 절차 및 환자 고지 의무 강화해야
이번 사례는 의료급여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진료 절차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와, 이에 따른 의료기관의 난감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급여 환자는 비지정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원칙적으로 진료의뢰서를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점이 명확히 고지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은 환자가 첫 진료의뢰서를 요청할 때, 해당 의뢰서의 유효기간과 후속 진료 시 재발급의 필요성, 그리고 절차를 따르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급여상의 불이익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는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급 발급 요청 등의 민원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최청희 법무법인 CNE 대표변호사는 “이미 종료된 진료 건에 대해 과거 날짜로 진료의뢰서를 소급 발급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17조에서 금지하는 허위 증명서 작성에 해당할 위험이 매우 높다”며, “이는 부당 청구의 빌미를 제공하여 의료급여 제도의 근간을 흔들 뿐만 아니라, 발급 의료기관이 행정 처분 및 법적 리스크를 부담하게 됨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의료급여 제도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진료의뢰서 발급이 의사의 의학적 판단 시점과 연계되어야 하며, 과거 진료에 대한 소급 발급 요청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의료기관은 법적 리스크를 피하고 환자 혼란을 막기 위해 지정 병원으로서의 절차 준수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