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약 먹고 정액이 안 나온다? 역행성 사정 기전 분석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약물 치료를 시작한 남성들 중 상당수가 사정 시 정액이 나오지 않거나 그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하며 당혹감을 느낀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부작용에 의한 영구적인 기능 상실이 아닌, 약물의 작용 기전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인 ‘역행성 사정’으로 정의한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의 주된 목적은 전립선과 방광 입구의 근육을 이완시켜 소변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정액의 배출 통로가 평상시와 다르게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신체적인 결함이나 성 기능의 퇴화와는 무관하며,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가역적인 현상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와 사정 기능의 상관관계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주로 처방되는 알파차단제는 전립선과 방광 경부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배뇨 장애를 개선한다. 하지만 이 약물은 사정 과정에서 방광 입구를 조여주는 근육까지 함께 이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상적인 사정 시에는 방광 입구가 굳게 닫혀 정액이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약물 영향으로 방광 입구가 열려 있게 되면 정액은 저항이 낮은 방광 쪽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역행성 사정이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이를 ‘드라이 오르가즘(Dry Orgasm)’이라고도 부르며, 사정의 쾌감은 유지되되 분출되는 액체만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방광 경부 미폐쇄로 발생하는 역행성 사정의 원리
역행성 사정의 핵심 기전은 방광 경부의 폐쇄 부전이다. 남성의 사정은 전립선액과 정자가 섞인 정액이 요구근의 수축을 통해 밖으로 밀려 나가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이때 방광 입구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정액은 압력이 높은 요도 바깥쪽이 아닌 압력이 낮은 방광 안쪽으로 역류하게 된다. 이렇게 방광으로 들어간 정액은 나중에 소변과 함께 자연스럽게 배출되며 신체에 어떠한 독성이나 염증 반응도 일으키지 않는다.
2011.06.30. International Neurourology Journal에 발표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세웅 교수팀의 연구(‘Efficacy and Safety of Silodosin for the Treatment of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A Multicenter Study’) 결과에 따르면, 고선택적 알파차단제 복용군에서 역행성 사정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으나 이는 약물의 약리학적 작용에 의한 가역적 현상임이 확인됐다.

신체 기능적 손상 아닌 약리학적 작용에 의한 현상
많은 환자들이 정액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남성성의 상실이나 불임의 전조로 받아들여 심리적 위축을 겪는다. 그러나 역행성 사정은 정액 생성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며, 정액의 이동 방향만 바뀐 것일 뿐이다. 실제로 성욕이나 발기력 등 다른 성 기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골드만비뇨의학과의원 조정호 대표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액이 나오지 않는 증상은 방광 입구가 열려 정액이 방광 내로 들어가는 것일 뿐 성 기능 자체의 저하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환자들의 지나친 불안감을 경계했다. 또한 2006.10.01. European Urology에 게재된 도쿄대학 대학원 Kawabe K 교수팀의 연구(‘Silodosin in the Treatment of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Results of a Phase III Free-combination Study in Japan’)에 따르면, 알파차단제 중 특정 고선택적 성분은 약 28.1%의 환자에서 역행성 사정을 유발하지만 배뇨 증상 개선 효과 역시 매우 강력하다고 기술했다.
전문의 진단 통한 심리적 불안 해소와 치료 지속성 확보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역행성 사정이 나타난다면,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하여 약물의 종류를 조정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처방되는 다양한 알파차단제들은 성분마다 역행성 사정을 유발하는 빈도가 다르므로, 환자의 생활 패턴과 성적 활동 빈도를 고려한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다.
정액의 역류 현상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추후 2세를 계획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의학적으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은 아니다. 다만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쾌감이 크다면 약물 교체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의 핵심은 요로 폐색을 예방하고 방광 기능을 보존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꾸준한 치료를 이어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