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공정성 스스로 훼손, 의협, “진료비는 노동투입량 아냐”…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 산출 방식 맹공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5일 제46차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결과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해당 결과를 향후 의대정원 증원의 근거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추계위 결과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추계를 도출해 사회적 논란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학교육의 자주성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결과 논란: ‘불완전한 결과’
의협은 추계위원장이 위원들의 동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반박 자료를 발표한 행위가 추계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위원회 운영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이에 대해 추계위원들이 위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6년 1월 12일 배포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관련 설명자료(반박자료)’에서 안형식 추계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추계위의 결과는 위원 개인의 의견이 아닌, 지난 15개월간 12차례의 회의를 거쳐 도출된 데이터의 객관적 산물”이라며, “위원장으로서 잘못된 사실관계가 확산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행정적 권한 내에서 자료를 발표한 것이며, 이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은 2026년 1월 15일 오전 긴급 백브리핑을 통해 “추계위원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위원장의 자료 발표는 위원회 내에서 충분히 논의된 과학적 지표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행정적 절차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하며 위원회 운영에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협회는 현재 의대 교육 환경이 2024년, 2025년 학번의 ‘더블링’과 추가 학기제 등으로 인해 혼란이 현재 진행형이며, 교수들의 어려움 역시 증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양성 과정의 핵심 고려사항은 교육 여건이며, 교육 현장의 정상화 과정이 선행된 후에야 정원 논의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또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의대정원 증원을 전제로 증원된 정원을 지역의사제 전형에 활용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법안 취지 해석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추계위가 지역의사제 정원 반영과 관련된 결과를 추후 과제로 미뤄두었기 때문에, 결국 법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추계위의 결과 발표가 미흡하고 불완전한 결과 발표였음을 재차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결과 논란에 방법론적 문제 제기
한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정연)은 추계위의 ‘의사인력 수급추계 관련 설명자료’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입장을 밝혔다. 의정연은 추계위가 장기 추계에 부적합한 ARIMA 모형을 주 모형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우려했다. ARIMA 모형은 과거 데이터의 관성으로 인해 인구구조 변화나 정책적 개입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고, 특이 값(Outlier)이 미래 예측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26년 1월 14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ARIMA 모형은 OECD 등 국제기구와 미국(HRSA), 일본 등 주요국에서 인력 수급 추계 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시계열 분석 기법이며, 추계위는 2050년까지의 인구 고령화 가중치를 별도의 ‘조성법 시나리오’와 교차 검증하여 최적의 값을 도출했다”고 설명하며 방법론적 정당성을 옹호했다.
실제로 추계위의 11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ARIMA 방식으로 산출된 의료 수요(외래일수)는 2050년에 국민 1명(60~64세 남자 기준)이 연간 34~35일 병원을 방문한다는 비상식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대해 안형식 위원장은 1월 12일 반박 자료를 통해 “2050년 외래 방문일수 34일은 통계적 오류가 아니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0%를 상회하는 초고령 사회의 필연적인 의료 수요 폭발을 경고하는 과학적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이를 비상식적이라고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외면하는 비과학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의정연은 이는 미래 인구 감소를 무시하고 의료 이용이 무한대로 폭증할 것이라는 비과학적 전제를 깔고 있으며, 결국 ‘의사 부족’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과거의 폭증하던 기울기를 미래로 연장시켜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데이터 사용 기간(2000~2024년)에 대해서도 ‘구조적 변화’를 은폐한 명백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추계위는 샘플 크기를 이유로 2000년부터의 데이터를 고집했으나, 의료 이용 패턴이 2010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달라졌다는 구조적 변화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의정연의 분석 결과, 2004~2010년 입원일수 연평균 증가율은 11.8%로 폭발적이었으나, 2010~2023년에는 1.9%로 안정화됐다. 예측의 정확도는 ‘데이터의 길이’가 아니라 ‘데이터의 적합성’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며, 추계위가 최소한의 민감도 분석조차 수행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이에 대해 안형식 위원장은 1월 12일 설명자료를 통해 “의정연의 주장과 달리 위원회는 AI 생산성 향상 변수와 인구 감소 시나리오를 조합한 총 27종의 민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을 이미 수행했다”며,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극단적으로 높게 가정한 보수적 시나리오 하에서도 2035년 기준 최소 1만 명 이상의 의사 인력 부족이 일관되게 도출되었다”고 분석 수치를 공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진료비 기준 업무 조정비 산출, ‘노동 투입량’ 통계 왜곡 지적
