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 의약품 장기 처방, 급여 삭감 칼날 들이댄다: 심평원, 오남용 방지 위해 집중 모니터링 체계 구축
정부가 마약류 및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고 국민 보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2025년 향정신성 의약품의 장기 처방에 대한 모니터링 및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장기 처방 관행을 개선하고 부적절한 처방 행위에 대해 급여 삭감 및 환수 조치를 시행하는 집중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
특히 벤조디아제핀(수면제, 항불안제 등) 계열과 일부 ADHD 치료제 등 의존성 위험이 높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다. 심평원은 해당 의약품을 60일 이상 장기 처방하거나, 복수의 의료기관에서 중복 처방받는 환자 사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강화되는 모니터링 기준과 대상 의약품
심평원이 설정한 장기 처방의 일차적 기준은 60일 이상 연속 처방 또는 180일 이내 누적 처방 일수가 120일을 초과하는 경우다. 특히 대상 의약품 중에서도 졸피뎀, 알프라졸람 등 오남용 우려가 높은 성분들은 더욱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된다.
심평원은 장기 처방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의무 기록이 미흡하거나, 환자의 상태 변화 없이 기계적인 반복 처방이 이뤄진 경우를 부적절 처방으로 판단한다. 의사는 장기 처방 시 환자의 중독 위험 평가, 약물 치료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주기적인 재평가 기록을 상세히 남겨야 한다. 이러한 기록이 부실할 경우, 심사 과정에서 해당 처방에 대한 급여가 삭감되며, 이미 지급된 급여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가 이뤄진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 제재를 넘어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으로 직결되는 강력한 조치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삭감’ 기준 구체화: 부적절 처방 판단 근거
심평원이 부적절 처방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로는 ▲동일 성분 또는 유사 효능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복수의 의사가 중복 처방한 경우, ▲장기 처방에도 불구하고 질병 상태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 경우, ▲처방 기간 동안 환자가 약물 의존성 또는 중독 증상을 보였음에도 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약물로 전환하지 않은 경우 등이 포함된다. 심평원은 이와 관련하여 시범 사업을 운영하며 의료기관에 사전 안내 및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환자의 ‘쇼핑 행위’에 대한 책임도 처방 의사에게 일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는 처방 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통해 환자의 투약 이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중복 처방이 확인됐음에도 이를 조정하지 않고 처방을 지속한 경우에도 삭감 대상이 된다. 이는 의사에게 환자의 약물 복용 이력에 대한 적극적인 확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의료 현장의 우려와 안전성 확보의 과제
이러한 규제 강화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는 환자 진료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만성 통증 환자나 정신과적 만성 질환자에게 필요한 장기 치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인 만성 정신질환의 경우, 획일적인 60일 기준 적용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불가피하게 장기 처방이 필요한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삭감 대상이 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행정 부담 증가로 인해 의사들이 아예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 자체를 꺼리게 될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예외적 장기 처방’ 인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암성 통증 관리, 말기 환자 케어, 난치성 신경계 질환 등 의학적 타당성이 명확한 경우에는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예외 기준의 모호성이 또 다른 심사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보고,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 및 환자 관리 시스템 변화
정부의 향정신성 의약품 장기 처방 모니터링 강화는 약물 오남용을 줄이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에 심평원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건강보험 청구 시스템 간의 연동을 더욱 강화하여, 처방 단계에서부터 의사가 환자의 위험도를 인지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부적절 처방으로 인해 급여 삭감 조치를 받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현지 조사와 특별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여 재발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조미현 하이메디파트너스건강보험컨설팅 수석이사(현, 서정대 간호대 교수, 전 심평원 심사실장)은 “60일 기준을 초과하는 장기 처방 시, 의사는 중독 위험 평가와 약물 치료 효과에 대한 주기적인 재평가 기록을 상세히 남겨야 심층 심사를 피할 수 있다”며, “만성 질환 등 의학적 타당성이 명확한 예외적 장기 처방 인정 기준이 모호하게 적용될 경우, 의사들이 치료 접근성을 떨어뜨릴 정도로 처방 자체를 꺼리게 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