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대신 땀,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분석 결과, 주 150분 이상 1년 이상 운동 지속 시 우울 증상 위험 최대 57% 감소 확인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이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꾸준한 신체 활동이 우울 증상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운동이 좋다”는 통념을 넘어, 어떤 강도의 운동을 얼마나 지속해야 실질적인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남녀 1만 9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 결과를 지난 2025년 12월 3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운동의 종류와 빈도, 그리고 지속 기간이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 것으로, 스포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BMC Sports Science, Medicine and Rehabilit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걷기부터 스포츠까지, 움직이는 만큼 밝아지는 마음
연구팀은 운동의 유형을 크게 걷기 운동,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저항성 운동), 스포츠 활동 등 네 가지로 분류해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집단과 비교했을 때 어떤 형태로든 몸을 움직인 집단은 우울 증상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벼운 산책이나 산보를 포함한 ‘걷기 운동’을 수행한 경우 우울 증상 위험이 19% 낮아졌다. 숨이 찰 정도의 빠른 걷기나 조깅, 수영 등을 포함한 ‘유산소 운동’은 41%, 기구 등을 이용해 근육을 단련하는 ‘근력 운동’은 40%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특히 규칙과 경쟁이 수반되는 구기 종목 등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 경우, 우울 증상 위험이 무려 46%나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체적 활동 강도가 높고 구조화된 운동일수록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역학과 박재호 책임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울 및 불안 증상 완화를 위해 주당 최소 150분의 유산소 운동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운동 유형과 수행 수준에 따른 구체적인 위험 감소 효과를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스포츠 활동과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포함된 운동이 우울증 예방에 더욱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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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50분·1년’, 우울증 예방의 골든타임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운동의 ‘지속성’이다. 연구팀은 단순히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넘어, 주당 운동 시간과 지속 기간에 따른 효과 차이를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운동의 종류와 관계없이 ‘주 150분 이상’의 빈도로 ‘1년 이상’ 꾸준히 운동을 지속했을 때 우울 증상 예방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준(주 150분 이상, 1년 이상)을 충족했을 때, 걷기 운동은 우울 증상 위험을 31% 낮췄다. 유산소 운동은 48%, 근력 운동은 45%까지 위험도를 떨어뜨렸다. 가장 두드러진 효과를 보인 스포츠 활동의 경우, 이 기준을 충족하면 우울 증상 위험이 최대 57%까지 감소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절반 이상의 우울 위험을 땀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운동을 지속한 기간이 12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우울 증상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단기간의 이벤트성 운동보다는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은 장기적인 신체 활동만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체계나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 등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작심삼일 운동으로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어렵다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고령층을 위한 희망, ‘걷기’의 재발견
고강도 운동이 효과가 좋다는 결과는 자칫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에게 좌절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걷기 운동’의 가치에 주목했다. 비록 스포츠 활동이나 유산소 운동에 비해 감소 폭은 작지만, 꾸준한 걷기 운동 역시 우울 증상 위험을 31%나 낮출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고강도 운동 수행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이나 관절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걷기가 우울증 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걷기 운동이 접근성이 높고 부상 위험이 적어, 꾸준히만 실천한다면 충분한 정신 건강 보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우울 증상은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막대한 비용과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건강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걷기부터 유산소, 근력, 스포츠 활동까지 각자의 신체 여건과 선호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우울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각 운동 유형별 세부적인 운동 강도까지 고려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울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 유형과 빈도, 강도 등을 도출해 국가 차원의 우울증 예방 및 관리 정책의 핵심 근거로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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