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조건부 개방 선언, 트럼프 “거래 완료 전엔 해군 봉쇄 지속” 맞불, 이란 “미 봉쇄 지속 시 호르무즈 재폐쇄”
이란 정부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상업용 선박에 전격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헤란과의 최종 합의가 끝날 때까지 해상 봉쇄를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4월 17일(현지시간) 이란의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레바논 휴전에 따라 모든 상업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통과가 휴전 기간 동안 완전히 개방된다”고 공식 선언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조치가 이란 항만해양청(PMO)이 지정한 특정 항로를 따르는 조건으로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아라그치 장관 “레바논 휴전 연동해 전격 개방”…지정 항로 준수 조건
이란의 이번 발표는 최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레바논 휴전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아라그치 장관은 17일 성명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통로가 개방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히며, 그간 중동 전쟁의 여파로 봉쇄됐던 해로를 상업적 목적에 한해 다시 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조건부 개방’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17일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Tasnim News Agency) 보도에 따르면 이란 해사 당국은 통과 선박들이 이란군과 사전 협의된 경로만을 이용해야 하며, 만약 적대적 행위나 규정 위반이 발견될 경우 즉시 해협을 재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해협 내 통항권을 이란이 실질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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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개방 환영하나 해군 봉쇄는 계속”…테헤란과 ‘최종 거래’ 압박
이란의 유화책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긍정과 압박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고 준비됐다고 발표한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미 해군의 해상 봉쇄는 이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될 때까지 전면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최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간의 고위급 회담 성과와 맞물려 있다. 지난 11일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부통령과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이슬라마바드에서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이란의 핵물질 포기 확약 문제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이번 봉쇄 유지를 통해 오는 20일로 예정된 2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갈리바프 의장 “트럼프의 거짓말로는 승리 못 해”… 해협 재폐쇄 강력 시사
한편, 17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도 다시 폐쇄할 것”이라며 “해협 통과는 전적으로 이란의 허가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이란 정부의 개방 발표에도 불구하고 “합의 완료 전까지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정면 대응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시간 내에 내놓은 일련의 주장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게시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단 1시간 만에 7가지 주장을 펼쳤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지적하며, “거짓말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협상에서도 결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이란 입법부 수장의 강경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기조가 여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개방 선언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테헤란과의 거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 미 해군의 봉쇄 작전인 ‘경제적 분노(Operation Economic Fury)’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농축 우라늄 이전’ 진실공방… 이란 외무부 “우라늄은 영토만큼 신성한 것”
양측의 갈등은 핵 핵심 쟁점인 농축 우라늄 처분 문제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란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7일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농축 우라늄은 어디에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 영토가 신성하듯 농축 우라늄도 우리에게 신성한 자산”이라며, 영구 농축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협상에 영향을 미치려는 언론을 통한 여론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발언은 이란이 핵 주권을 협상의 카드로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되어, 향후 협상 과정에서의 진통을 예고했다.
요동치는 에너지 시장…WTI 하루 새 10.84달러 폭락하며 83달러선 안착
에너지 시장은 이란의 개방 선언과 미국의 봉쇄 유지라는 상충하는 신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17일 오데사 아메리칸(Odessa American)이 공표한 일일 유가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0.84달러 급락한 배럴당 8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해협 개방에 따른 공급 재개 기대감에 장 초반 폭락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유지 발언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같은 날 로이터(Reuters) 통신은 브렌트유 선물 역시 8.5% 하락한 배럴당 90.93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하며, 시장이 이란의 발표를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20일 이슬라마바드 2차 협상 임박… 개최 시점 두고 외신 전망 ‘분분’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2차 고위급 협상이 오는 20일 개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신화통신은 이보다 앞선 ‘이번 주말’에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전하며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실제 개최 시점을 두고는 물류 및 경호상의 변수가 남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17일 보도에서 “일부 외교관들이 이슬라마바드 집결에 필요한 물류 문제를 이유로 주말 개최에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특정 날짜를 못 박는 대신 ‘수일 내’라고 보도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대원칙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핵 폐기 방식과 봉쇄 해제 시점이라는 근본적인 난제를 안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게 됐다. 17일 오데사 아메리칸(Odessa American)에 기록된 WTI 83.85달러의 변동성은 이러한 불안한 평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사흘 뒤 이슬라마바드에서 나올 결론이 중동의 ‘완전한 봄’이 될지, 아니면 ‘더 큰 폭풍’의 서막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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