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돌연사의 주범 브루가다 증후군 심전도 분석을 통한 야간 급사 위험군 선별과 유전적 기전 정밀 진단
평소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야간 수면 중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는 유가족과 사회에 큰 충격을 준다. 이러한 비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질환이 심장혈관흉부외과 및 순환기내과 영역에서 다뤄지는 브루가다 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심장의 구조적인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하여 심정지에 이르게 하는 유전성 심장 질환이다. 특히 동양인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며,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수면 중에 증상이 발현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과 관리가 매우 까다로운 질환으로 분류된다.
브루가다 증후군은 심장 근육 세포의 이온 통로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하기 위해서는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이온이 세포막을 적절히 통과하며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유전적 변이로 인해 이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 심실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한다. 2022.08.26. 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유럽심장학회(ESC)의 ‘2022 ESC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patients with ventricular arrhythmias and the prevention of sudden cardiac death’ (저자 Katja Zeppenfeld 등)에 따르면, 이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해 심전도 검사의 특이 파형 분석과 위험군에 대한 유전자 선별 검사가 표준 진단 지침으로 권고되고 있다.

야간 수면 중 발생하는 치명적 부정맥의 실체
브루가다 증후군은 1990년대 초반 처음 학계에 보고된 이후, 돌연사 사례의 주요 원인으로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됐다. 이 질환은 주로 휴식기나 수면 중에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될 때 부정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환자들은 수면 중 괴상한 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이거나, 갑작스러운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심장이 정상적인 펌프 기능을 상실하여 뇌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대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질환의 위험성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1992.11.15.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발표된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Vrije Universiteit Brussel)의 브루가다 형제(Pedro Brugada, Josep Brugada) 교수팀의 연구(‘Right bundle branch block, persistent ST segment elevation and sudden cardiac death: a distinct clinical and electrocardiographic syndrome’) 결과, 심장에 구조적 결함이 없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우각차단과 지속적인 ST절 상승이 급사로 이어지는 독특한 임상적 증후군임이 규명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찰 대상 환자들 중 상당수가 짧은 기간 내에 치명적인 심실 부정맥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전도 검사로 확인하는 특유의 파형 변화
브루가다 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진단 도구는 12유도 심전도 검사이다. 심전도상에서 우측 흉부 유도(V1~V3)의 ST분절이 돔(Dome) 모양이나 안장(Saddle-back) 모양으로 상승하는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이를 각각 Type 1, Type 2, Type 3 파형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Type 1(Coved type) 파형은 ST분절이 2mm 이상 상승한 후 하향 곡선을 그리며 T파가 역전되는 형태로, 브루가다 증후군 확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특이 파형이 항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사 당시에는 정상적인 파형을 보이다가도 발열, 약물 복용, 식사 후, 혹은 특정 시간에만 일시적으로 파형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필시카이니드’나 ‘아이말린’과 같은 나트륨 통로 차단제를 투여하여 잠재된 파형 변화를 유도하는 유발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밀 검사는 심장 급사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선별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나트륨 이온 통로 유전자 변이와 가족력의 상관관계
브루가다 증후군은 명백한 유전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전달될 확률이 50%에 달한다. 2021.03.22. Journal of Personalized Medicine에 게재된 ‘Brugada Syndrome: Genetics and Management’ (저자 Ibrahim El-Battrawy 등)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SCN5A를 포함하여 약 4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것은 나트륨 이온 통로를 담당하는 SCN5A 유전자이다.
유전적 기전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학술적 성과를 통해 입증됐다. 1998.03.19. Nature에 발표된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Vanderbilt University) Qing Chen 교수팀의 연구(‘Genetic basis and molecular mechanism for idiopathic ventricular fibrillation’) 결과에 따르면, 특발성 심실세동 환자들에게서 SCN5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해당 연구는 나트륨 이온 통로의 기능 저하가 심장의 전기적 불안정성을 유발하고, 이것이 결국 치명적인 부정맥인 심실세동으로 이어진다는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임상적 진단 기준과 돌연사 예방을 위한 대응
브루가다 증후군 환자의 치료 목표는 부정맥으로 인한 급사를 예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약물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하고 입증된 예방법은 삽입형 제세동기(ICD) 시술이다. ICD는 환자의 체내에 삽입되어 심장 박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다가,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면 즉시 전기 충격을 가해 정상 맥박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환자가 시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신 경험이 있거나 이미 심정지에서 회복된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강력히 권고된다. 반면 증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가족력, 유전자 변이 여부, 유발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체온이 오르면 부정맥 위험이 커지므로 고열 발생 시 즉시 해열제를 복용해야 하며, 심장의 나트륨 통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 약물의 복용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나 피로 역시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부정맥을 촉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의료계는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정밀한 위험도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정기적인 심전도 모니터링과 생활 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 중 원인 불명의 급사 사례가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잠재적 돌연사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