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치사량 메탄올 소주병 놓아뒀어도 특수협박 아니다. 범행 현장 이탈 시 ‘휴대’ 요건 불성립 판시…
지난 16일, 대법원 제 1 부(재판장 천대엽 대법관, 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건번호 2025도19409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등) 등의 판결을 통해 ‘위험한 물건의 휴대’에 관한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치사량의 독성 물질을 현관 앞에 두고 떠난 행위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줄 수는 있으나, 형량 가중 요건인 ‘특수협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형벌 법규의 확장 해석을 경계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명확히 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사건은 2024년 3월 11일, 피고인이 피해자 박○○(남, 52세) 씨의 주거지 현관문 앞에 위험한 물건인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가져다 놓으면서 시작됐다. 피고인은 빈 소주병에 치사량에 해당하는 메탄올 함량 79.9%의 액체를 주입했으며, 이미 사망한 피해자 어머니 명의로 작성된 섬뜩한 메모지를 부착했다. 이러한 행위는 2024년 3월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반복됐다.

법적 ‘휴대’의 엄격한 요건과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제 1 부 재판부는 사건번호 2025도19409 판결을 통해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협박하였다고 하려면 적어도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그 물건을 사용하여 고지한 해악의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메탄올 소주병을 놓아둔 뒤 범행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자가 이를 발견했을 때는 피고인이 현장에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소주병이 해악을 전달하는 매개물일 뿐, 피고인이 이를 ‘휴대’하여 협박의 수단으로 직접 지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원심인 부산고등법원(2025. 10. 30. 선고 (울산)2025노108 판결)의 유죄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법무법인 C&E 최청희 대표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휴대’라는 개념을 단순히 ‘물건을 이용하는 것’과 명확히 구분하여, 범행 당시 피고인의 물리적 영향력 하에 물건이 있었는지를 엄중히 따진 결과”라며, “감정적으로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해 보일지라도, 법치주의 하에서 가중 처벌 요건은 문언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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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의 법적 사각지대
이번 판결은 의료진을 향한 비대면 협박이나 물품 배송을 통한 위협이 빈번해지는 최근 의료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청희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가해자가 물건을 두고 떠난 ‘비대면 협박’의 경우, 아무리 그 도구가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특수협박죄의 ‘휴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의료진에게 위협적인 물건을 배송하거나 진료실 앞에 두고 가는 행위에 대해 일반 협박죄보다 무거운 특수협박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해당 물건을 소지한 상태에서 대면 위협을 가했다는 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의료기관 내 폭행·협박 관련 실무적 주의사항
이번 판결에 따라 의료기관은 진료 환경 내에서 발생하는 폭행 및 협박에 대해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의료진 대상 범죄가 지능화·비대면화되는 추세를 반영하여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이 요구된다.
첫째, 비대면 위협 물품 발견 시 즉각적인 현장 보존과 채증이다. 대법원 판례상 가해자가 현장에 없더라도 해당 행위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함은 분명하므로, 발견 즉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물품의 상태를 사진 및 영상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는 향후 특수협박이 아닌 일반 협박이나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둘째, 보안 요원의 배치 및 대응 매뉴얼 고도화다. 가해자가 위험한 물건을 직접 휴대하여 진료실에 진입하는 순간부터는 특수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원내 출입구에서부터 거동 수상자나 위험 물품 소지자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위급 상황 시 의료진이 즉시 대피할 수 있는 비상벨과 대피로를 점검해야 한다.
셋째, 사법기관과의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이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특수협박 부분을 파기하면서도, 이를 보복협박 및 스토킹 범죄와 연관 지어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의료기관은 단순 협박을 넘어 보복의 목적이나 지속성 여부를 명확히 주장하여,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법률적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결국 의료기관 내 안전은 엄격한 법적 잣대와 철저한 현장 보안이 맞물릴 때 확보될 수 있다. 이번 판례는 의료기관에 단순히 ‘위험 물질이 있는가’를 넘어, ‘누가, 어떻게, 어떤 상태에서 위협을 가하는가’에 대한 입증 책임과 보안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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