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널뛰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부신 수질 종양의 정밀 진단과 치료 전략
평소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증상을 겪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대다수는 이를 단순한 고혈압이나 공황장애, 혹은 갱년기 증상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이는 우리 몸의 호르몬 조절 기관인 부신에 발생한 희귀 종양인 ‘갈색세포종(Pheochromocytoma)’의 전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전체 고혈압 환자 중 차지하는 비율은 0.1%에서 0.6% 남짓에 불과하지만, 방치할 경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요구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갈색세포종을 ‘가장 완벽하게 위장하는 질환’ 중 하나로 꼽는다. 증상이 일정하게 나타나지 않고 발작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신 수질에서 발생하는 이 종양은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등 혈압을 높이는 카테콜아민 호르몬을 과다 분비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일상생활 중 갑자기 혈압이 200mmHg 이상으로 치솟거나 극심한 두통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짧게는 수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하며, 발작이 지나간 뒤에는 극도의 피로감과 무력감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고혈압과 차별화되는 갈색세포종의 핵심 증상
갈색세포종의 가장 대표적인 3대 증상은 두통, 발한(식은땀), 그리고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이다. 일반적인 본태성 고혈압은 혈압 수치가 서서히 오르거나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갈색세포종에 의한 고혈압은 예고 없이 수치가 급상승하는 발작성 양상을 띤다. 환자들은 종종 가슴이 답답하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손발이 떨리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는 종양에서 분비된 카테콜아민이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키고 심장 박동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발작이 특정 상황에서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복부를 강하게 압박하거나, 소변을 볼 때, 혹은 특정 약물을 복용하거나 심한 운동을 할 때 종양이 자극받아 호르몬을 한꺼번에 방출할 수 있다. 또한, 갈색세포종 환자의 약 10%는 혈압이 정상인 경우도 있으며, 일부는 오히려 기립성 저혈압을 보이기도 해 전문의의 정밀한 문진과 검사가 필수적이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고혈압 약을 3가지 이상 복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반드시 갈색세포종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혈액 및 소변 검사를 통한 호르몬 수치 확인
갈색세포종이 의심될 경우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것은 24시간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이다. 호르몬 대사 산물인 메타네프린과 노르메타네프린의 수치를 측정하여 종양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한다. 특히 메타네프린 검사는 민감도가 매우 높아 갈색세포종을 선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 전에는 위양성 결과를 피하기 위해 카페인 섭취를 금하고, 특정 혈압약이나 감기약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민병원 김성수 내과 진료원장(내분비 내과 전문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갈색세포종은 진단이 매우 까다롭고 위험하지만, 숙련된 의료진을 통해 정확한 호르몬 검사와 영상 검사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조기 발견과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 또한 증상이 모호하더라도 고혈압 약이 듣지 않는 젊은 층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내분비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갈색세포종은 유전적 요인이 약 30~40%에 달해 가족력이 확인될 경우 유전자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근본적 치료를 위한 수술적 제거와 약물 요법
확진된 갈색세포종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을 통한 종양 제거다. 과거에는 대규모 개복 수술이 주를 이뤘으나, 현재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통해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하며 안전하게 종양을 절제한다. 그러나 갈색세포종 수술은 일반적인 종양 수술보다 훨씬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술 중 종양을 만지는 과정에서 다량의 카테콜아민이 일시에 분비되어 혈압이 갑자기 치솟거나, 종양 제거 후 반대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쇼크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는 수술 전 최소 1~2주 동안 알파 차단제를 복용하여 혈관을 충분히 확장시키고 혈압을 안정화하는 처치를 받는다. 2018.12.28.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게재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유미 교수(교신저자)팀의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Pheochromocytoma and Paraganglioma in Korea’(한국의 갈색세포종 및 부신외 갈색세포종 진료 지침)에 따르면, 수술 전 적절한 알파 차단제 투여를 받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수술 중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침은 또한 갈색세포종의 약 10%가 악성(암)으로 판명될 수 있는 만큼, 수술 후에도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지속적인 관리와 사후 모니터링의 중요성
수술 후 종양이 성공적으로 제거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혈압이 정상화되고 동반됐던 불편 증상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갈색세포종은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질환이다. 특히 유전성 종양인 경우 다른 부위에 새로운 종양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혈액 및 소변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복부 CT나 MRI 등의 영상 검사를 지속해야 한다.
현재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갈색세포종의 진단율과 수술 성공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하지 않는 태도다. 이유 없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지속된다면, 단순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기보다 내분비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체계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갈색세포종은 비록 1% 미만의 희귀 질환이지만, 정확한 진단만 이뤄진다면 완치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치료 가능한’ 고혈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