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감염병의 공습, 인도 니파바이러스부터 페루 뎅기열까지 유행 확산…
2026년 새해 초입부터 지구촌 곳곳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니파바이러스부터 기후 변화의 여파로 확산 중인 페루의 뎅기열, 그리고 일상적인 건강보조식품마저 위협하는 미국의 살모넬라균까지 감염병의 위협은 국경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인류를 압박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해외 여행객 증가와 기후 위기가 맞물리면서 감염병 전파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철저한 개인위생과 국가적 방역 체계 점검을 촉구하고 나섰다.

19년 만에 돌아온 침묵의 살인자, 인도 서벵골주 니파바이러스 비상
인도 서벵골주에서 치명률이 매우 높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해 현지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발생은 해당 지역에서 지난 2007년 마지막 보고가 있은 후 약 19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라 충격을 더하고 있다. 2026년 1월 11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2명이 의심 사례로 보고된 후 국립바이러스연구소에서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 중증 상태로 관리받고 있으며, 의료진과 가족 등 접촉자 120여 명에 대한 격리 조치가 시행됐다.
역학 조사 결과, 이번 유행의 시발점은 지난해 12월 말 사망한 한 여성으로 추정된다. 이 여성은 사망 전 대추야자 수액을 섭취한 이력이 확인됐으며, 발열과 구토, 의식 상실 등 니파바이러스 특유의 증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감염된 과일박쥐가 남긴 배설물이나 타액에 오염된 대추야자 수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됐고, 이후 병원 내에서 의료진에게로 사람 간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니파바이러스는 잠복기가 4일에서 14일에 이르며, 뇌염이나 뇌부종을 유발해 치명률이 40%에서 최대 75%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인도 보건 당국은 현지에 중앙합동대응팀을 파견하고 의료기관 내 전파 차단을 위한 특별 지침을 발표하는 등 추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 위기가 불러온 역설, 페루 전역 뎅기열 확산에 ‘역학 경보’ 발령
남미의 페루는 뎅기열 환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국가적인 역학 경보를 발령했다. 페루 보건부는 지난 1월 9일, 일부 지역의 환자 발생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자 민간과 의료계의 대비를 촉구하는 경보를 내렸다. 2025년 한 해 동안 페루에서는 약 3만 9천 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54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2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층에서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이 198.66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치명률 또한 0.6%로 높게 보고되어 전 연령대에 걸친 주의가 요구된다.
페루의 뎅기열 유행은 기후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엘니뇨 현상과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장마가 시작되면서 매개체인 모기의 번식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페루에서는 뎅기열 바이러스 1형, 2형, 3형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으며, 특히 3형의 새로운 계통이 출현해 중증 환자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 보건 당국의 예측에 따르면 오는 3월까지 약 3만 4천 명 이상의 추가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의료 수요 급증에 따른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국내 발생 사례는 없으나, 해외 유입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여행객들의 모기 기피제 사용 및 방충망 확인 등 철저한 예방 수칙 준수가 강조된다.
정재화 서울 민병원 내과 진료원장은 “최근의 글로벌 감염병 동향은 기후 변화와 국제적 교류 증가가 어떻게 질병의 지도를 바꾸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도와 페루의 사례처럼 과거의 질병이 재출현하거나 특정 지역의 풍토병이 급격히 확산하는 현상은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 방역 당국은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은 제1급 감염병인 니파바이러스 등에 대해 감시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하며, 국민 개개인 역시 위험 지역 방문 시 현지 주의사항을 엄격히 준수하는 시민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을 파고드는 위협, 미국의 살모넬라와 대만의 A형간염 유행
선진국과 인접 국가에서도 감염병의 습격은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건강보조식품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21개 주에서 4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조사 참여자의 80%가 특정 브랜드의 ‘슈퍼 그린’ 분말 제품을 섭취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유전학적 분석 결과 환자들에게서 분리된 병원체가 동일한 식품에서 유래했음이 확인됐다. 미 보건 당국은 해당 제품을 즉각 리콜 조치하고, 설사와 고열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살모넬라균은 흔히 자연 회복된다는 인식 때문에 실제 환자 규모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은 A형간염 발생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비상이 걸렸다. 2025년 한 해에만 477명의 확진자가 보고됐는데, 이는 2016년 대규모 유행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전체 환자의 대다수가 국내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인됐으며, 20대와 30대 남성층에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대만 보건 당국은 젊은 성인층의 낮은 항체 보유율과 안전하지 않은 밀접 접촉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조사 결과 21세에서 40세 사이의 항체 양성률은 약 10% 수준에 불과해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대만 당국은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개인위생 관리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보건 안보의 핵심은 예방과 신속한 대응, 개인위생이 최선의 방어막
전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세 속에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일 수 없다. 질병관리청은 전 세계 감염병 발생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니파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보고 사례는 없으나 치명률이 워낙 높아 이미 제1급 감염병 및 검역감염병으로 신규 지정해 관리 중이다. 뎅기열 역시 동남아시아와 남미 방문객을 중심으로 매년 백여 명 이상의 유입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공항과 항만에서의 검역이 한층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예방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은 결국 ‘손 씻기’와 ‘익혀 먹기’라고 입을 모은다. A형간염이나 살모넬라균 같은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해외여행 전 방문 지역의 감염병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백신 접종이나 예방약을 처방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람이 많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하는 생활 습관이 정착돼야 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감염병은 이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타고 흐르는 공동의 위협이다. 인도 서벵골주의 니파바이러스나 페루의 뎅기열 유행은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단 몇 시간 만에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실체적인 위험이다. 국가 차원의 검역 강화도 중요하지만, 여행 중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오염 가능성이 있는 수액이나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등 개인의 주의가 보건 안보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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