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택치료 환수 불인정’ 사태, 행정 기록의 덫에 걸린 의료기관들
2022년 가을, 코로나19 재택치료가 한창이던 시기, 의료기관 A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환자들의 모니터링 전화에 매달렸다. 그러나 2022년 특정 시기에 요구됐던 ‘2회 전화 확인’ 기록을 제출하지 못해 수천건에 달하는 재택치료 사례가 불인정되고 있다.
결국 당국은 수천여 건에 달하는 재택치료 모니터링 비용 환수 처분을 예고했다.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헌신했던 의료기관들이 이제는 서류 작업의 늪에 빠져 막대한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것이 작년부터 현재까지 반복되고 있는 의료계의 현상이다.

“기록이 같아서 불인정”: 모순적인 행정 검증의 딜레마
이번에 불인정된 수천여 건의 재택치료 사례는 주로 특정 날짜에 이뤄져야 했던 2회 확인 절차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다. 행정 당국은 재택치료 기간 중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최소 2번의 유선 또는 방문 확인을 필수 요건으로 정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과부하와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이 기록이 명확하게 남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다. 문제는 행정 당국이 이 기록의 부재를 이유로 환수 결정을 내리면서, 입증 책임이 고스란히 의료기관들에게 전가됐다는 점이다.
의료기관들이 환수 결정을 뒤집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증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실제로 2번의 전화가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통신사의 통화 기록이며, 둘째는 재택치료 관리 기관의 내부 엑셀 자료에 해당 확인 절차가 기록되어 있는 경우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증거 모두 현실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통신기록의 경우, 통신사별 정책에 따라 보존 기간이 1년 이내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팬데믹 초중반의 기록을 현재 시점에서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수천여 건에 달하는 불인정 건수는 특정 기간에 집중된다. 이 기간은 재택치료 건수가 폭증하면서 행정 시스템이 과부하됐던 시기와 맞물린다. 의료기관들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모니터링을 충실히 이행했으나, 행정 시스템 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한 오류나 누락이 현재 대규모 환수 사태로 되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자율시정 기회를 부여했으나, 현장에서는 이미 통화 기록을 입증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거나, 행정 기록만으로는 소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통신기록의 1년 보존 기한과 법적 소명 자료의 한계
코로나19 재택치료가 한창이던 시기는 이미 1년 이상 경과했기 때문에, 통신기록을 통한 명확한 입증은 대부분의 환수 대상자에게 불가능한 옵션이 됐다. 이로 인해 환수 대상자들은 관리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 엑셀 자료에 희망을 걸고 있다. 내부 엑셀 자료는 당시 의료진이나 행정 인력이 환자 상태를 기록했던 문서로, 여기에 2번의 확인 시도가 기록돼 있다면 환수 불인정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하지만 이 엑셀 기록 역시 완벽하지 않다. 당시 기록이 누락되거나, 단순한 메모 형태로 남아있어 공식적인 ‘2회 확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행정 당국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화했다는 기록을 넘어, 확인 행위가 실제로 이뤄졌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수천여 건의 불인정 사례는 행정 편의를 위해 기록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행정 주체 스스로가 기록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은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증상 변화 없음’ 기록이 핵심 근거로 부상
현재 환수 대상자들이 집중적으로 찾고 있는 엑셀 자료 내의 핵심 근거는 바로 ‘증상 변화 없음’과 같은 구체적인 상태 기록이다. 단순히 ‘전화 시도’라는 기록만으로는 2번의 확인을 입증하기 어렵지만, 만약 엑셀 자료에 특정기간에 각각 환자의 증상 상태가 기록돼 있고 그 내용이 ‘증상 변화 없음’ 등으로 명시돼 있다면, 이는 최소한 2번의 유효한 모니터링 접촉이 이뤄졌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행정 당국 역시 이러한 간접 증거를 최대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자율 시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행정 당국이 형식적인 기록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당시 행정력의 한계를 고려해 실질적인 치료와 관리가 이뤄졌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결국 환수 불인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 당국이 내부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시민들이 제출하는 불완전한 기록이라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기속행위 판례, 소송 대신 행정 시정 요구에 집중
한편, 재택치료 환수 문제와 관련하여 소송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있으나,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재택치료 관련 첫 소송에서 법원이 해당 행위를 행정청의 재량이 없는 ‘기속행위’로 판단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속행위란 법령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그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행정청의 판단 범위가 매우 좁다는 뜻이다.
따라서 환수 대상자들은 소송을 통한 법적 다툼보다는 행정 당국에 직접적인 ‘자율 시정’을 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송 비용과 시간 낭비를 줄이고, 행정 당국이 내부적으로 기록을 재검토하여 불인정 사례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엑셀 자료 등 내부 기록의 투명한 공개와 재검토가 필수적인 선행 조건으로 작용한다.
행정 신뢰 회복을 위한 투명한 기록 관리 요구
코로나 재택치료 확인 불인정 사태는 단순히 1000여 건의 환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행정 당국이 국민에게 요구하는 입증 책임의 범위와 행정 기록 관리의 신뢰성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국가의 지침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기록 미비라는 행정적 이유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향후 유사한 대규모 재난 상황 발생 시, 행정 당국은 초기부터 기록 관리 시스템을 명확히 구축하고, 의료기관에게 과도한 입증 책임을 전가하지 않도록 유연한 행정 처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코로나 재택치료 확인 불인정 사례에 대한 행정 당국의 최종적인 자율 시정 결과는, 향후 국가 재난 행정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