의정연은 입원·외래 업무 조정비 산출 시 ‘진료비’를 의사의 노동투입량 대리 지표로 사용한 것에 대해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진료비는 병원의 매출이지 의사의 노동투입량이 아니며, 고가 장비비(MRI, CT 등)와 재료비가 의사의 노동투입량으로 둔갑되어 필요 의사 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입원·외래 업무조정비(3.9:1)는 의사가 오더만 내리면 기계가 수행하는 고비용 검사가 의사가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보다 더 큰 업무량으로 계산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이에 대해 “진료비 데이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실제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이며, 외래 대비 입원 진료의 난이도와 시간 투입량을 상대가치점수(RVU)와 연동하여 보정했기 때문에 통계적 왜곡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추계위가 상대가치점수(RVU) 자료의 불완전성을 이유로 배제했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 의정연은 의료행위에 국한하여 ‘의사업무량 점수’ 등을 활용하면 의사 투입 시간을 활용하여 업무 조정비를 충분히 보정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정교한 분석을 포기하고 ‘진료비’ 자료를 대리 지표로 사용한 것은 분석센터나 정부의 의지 부족과 직무유기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I 생산성 향상 희석 및 시나리오 적용 거부 문제
의정연은 추계위 결과가 AI 생산성 근거(6%)와 근무일수 감소(5%)를 동시 적용한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추계위가 인용한 OECD 문건의 10년간 보건의료 생산성 6% 향상은 의사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전체 인력에 대한 평균치(연평균 약 0.6%p)이며, 실제 AI로 인한 의사의 생산성 향상은 국제 논문에서 30~50%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추계위가 OECD 근거인 10년이 아닌 15년 기간을 임의로 늘려 적용함으로써 연간 증가율을 고의로 희석시켜 연복리 0.04%라는 지극히 낮은 수치만 반영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2024년 데이터에 이미 AI 효과가 반영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의료 AI 도입은 이제 시작 단계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밝혔다. 미래의 폭발적인 기술 발전 기여분을 ‘0’에 가깝게 취급한 것은 미래 예측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의사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상쇄시킨 것에 대해서도, 의사의 근무일수 감축은 제도화가 확정된 정책이 아니므로 추계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성법 시나리오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추계위가 조성법이 결정론적 모형이라 시나리오 적용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리한 추계 결과를 감추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조성법은 ARIMA 모형에 비해 의사 부족분이 현저히 적거나 공급 과잉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어, 여기에 미래 의료환경 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의사 공급 과잉’ 결론이 명백해지기 때문에 추계위가 방법론적 적절성을 핑계 삼아 시나리오 적용을 원천 봉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정연은 정부가 유리할 때만 국제 기준을 들먹이고 불리할 때는 외면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이번 추계가 ‘답을 정해놓은 요식행위’였음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결론지었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법안, ’15년 강제 복무’ 기본권 침해 우려
의협은 이수진 의원 발의의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의료 인력 양성의 근본 원칙과 헌법적 가치,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공식 입장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해당 법안이 공공의료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의료 인력을 국가가 장기간 강제 배치·관리하는 제도로서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학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15년간의 의무 복무를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한 조항은 전문의 수련 기간과 군 복무를 고려하면 사실상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 국가가 지정한 지역과 기관에서 강제 근무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학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 훼손 문제도 제기됐다. 의학교육이 교육부 소관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총장 선임 승인, 예산 승인, 지도·감독 등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행정 권력의 직접적 개입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의료 인력 양성을 교육적 목표가 아닌 단순한 인력 수급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의협의 반발에 대해 “국립의전원법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며, 헌법재판소의 과거 판례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중보건의사 등의 강제 복무는 직업의 자유에 대한 정당한 제한으로 인정된 바 있다”고 강조하며 국회 입법 과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협은 막대한 국가 재정 부담을 초래할 새로운 학교 설립보다는,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처우 개선과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더 이상의 의대 신설은 교수 확보, 교육병원의 질적 담보 등의 이유로 부적절하며, 현재 많은 의과대학들이 현 상황의 유지도 어려운 상황임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료 인력을 강제 복무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으며, 합리적인 보상과 근무 여건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 놓치면 후회하는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