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나눔의 2026 음성품바축제가 전하는 거지성자의 위대한 유산
1970년대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 다리 밑에는 병들고 굶주린 이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 사이에는 자신도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깡통을 들고 마을을 도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최귀동. 사람들은 그를 ‘거지’라 불렀지만, 그는 구걸조차 할 힘이 없는 동료들을 위해 밥을 얻어다 먹이는 성자였다.
이 숭고한 희생정신은 훗날 한국 최대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 설립의 씨앗이 됐다. 2026년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음성 설성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나눔의 음성품바축제는 바로 이 한 사람의 삶에서 시작된 기적을 기념하는 자리다.

깡통 소리에 담긴 박애의 정신, 최귀동 할아버지의 일생
음성품바축제의 뿌리는 깊고도 따뜻하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끌려갔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최귀동 할아버지는 고향 무극천 다리 밑에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이들을 발견했다. 그는 스스로 걸인이 되어 40여 년간 밥을 얻어다가 병든 동료들을 먹여 살렸다.
1976년, 이 광경을 목격한 오웅진 신부는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꽃동네를 세우기에 이른다. 축제는 단순히 먹고 즐기는 유흥을 넘어, 한 인간이 보여준 극한의 이타주의를 계승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최귀동 할아버지가 들었던 깡통은 이제 빈곤의 상징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무한한 사랑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해학과 풍자로 빚어낸 카타르시스, 품바의 문화적 가치
품바라는 단어에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각설이 타령의 후렴구에서 장단을 맞추는 의성어라는 설부터, 입으로 뿜어내는 소리라는 의미까지 다양하다. 역사적으로 품바는 장돌뱅이와 각설이들이 세상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풍자하며 내뱉던 민초들의 언어였다.
음성품바축제는 이 전통적인 품바의 해학에 최귀동 할아버지의 박애 정신을 결합했다.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 빈곤과 소외감을 품바의 익살스러운 몸짓과 날카로운 풍자로 씻어내는 과정이다. 축제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엿가위 소리와 품바 타령은 관객들에게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치유하는 힘을 발휘한다.

래퍼와 품바의 만남, 전통을 넘어 현대와 호흡하는 축제
2026년 음성품바축제는 전통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세대를 아우르는 변화를 시도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국 품바 래퍼 경연대회다. 과거의 각설이 타령이 가졌던 저항 정신과 리듬감이 현대의 힙합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젊은 층은 래퍼 캠프와 댄스 퍼포먼스 대회를 통해 품바 정신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또한, 전국 품바 길놀이 퍼레이드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수많은 참가자가 품바 분장을 하고 거리를 메우며 장관을 연출한다. 품바 하우스 짓기 경연대회는 과거 걸인들의 거처를 재현하며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축제가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살아있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2026년 6월 설성공원에서 피어날 인류애의 향연
축제가 열리는 음성읍 설성공원은 6월의 푸르름과 함께 사랑의 열기로 가득 찰 예정이다. 천인의 비빔밥 나누기 행사는 축제의 핵심 가치인 ‘나눔’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커다란 양푼에 담긴 비빔밥을 수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으며, 최귀동 할아버지가 실천했던 공동체 정신을 되새긴다.
2026년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이 여정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여전히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누더기를 걸치고 얼굴에 검댕을 칠한 품바들의 웃음 뒤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을 실천했던 한 인간의 향기가 배어 있다. 올여름, 음성에서 울려 퍼질 깡통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희망의 타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