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공급망 쇼크에 의료기기 폭리 기승, 주사기 주문 불가율 72% 달해… 식약처, 4월 6일 시행된 ‘수급안정 가이드라인’ 긴급 가동
22일 중동 전쟁의 전면전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대란이 국내 의료 현장을 덮치고 있다. 수술용 장갑, 주사기 등 필수 의료 소모품의 수급 불안을 틈타 일부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급격히 올리는 등 ‘전쟁 특수’를 노린 부당이득 행위가 확산되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강력한 행정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수급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유통업체들의 비윤리적인 가격 가공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용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사익을 취하는 행위는 도의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주사기 72% 주문 불가… “전쟁 여파에 원가 상승 핑계로 폭리”
실제 현장의 수급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전 성남시의사회 등의 수급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선 의료기관의 주사기 주문 불가율이 7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동 지역 분쟁으로 석유화학 원재료인 나프타 수급이 차질을 빚으며 생산량 자체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곧바로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서울시의사회의 긴급 성명을 통해 주사기 및 주사바늘 전 품목의 가격이 최소 15~20% 인상되었으며, 일부 유통 단계에서는 이를 악용해 비정상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바로척척의원 이세라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이용하던 의료기기 쇼핑몰에서는 품절이라고 뜨는데, 대형 오픈마켓에 들어가면 동일 제품이 평소보다 몇 배 높은 가격에 올라와 있다”며 “부당이득인 줄 알면서도 당장 진료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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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신속 규제지원’ 카드 꺼냈지만… “실시간 폭리 단속이 관건”
정부는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예방정책과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대응하기 위한 ‘물품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신속 규제지원 가이드라인’을 4월 6일부터 즉시 시행 중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필수 의료기기의 긴급 도입 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통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유통 단계의 폭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른 매점매석 단속은 ‘폭리의 목적’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공급망 대전환기에는 단순한 단속을 넘어 공공 비축 제도와 실시간 유통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과거 대법원 판결은 폭리 목적의 유무를 엄격히 따지고 있다. 2024.01.04. 대법원 제2부는 2023도13146 판결을 통해 “시장 상황에 따른 정당한 재고 확보와 폭리 목적의 매점매석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비정상적인 매점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 보유를 넘어선 고의적 폭리 목적이 입증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의협 “불법 사례 적극 제보 당부… 유통업계 상생 촉구”
의협은 회원들에게 부당이득 사례가 확인될 경우 식약처 ‘의료기기 매점매석 신고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제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의료기기 유통업계들을 향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동반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의협은 “의료 소모품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환자 치료를 위한 필수 공공재”라며 “국가적 재난 상황을 이용해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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