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 300만 명 대규모 분석 결과, 1인 가구의 조기 사망 위험 27% 높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사회문화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했던 1인 가구 비중이 오는 2050년에는 39.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1인 가구의 건강 상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한국과 영국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인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사망 위험, 특히 65세 이전에 사망하는 조기 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내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약 15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약 244만 명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 약 50만 명 등 총 300만 명에 달하는 동·서양의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메이요 클리닉 프로시딩(Mayo Clinic Proceedings)’에 게재됐다.

한국과 영국 공통적으로 나타난 1인 가구의 높은 사망률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이나 동거인과 함께 생활하는 다인 가구와 비교했을 때, 1인 가구의 ‘전체 사망 위험’은 한국에서 25%, 영국에서 2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지표는 65세 이전에 생을 마감하는 ‘조기 사망 위험’이다. 한국의 1인 가구는 다인 가구 대비 조기 사망 위험이 35% 높았으며, 영국의 경우에는 무려 43%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인 가구가 단순히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장년층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보건학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사망 위험의 증가는 사회적, 생활습관적 요인뿐만 아니라 암이나 대사질환과 같은 기존 질병 유무를 보정한 후에도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이는 혼자 사는 형태 자체가 건강에 독립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거주 형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남성 1인가구와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 그리고 저소득층에서 이러한 사망 위험 증가 폭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 일 대만 대졸 초임 규모 간 격차: 한국 대기업 133.4 vs 일본 대기업 114.3 (소기업=100)
독거 생활 5년이 건강의 임계점, 가구원 수 많을수록 위험 감소
이번 연구에서는 혼자 산 기간과 가구의 규모가 사망 위험에 미치는 상관관계도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분석 결과, 1인가구로 전환된 초기나 5년 미만으로 거주한 경우에는 다인 가구와 비교해 사망 위험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거 생활이 5년 이상 지속될 경우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장기적인 고립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누적적인 악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반대로 가구 구성원의 수가 늘어날수록 사망 위험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두 명 이상이 함께 거주하는 가구부터는 유의미한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관찰됐으며,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건강 보호 효과는 더욱 강화됐다. 이는 함께 사는 가족이나 동거인이 존재할 때 서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위급 상황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망 위험 높이는 최대 원인은 ‘저소득’과 ‘고립감’
1인 가구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구체적인 매개 요인에 대한 정밀 분석도 진행됐다. 분석 결과, 사망 위험 증가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제적 요인인 ‘소득 수준’으로 나타났다. 소득은 전체 사망 위험 기여도의 약 42.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 매개 요인으로 꼽혔다. 경제적 빈곤이 영양 불균형,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저하 등으로 이어지며 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고리가 된 것이다.
사회적·심리적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했다. 타운젠드 박탈 지수로 대표되는 사회적 박탈감이 25.9%, 고독감이 10.9%, 우울 증상이 6.3%의 기여도를 보였다. 대사 지표 중에서는 당화혈색소(HbA1c)와 C-반응성 단백질이 주요한 매개 효과를 나타냈으며, 질환별로는 심혈관질환의 매개 효과가 가장 컸고 당뇨병과 고혈압, 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결론적으로 1인 가구의 건강 위협은 경제적 결핍과 정서적 고립,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 시 사망 위험 최대 75%까지 급감
절망적인 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1인 가구가 생활습관을 개선할 경우 사망 위험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함께 증명했다. 비음주(절주), 비흡연, 규칙적인 운동이라는 세 가지 건강 생활습관을 모두 실천하는 1인 가구는 이를 실천하지 않는 1인 가구에 비해 전체 사망 위험이 한국에서 57%, 영국에서 64% 감소했다. 조기 사망 위험의 경우 감소 폭은 더욱 커져 한국 44%, 영국은 75%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이러한 건강 생활습관의 보호 효과는 다인 가구보다 1인 가구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혼자 사는 이들에게 건강한 습관이 독거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취약성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기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금연이나 운동과 같은 개인적인 노력이 1인 가구라는 환경적 불리함을 극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이번 대규모 연구 결과는 1인 가구의 증가가 단순한 주거 형태의 변화를 넘어 공공보건의 중대한 위기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특히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고립이 질병 자체보다 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보건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1인 가구, 특히 저소득층과 고립 계층을 위한 맞춤형 만성질환 관리와 더불어 사회적 지지망을 강화하는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의료급여 환자 진료의뢰: ‘과거 진료분’ 소급 발급 요청, 허위증명 소지 ‘발급 의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