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전치주의부터 AI 로봇까지, 정책·데이터·AI 융합으로 ‘재활의학의 다음 30년’ 청사진 제시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재활의학은 어떻게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2026 춘계 학술대회 B룸 세션1 현장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정책·데이터·AI로 여는 재활의학의 다음 30년’이라는 대주제 아래, 재활의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혁신적 미래 비전이 공유됐다. 김인종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은 이번 세션은 보험 정책의 심층 고찰부터 의료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AI)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재활의학이 나아갈 길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초고령사회 대비, 생애주기별 재활 시스템 구축 시급
첫 강연자로 나선 서인석 정책부회장은 ‘재활의학 보험정책 분야의 고찰’을 통해 대한민국 건강보험 제도의 역사적 흐름과 그 안에서 재활의학이 직면한 현실을 분석했다. 1977년 건강보험이 탄생한 이래 5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국민의 의료 요구는 ‘삶의 질’ 향상으로 진화했다. 특히 2026년부터 시행될 통합돌봄 체계는 의료와 돌봄의 간극을 메우는 재활의학의 역할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서 부회장은 지난 15년간 대형병원 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인력 고용과 공간 차지 비중이 큰 재활의학과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5세대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 축소와 도수치료 등에 적용될 ‘관리급여’ 제도가 개원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재활전치주의’를 제안했다. 이는 장애 발생 전 충분한 재활 치료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국민의 존엄한 삶을 지키는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급성기부터 지역사회 유지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재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맞춤형 정밀 의료의 초석
이어 이상헌 고려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정보단장은 ‘맞춤치료를 위한 의료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재활의학 분야에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정밀 의료를 구현하려면,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데이터의 자산화는 정보를 축적하는 기능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치료 만족도를 시각화하여 의료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특히 재활 의료는 환자의 기능적 상태를 장기간에 걸쳐 추적 관찰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공유와 협업은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상급종합병원부터 일선 개원가까지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의 재활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AI와 로보틱스 결합, ‘재활의학 4.0 시대’ 선언
마지막으로 김철준 미래발전위원장은 ‘AI헬스케어 비즈니스: 의료와 기술의 협력’을 통해 ‘재활의학 4.0’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현장의 인력 수급 불균형과 인건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축으로 Physical AI(로보틱스), LLM 기반 EMR, 노화 치료 AI를 제시했다.
과거의 수동적인 재활 로봇과 달리, 강화학습 기반의 지능형 로봇은 환자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조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실패를 통한 학습’을 유도한다. 또한, LLM(거대언어모델) 기술을 활용한 AI Scribe는 진료실 대화를 실시간으로 청취하여 차트 작성 시간을 기존 대비 60% 이상 단축함으로써 의사가 환자와의 교감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더 나아가 AI 알고리즘을 통해 생물학적 연령을 측정하고 정밀 노화 관리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Longevity Medicine’으로의 진료 범위 확대 가능성도 시사됐다. 김 위원장은 재활의학과 의사가 인간의 전 생애 주기 기능을 설계하는 ‘Chief Health Architect’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B룸 세션1을 통해 확인된 재활의학의 미래는 분명하다. 기술적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정책적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연대의 노력이 뒷받침될 때, 재활의학은 다음 30년의 무궁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