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추계 방법론 논란에 추계위 공식 입장 발표: “현재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위원장 김태현)가 지난 13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제기한 수급추계 결과의 문제점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자료를 발표하며 정면 반박했다. 앞서 13일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의사인력수급추계의 문제점과 대안 공동기획세미나’를 개최하고, 정부가 ‘답정너’ 식의 증원 결론을 정해놓고 데이터를 끼워 맞췄다며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추계위는 의협이 지적한 ARIMA 모형의 타당성, 데이터 기간 설정, 조정비 산출, 의사 생산성 반영 등 6대 쟁점에 대해 상세히 해명하며, 이번 추계 결과가 의협 추천 위원을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위원 과반수의 논의를 거쳐 도출된 ‘현재 시점에서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추계위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집단으로, 작년 8월 12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총 12차례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추계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회의록과 안건 자료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추계 방법론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쟁점별 경과를 설명했다.

ARIMA 모형 타당성 및 데이터 기간 설정의 정당성
추계위는 의료이용량 추계에 사용된 ARIMA(자기회귀누적이동평균) 모형이 보건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추계 분야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법론임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미나에서 “정부의 ARIMA 모형을 적용하면 60대 남성의 외래 일수가 2024년 16일에서 2050년 34일로 두 배 이상 폭증하게 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이라고 주장했다.특히, 의협 측에서 일시적 충격으로 배제를 주장했던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코로나19 및 의정 사태 데이터를 임의로 제외하지 않고 전수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시적 충격을 배제할 경우 오히려 최근의 데이터가 과도하게 소거되어 의료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예측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추계위가 채택한 ARIMA 모형은 과거 특정 구간의 급증 패턴을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며, 전체 시계열의 구조와 최근 변동이 함께 반영되는 방식으로 예측이 수행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 기간을 2000년부터 2024년까지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통계적 신뢰도를 근거로 제시했다. 시계열 분석의 표준적인 방법론에 따르면 예측 기간이 샘플 길이의 50%를 초과할 경우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2010년 이전 자료를 제외하면 시계열 길이가 크게 축소되어 미래 추정의 통계적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계열을 축소할 경우 최근의 특수한 상황이 분석 결과에 과도하게 반영되어 장기적인 의료이용 추세를 왜곡할 우려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협은 2010년을 전후로 의료 이용 행태에 구조적 변화(Chow test 확인)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과거의 가파른 증가 추세를 그대로 미래에 적용한 것이 오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 및 근로시간 단축 복합 시나리오 적용
추계위는 의사 생산성 향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AI 생산성 향상과 근무일수 감소를 함께 고려한 복합 시나리오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개선되더라도, 절감된 시간이 곧바로 동일한 강도의 추가 진료량 확대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AI 효과와 관련해서는, 기술의 효과가 특정 진단·검사 영역에서는 높을 수 있지만 환자 상담, 설명, 다학제 협의 등 의사의 판단과 소통이 필수적인 영역까지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객관적인 근거 자료 부족 의견 등이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다. 추계위가 제시한 생산성 향상률 가정은 현재 상용화된 AI 효과가 이미 2024년 데이터에 반영된 것 뿐만 아니라, 2025년 이후 추가로 도입될 신기술의 미래 기여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근무 일수 감소와 혼합 적용하여 상쇄시킨 것은 인위적인 수치 조정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업무 조정비 산출 및 모형별 시나리오 적용 차이
입원·외래 업무 조정비 산출에 진료비 정보를 활용한 것에 대해 추계위는 요양기관 종별 분석을 통해 각 의료기관 유형에 맞는 개별 조정비를 적용했으며, 이는 추계위 논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고가 검사비 등을 제외하기 위해 상대가치점수 활용도 검토했으나, 자료의 불완전성 등을 고려해 현 시점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진료비 정보를 대리지표로 활용하기로 위원 간 합의가 됐다는 것.
또한, 조성법(기준연도 의료이용 수준 유지 가정)에는 시나리오 분석을 별도로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성법은 정태적 모형으로, 2024년까지의 변화가 이미 기준연도의 의료이용 수준에 반영되어 있어 추가적인 시나리오 적용이 방법론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논의가 있으며, 반면, ARIMA와 같은 시계열 모형은 동태적 모형이므로 기준 시점 이후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변화 요인을 시나리오 형태로 분리하여 반영하는 것이 방법론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됐다.
FTE 대신 진료비 활용, 정밀 추계는 향후 과제로
추계위는 의사수를 적용할 때 FTE(전일제 환산) 방식이 보다 정교한 추계를 위한 지향점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이를 일관된 기준으로 산출할 수 있는 공식 통계나 행정자료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FTE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사의 실제 업무 시간을 표준화하여 측정하는 대규모 직접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제한된 자료로 FTE를 산출할 경우 오히려 추계 결과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의협 측은 이에 대해 2035년 FTE 기준 적용 시 약 1만 3천 명의 의사가 과잉 공급된다는 자체 결과를 제시하며, 정부의 ‘부족’ 프레임이 데이터의 편향된 선택에서 기인했음을 강조했다.
이에 추계위는 현 시점에서 가용한 자료 중 비교 가능성과 객관성이 가장 높은 진료비 정보를 의사 업무량의 대리지표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적용했고, 아울러 보다 정밀한 FTE 기반 추계나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기법의 도입을 위해 추가적인 자료 구축과 방법론적 검토가 필요한 점은 향후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2024년 10월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통합정보체계 구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이미 1999년부터 ‘자문위원회(Capaciteitsorgaan)’를 통해 개별 의사의 연령, 성별, 전공별 진료 패턴을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하여 3년마다 정원을 조정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온타리오주 등을 중심으로 인구 집단별 질병 발생률과 의사의 생애주기별 노동 공급 변화를 연동한 ‘HHR(Health Human Resources)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정책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의사인력 수급추계 방법론 개선, 5년 주기 추계 과정에서 지속 추진
김태현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장은 “추계위 추계 결과는 여러 전문가 간 수차례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친 것으로, 현실적인 여러 제약조건 하에서 현재 도출 가능한 최선의 결과”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중장기 인력 수급 추계가 미래의 의료이용 행태, 기술 발전, 근로 형태 변화 등을 완전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가용한 자료와 방법론의 한계 속에서 이번 추계를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보건의료기본법령에 따라 5년마다 주기적으로 중장기 수급추계를 실시하도록 규정된 점을 고려하여, 마이크로 시뮬레이션 등 추계 방법론 고도화 및 관련 데이터 수집·구축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은 향후 5년 주기 추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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