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당 섭취 1위, 전문가는 “GI/GL 지수 고려해야”
매일 아침 ‘금사과’라도 사과 한 알을 챙겨 먹는 것이 건강의 상징이 된 시대다. 사과는 비타민과 섬유질이 풍부하여 늘 권장되는 대표적인 건강 식품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통계는 이러한 상식에 강력한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가 흔히 경계하는 가공식품이나 탄산음료를 제치고, 사과가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당 섭취량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식품으로 공식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탄산음료나 주스보다 ‘천연 식품’인 사과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당을 섭취하고 있다.
이 통계 결과는 우리가 건강한 식습관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당’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이해하고 섭취를 조절해야 할까? 사과를 포함한 과일 섭취를 줄여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통계가 놓치고 있는 더 중요한 건강 지표가 있는 걸까?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질병관리청 통계: 국내 당 섭취 주요 급원식품 1위는 ‘사과’
질병관리청이 1세 이상 분석 대상자 6,8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신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 섭취 습관에 대한 놀라운 실태가 드러났다. 2023년 12월 질병관리청이 공식 발표한 ‘제9기 1차년도(2022)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국내 당 섭취 주요 급원식품 1위는 사과였다. 사과를 통한 1일 당 섭취량은 3.93g으로, 전체 당 섭취량 중 6.9%를 차지했다.
사과에 이어 당 섭취 2위는 탄산음료가 차지했다. 탄산음료를 통한 섭취량은 3.55g(섭취 분율 6.2%)으로, 사과와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3위는 우유로 3.40g(5.9%)이었다. 이 통계는 국민들이 일상에서 당을 섭취하는 경로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과일과 유제품에서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일 섭취량이 증가했고, 특히 접근성이 좋고 비교적 저렴한 사과를 꾸준히 섭취한 결과, 누적 섭취량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당의 총량만으로 식품의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 통계를 통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부터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총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해 왔으며, 이러한 정책적 기조는 2021년 ‘제2차 당류 저감 및 절당 식생활 가이드’로 이어지며 과일 등 천연 식품을 포함한 균형 잡힌 당 섭취를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단백질, 지방, 나트륨 주요 급원식품 순위 분석
당 외에도 한국인의 주요 영양소 섭취 경로가 이번 통계에서 상세히 밝혀졌다. 전통적인 주식인 멥쌀은 여전히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압도적인 위치를 지켰다. 한국인의 에너지 주요 급원식품 1위는 멥쌀로, 1일 섭취량 428.5㎉를 제공했으며 전체 에너지 섭취 분율의 23.2%를 차지했다. 2위는 돼지고기(101.9㎉, 5.5%), 3위는 빵(68.6㎉, 3.7%)이 뒤를 이었다.
단백질과 지방의 주요 공급원은 육류였다. 단백질 급원식품 1위는 돼지고기였으며, 섭취량 8.82g, 섭취 분율 12.3%를 기록했다. 2위는 멥쌀(8.02g, 11.2%), 3위는 닭고기(6.99g, 9.7%) 순이었다. 지방 급원식품 역시 돼지고기가 1일 6.75g(12.9%)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소고기(5.20g, 9.9%), 콩기름(4.00g, 7.6%)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국인의 식생활이 육류 소비를 중심으로 고단백, 고지방 식단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나트륨 급원식품에서는 전통적인 장류와 김치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주요 나트륨 급원식품 1위는 소금 자체였으며, 1일 섭취량 490.4㎎으로 전체 나트륨 섭취량의 15.6%를 차지했다. (배추)김치가 2위(357.5㎎, 11.4%), 간장이 3위(325.8㎎, 10.4%)를 기록했다. 이는 국물 문화와 반찬 위주의 식습관에서 소금 및 장류를 통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2021년 ‘제2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통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나트륨 줄이기 실천음식점’ 지정 등 생활 밀착형 감량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신영태 가정의학과 전문의(제주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사과가 당 섭취 1위라는 통계는 섭취 빈도와 양이 많기 때문”이며, “중요한 것은 사과 속의 섬유질이 당의 급격한 흡수를 막아 탄산음료와 같은 정제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3년 5월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진료지침’에 따르면, 단순당이 아닌 과일 속 복합당은 섬유질과 함께 섭취될 때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며, 특히 사과에 함유된 펙틴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단순 당 섭취량 넘어, GI/GL 지수로 건강을 해석해야
사과가 당 섭취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과가 탄산음료만큼 해롭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당의 총 섭취량뿐만 아니라, 해당 식품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혈당지수(GI 지수)와 혈당 부하 지수(GL 지수)까지 고려해서 식품 섭취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력히 조언한다.
사과는 비록 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지만, GI나 GL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성분 중 섬유질이나 기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여 당 흡수를 늦추고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탄산음료나 일부 가공식품은 흡수 속도가 빨라 급격한 혈당 변화를 유발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됐다.
따라서 이번 통계는 사과를 피해야 한다는 메시지 대신,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의 종류와 질을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가공식품과 정제된 당의 숨겨진 섭취 경로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칼로리 섭취량’이나 ‘당 총량’을 넘어, 식품의 질과 혈당 반응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입체적인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진정한 건강 관리는 통계 숫자에 대한 피상적인 반응이 아니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의 성분을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재화 소화기내과 전문의(서울 민병원 내과 진료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통계가 한국인의 식단이 고단백, 고지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나트륨 급원식품 순위에서 드러나듯 국물 및 장류를 통한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공중보건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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