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장기요양보험 예산 20조 원 육박… 일본 사례를 통한 시사점” 보고서 통해 정책 전환 촉구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국가 재정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노후 생활의 핵심 보루인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사회행정사업평가과 손동희 분석관은 지난 2026년 4월 28일 발표한 ‘장기요양보험 제도 안착, 그 다음 과제는? : 일본 사례를 통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이 2000년 7.2%에서 2025년 20.3%로 급증하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을 경고했다. 특히 2050년에는 이 비율이 40.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손 분석관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19조 원 시대 맞이한 장기요양보험, 재정 압박 가속화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노후 생활 안정과 가족 부담 완화 등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제도가 안착함과 동시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는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손동희 분석관이 분석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예산 추이에 따르면, 2021년 10.9조 원이었던 지출 예산은 2023년 14.5조 원을 거쳐 2026년에는 19.1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5년 만에 예산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의료보장 적용 인구 대비 장기요양 인정자 비율 역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7.0%였던 인정자 비율은 2021년 10.7%를 넘어 2024년에는 11.2%까지 높아졌다. 재원 구조를 살펴보면, 2026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0.9448%로 결정됐다. 이는 2025년의 0.9182%보다 인상된 수치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는 매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로 지원하고 있으나, 지출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회예산정책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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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개호보험, ‘예방’에 주목해 중증화 늦췄다
손동희 분석관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에 주목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에 대응하는 ‘개호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에 따라 총비용이 2000년 3.6조 엔에서 2024년 14.2조 엔으로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27.6조 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일본의 급여 체계다. 일본은 급여 대상을 ‘요개호(1~5등급)’와 ‘요지원(1~2등급)’으로 명확히 구분하여 운영한다. 요개호 등급은 식사나 입욕 등 일상생활에서 전적인 도움이 필요한 중증 상태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요지원 등급은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나 향후 요개호 상태로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급여’를 제공한다.
반면, 손 분석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같은 예방적 급여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 체계로 운영되는데, 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은 주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정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노인의 생활 기능 유지와 향상을 지원함으로써 요개호 상태로의 이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수치로 증명된 예방 효과, 한국형 모델 도입 시급
보고서는 일본 후생노동성의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예방적 접근의 실질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2006년 요지원 등급 신설 이후, 1,000명을 1년간 추적 관찰했을 때 요개호도로 상태가 악화하는 비율이 15.5% 감소하는 유의미한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한 개호비용 감소 효과 역시 기존 4억 9,000만 엔에서 4억 2,000만 엔으로 저하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10년간 일본의 데이터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요개호 인정자 비중은 2013년 72.2%에서 2023년 71.5%로 감소한 반면, 요지원 인정자 비중은 같은 기간 27.8%에서 28.5%로 증가했다. 이는 초기 경증 단계에서의 적극적인 개입이 중증 인구의 유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손동희 분석관은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나라도 초기·경증 단계의 관리 강화와 예방 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통합 지원 체계 구축과 부처 간 협력이 핵심 과제
손 분석관은 향후 과제로 예방적 차원의 노인 건강관리 사업과 장기요양보험 간의 연계 확대를 꼽았다. 2024년 3월 제정되어 올해부터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방적 건강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같은 기존 재정 사업과 장기요양보험이 유기적으로 연동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보험과는 별도로 65세 이상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안전 지원과 일상생활 지원을 제공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26년 본예산 기준 5,894억 원 규모로 확대될 예정인 이 사업이 장기요양보험 시스템과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 손 분석관의 시각이다.
손동희 분석관은 급속한 고령화 대응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의 협력 체계를 내실화하고, 지역 특성화 전략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단순히 돌봄 비용을 지불하는 차원을 넘어,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노인 건강관리와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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