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의사례 공개를 통해 확인된 고난도 의료 기술의 급여 인정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6년 4월 30일, 진료심사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한 총 10개 항목, 195사례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현대 의학의 발전과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운영 사이의 의학적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다.
심의 대상에는 이식형 좌심실 보조장치 치료술(VAD),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인 졸겐스마주, 뇌경색 환자의 기계적 혈전제거술 등 고난도 및 고비용 의료 행위가 대거 포함됐다. 위원회는 각 사례에 대해 임상적 근거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급여 인정 여부를 결정했다.

말기 심부전 환자의 생명 유지 장치 VAD 승인 요건 강화
심실 보조장치 치료술(VAD)은 심장이식이 불가능하거나 이식 전 단계에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 시행되는 고난도 수술이다. 이번 심의에서는 총 16건의 승인 신청 중 14건이 승인됐으며 2건은 불승인됐다. 승인된 78세 남성 A씨의 경우 허혈성 심근병증으로 인해 정맥 강심제 투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비가역적 상태임이 확인됐다. 반면 불승인된 73세 남성 B씨는 심한 우심부전이 동반되어 좌심실 보조장치(LVAD) 삽입 시 혈역학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기록에 남아 있었다.
또한 향후 장기적인 항응고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환자의 순응도나 지지 체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불승인의 주요 원인이 됐다. 위원회는 VAD 시술이 단순히 기술적 성공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사후 관리와 장기 생존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승인 기관은 시술 후 정기적인 임상 자료 제출을 통해 환자 상태를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제 졸겐스마주의 임상적 성과 확인
투여당 수억 원에 달하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주의 성과 평가 결과도 발표됐다. 이번에 평가된 8사례의 환자 전원은 약제 투여 후 운동 기능 검사 점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등 개선 효과를 보였다. 졸겐스마주는 국내 도입 이후 총 28명에게 투여됐으며 이 중 평가가 완료된 24명 가운데 22명이 개선 판정을 받아 91.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사망으로 인한 투여 실패는 1명, 사망 추정 사례는 1명으로 집계됐다.
위원회는 해당 약제가 고가인 만큼 투여 후 실패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대다수의 환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스핀라자주와 에브리스디건조시럽 등 기존 SMA 치료제의 지속 투여 신청 37건도 환자의 상태 개선이 확인됨에 따라 모두 승인됐다. 이는 고가 약제의 건강보험 적용이 실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의학적 근거 부족한 CYP2C19 유전자 검사 급여 제외
의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시행되던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등에게 시행된 CYP2C19 유전자 검사 6사례는 모두 급여로 인정되지 않고 환자 전액본인부담으로 결정됐다. 해당 검사는 약물 대사 속도를 예측하기 위해 활용되지만 위원회는 이 검사가 실제 치료 성적을 유의하게 향상시킨다는 전향적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치료 효과가 미흡할 경우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약물 용량 증량, 약제 변경, 환자의 복약 순응도 확인 등 비유전적 요인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표준적인 진료 지침임을 강조했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이 확진되지 않은 기능적 가슴쓰림 환자에게 시행된 검사는 치료 방향 결정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점이 불승인의 근거가 됐다.
영상학적 지표에 따른 뇌졸중 혈전제거술 급여 판정
뇌경색 환자에게 시행되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의 경우 영상학적 소견이 급여 인정의 핵심 기준이 됐다. 발생 시점이 불분명한 수면 중 발생 뇌졸중 환자의 경우 뇌경색 범위(ASPECT 점수)와 관류-뇌경색 불일치 정도를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번 심의에서 ASPECT 점수가 3~4점으로 낮게 측정된 사례들은 이미 뇌 조직의 손상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상태로 판단되어 시술의 급여가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진행성 뇌졸중으로 판단되어 적시에 시술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치료재료를 포함한 전 과정이 급여로 인정됐다.
소아 외과 수술인 잠복음경 교정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이 수립됐다. 단순 미용 목적이 아닌 배뇨 장애나 반복적인 포피염 등 기능적 문제가 확인된 만 3세 이상의 환아에게만 급여를 인정하기로 했으며 자연 발달 가능성이 있는 1세 미만 영아의 수술은 원칙적으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복 수술 방지 및 합리적 수가 산정 지침 확립
병원 현장에서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수술 수가 산정 지침도 명확화됐다. 장폐색 수술 과정에서 소장 절제가 동반된 경우 이를 별개의 수술로 청구하던 관행에 대해 위원회는 ‘장폐색증 수술(장절제동반)’이라는 단일 과정으로 인정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한 반역류 수술과 식도열공탈장정복술을 동시에 시행한 사례에서도 두 술기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주된 수술 1개만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향후에도 고가 의료 기술과 신의료 기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용 효과성을 고려한 심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