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글로벌 제약산업 판도, 코로나19 이후 제약업계, 새로운 성장세 보이며 질서 재편
2024년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존슨앤존슨(J&J)이 88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의약품 전문지 피어스 바이오파마가 발표한 ‘2024년 기준 글로벌 매출 상위 20개 제약회사’ 순위에 따르면, J&J는 지난 13년간 무려 12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유일하게 1위를 내준 해는 2022년으로, 당시 화이자가 코로나19 관련 제품으로 56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1,000억 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을 때였다.

상위 5개사, 안정적 성장세 유지하며 시장 주도
글로벌 제약시장 상위 5개 기업은 J&J, 로슈, 머크, 화이자, 애브비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모두 전년 대비 3~7% 사이의 완만한 매출 증가를 보이며 2년 연속 최상위권 자리를 지켰다.
2위 로슈는 2023년 코로나19 관련 제품 판매 감소로 매출이 7% 하락했으나, 2024년에는 605억 스위스 프랑(약 65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의 성장 궤도로 복귀했다. 3위 머크는 642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성장했으며, 4위 화이자 역시 636억 달러로 7% 증가했다. 5위 애브비는 563억 달러로 4%의 성장률을 보였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두 자릿수 성장으로 급부상
2024년 상위 20개 제약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다. 이 두 기업은 2년 연속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라이 릴리는 전년 대비 32%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45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해 9위에 올랐다. 2020년 15위(245억 달러)에서 불과 4년 만에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6%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2,990억 덴마크 크로네(약 421억 달러)의 매출로 11위를 차지했다. 2022년 17위(250억 달러)에서 2년 만에 6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이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18%), 암젠(19%), 노바티스(11%), 다케다(10%) 등 총 6개 기업이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사노피·GSK·바이엘, 각기 다른 이유로 순위 하락
반면,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순위가 하락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사노피는 2023년 6위에서 2024년 10위로 4계단 하락했다. 매출은 9% 증가한 441억 유로(약 444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소비자 건강 사업부(오펠라)를 분리하는 구조조정이 재무 처리에 반영되면서 순위가 하락했다. 오펠라 매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8.6%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영국의 GSK는 3%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12위로 밀려났다. 이는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인 아렉스비(Arexvy)의 판매가 급감한 것이 원인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RSV 접종 대상 범위를 축소한 영향이다.
독일의 바이엘은 2024년 240억 유로(약 260억 달러)의 매출로 17위에 그쳤다. 바이엘은 2017년 8위에서 크게 하락해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630억 달러 규모로 인수한 농약회사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 관련 소송이 지속되는 데다, 주력 제품이었던 항응고제 자렐토의 매출이 제네릭 경쟁으로 인해 급감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CSL, 첫 20위권 진입… 국가별로는 미국 8개사로 가장 많아
호주의 혈장 전문기업 CSL은 152억 달러의 매출로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했다. CSL은 2021년 스위스 제약사 Vifor Pharma를 117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의 전략으로 9년 연속 성장하며 2023년 20위였던 비아트리스(Viatris)를 밀어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8개사로 가장 많았고, 독일 3개사, 스위스와 영국이 각각 2개사, 프랑스, 덴마크, 일본, 이스라엘, 호주가 각각 1개사씩 순위에 포함됐다. 이는 여전히 글로벌 제약시장이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제약시장, 안정적 성장과 새로운 기회 모색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가 사라진 이후, 글로벌 제약시장은 다시 안정적인 성장세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같은 기업들의 급성장은 비만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 등 특정 분야에서의 혁신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사노피와 같은 기업의 구조조정 사례는 제약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바이엘의 사례는 대규모 인수합병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법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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