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의대 증원분 전원 지역의사, 수급추계위원회 결과 존중, AI 발전과 고령화 등 미래 환경 변수 종합 고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의 구체적인 심의 기준과 적용 방안을 검토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열린 1차 회의에서 도출된 대원칙을 바탕으로, 신규 증원되는 의사 인력이 실제로 지역과 필수 의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재한 이번 위원회에는 관계부처 차관과 수요자·공급자 대표, 전문가 등 총 25명의 위원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공공의료 인력 확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안으로 2027학년도 이후 증원분 전체에 대한 지역의사제 적용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인력이 필요한 곳에 배치되도록 강제성과 지원을 동시에 부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26년 모집인원 초과분은 전원 ‘지역의사제’ 적용, 10년 의무 복무 규정
정부가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2026학년도 모집인원인 3,058명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는 2027학년도 이후의 모든 증원분을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즉, 기존 의과대학의 정원 중 증원된 부분은 모두 지역의사전형으로 선발하게 된다. 지역의사제는 선발 방식에 따라 ‘복무형’과 ‘계약형’으로 구분된다. 복무형은 의대 신입생 선발 단계에서 일정 비율을 별도로 뽑아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 대신, 면허 취득 후 특정 지역 내 필수 의료 분야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25년 12월 공포되어 올해 2월 24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 법에 따르면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원받은 학비를 반환해야 함은 물론, 시정명령 불응 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가 포함됐다. 계약형 지역의사제는 기존 전문의가 국가나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5년에서 10년 동안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 취약지의 인력 부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선형 맞춤에 집착한 정부 의사인력 추계”… 현장 데이터 외면한 ‘탁상행정’ 비판
수급추계위원회 결과 존중, AI 발전과 고령화 등 미래 환경 변수 종합 고려
이번 심의의 또 다른 축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인력 수급 추계다. 보정심은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적극 존중하기로 했다. 추계위는 지난 5개월간 총 12차례의 본회의를 통해 인구 구조 변화와 보건의료 기술 발전을 고려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의료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의료진의 근무일수 감소 등 환경적 요인을 세밀하게 반영했다.
실제로 정부가 검토 중인 수요 모형은 시계열 기반의 ARIMA 모델부터 진료일수 중심의 조성법까지 총 세 가지다. 여기에 사망 확률을 적용한 면허 중심 공급 모형과 실제 은퇴 패턴을 분석한 활동 행태 중심 공급 모형을 조합하여 미래 의사 부족 규모를 예측했다. 이처럼 복합적인 시나리오를 모두 고려함으로써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러한 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차기 회의에서 복수의 양성 규모 시나리오를 상정할 계획이다.

의대 교육의 질 확보 위해 ‘더블링’ 현상 등 현장 여건 우선 검토
단기간 급격한 인원 증원이 가져올 수 있는 의학 교육의 질 저하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부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 대비 2027학년도 입학 정원의 변동률이 교육 현장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2024년과 2025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는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의대 교육 여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소규모 의과대학이 적정한 교육 인원을 확보하여 교육의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정원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위해 ‘공공의료사관학교(가칭)’ 설립이나 의대가 없는 지역에 대한 의대 신설 문제도 인력 배출 시점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학생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 과정을 통해 역량 있는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5년 주기 수급 관리로 정책 안정성 도모, 2029년 차기 추계 실시
정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의료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5년 주기의 수급 관리 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실시된 추계 결과에 따른 정원은 2027학년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고정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 기간에 입학한 학생들이 의사가 되어 배출되는 시점인 2033년부터 2037년까지를 실질적인 인력 관리 기준 연도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차기 수급 추계는 대입 사전예고제를 고려하여 2029년에 실시될 예정이다. 법령상 수급 추계 주기를 준수하되, 필요한 경우 주기를 단축할 수 있는 유연함도 갖췄다. 정은경 장관은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양적 규모에 매몰되지 않겠다”라며 “의사 인력 논의의 궁극적 목적인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라는 본질에 집중하여 국민 누구나 어디서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논의 결과를 반영한 구체적인 양성 규모 안을 차기 보정심 회의에 상정하여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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