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비침습적 저강도 초음파 자극 통해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장기 완화 기전 규명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박주민 연구위원 연구팀이 비침습적인 저강도 초음파 자극(LI-cTBUS)을 활용해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을 장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고, 그 핵심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의 병리적 불균형을 신경세포가 아닌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성상교세포)를 조절함으로써 회복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5년 12월 6일 게재됐다.

만성 통증 치료의 한계와 새로운 접근법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 손상 후 통증 신호가 장기간 지속되는 난치성 질환으로, 기존 치료법은 주로 약물 투여나 척수 자극기 삽입 같은 침습적 시술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미 형성된 만성 통증 상태 자체를 장기적으로 되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기존 만성 통증 연구는 신경세포 중심 기전에 초점을 맞춰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증가가 통증 억제 회로 기능을 약화시켜 통증이 지속되는 경로를 제시했지만, 통증 상태가 척수에서 장기간 유지되는 기전과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통증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차원이 아니라, 통증 상태를 유지시키는 신경 회로의 병리적 불균형 자체를 회복시키는 접근법에 주목했다.
뇌파 리듬 모사한 저강도 초음파 자극(LI-cTBUS)의 효과 입증
연구팀은 실제 뇌파에서 관찰되는 세타–감마 결합 리듬을 모사하여 저강도 연속 세타버스트 초음파(LI-cTBUS) 자극을 개발했다. 이 자극은 초음파의 세기를 높이지 않고 자극이 가해지는 시간적 패턴을 정교하게 조절하여 신경 회로 활동을 변화시키도록 고안됐다.
연구진은 만성화된 신경병증성 통증 동물모델의 척수 위 피부에 LI-cTBUS를 하루 한 차례씩 반복 적용했다. 그 결과, 통증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자극의 강도가 5배 이상 높아지면서 장기간 지속되던 통증 행동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더욱이 이러한 진통 효과는 초음파 자극이 끝난 이후에도 장기간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효과가 초음파의 세기와는 무관하게 나타났으며, 뇌파 리듬을 모사한 특정 자극 패턴에서만 장기적으로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초음파 기반 신경조절 치료에서 자극의 강도보다 패턴 설계가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별세포 TRPA1 채널 활성화 통한 BDNF 축적 제거 원리 규명
연구진은 LI-cTBUS가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을 완화하는 핵심 작동 원리를 척수 내 별세포(성상교세포)에서 찾았다. 만성 통증 상태에서는 별세포가 ‘반응성 별세포’로 변화하며 통증을 증폭시키는 신호 분자인 BDNF가 척수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 이로 인해 통증 신호가 쉽게 커지고 오래 지속되는 병리적 상태가 유지된다.
초음파의 기계적 진동 자극은 별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기계적 자극 반응 이온채널인 TRPA1의 활성을 유도했다. TRPA1 활성화는 별세포 내부의 칼슘 신호를 조절하고, 이는 과도하게 축적된 BDNF의 분해(리소좀 경로)를 촉진하여 BDNF를 효과적으로 제거했다. 그 결과, 반응성 별세포의 병리적 활성상태가 완화됐으며, 통증 회로에서 약화됐던 신경 억제 기능이 회복되고 흥분-억제 균형이 정상화됐다. 이는 신경이 과흥분되는 중추 감작 상태를 되돌리는 핵심 과정이다.
면역조직화학, 단일세포 FACS 분석, 전사체 분석(RNA-seq) 등 융합 분석 결과, LI-cTBUS는 BDNF 신호, 별세포 반응성, 시냅스 가소성, 리소좀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음파 자극은 암컷과 수컷 모두에서 다양한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에 걸쳐 일관되고 장기간 지속되는 진통 효과를 보였다.
비침습적 치료 플랫폼 확장 가능성 제시
이번 연구는 비침습적인 초음파 자극만으로 통증을 유지하는 신경 회로의 상태를 직접 조절하고 복구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교신저자인 박주민 연구위원은 “수술 없이 초음파 자극만으로 만성 통증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며, 특히 신경세포를 돕는 별세포를 조절해 통증 신경회로를 직접 변화시킨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만성 통증을 겨냥한 새로운 비침습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기존의 약물이나 침습적 시술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별세포 외에도 초음파 자극이 신경세포와 미세아교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분석하고,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등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초음파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연구는 초음파가 단순한 자극 도구를 넘어, 신경계 교세포를 표적으로 정밀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