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리대행 업무와 중개행위가 결합된 경우 공제약관의 면책조항 적용 배제해야
📢 핵심 3줄 요약
1. 대법원은 부동산 관리대행과 중개행위가 함께 이루어진 경우 협회의 공제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2. 관리대행 업무로 인한 손해를 일률적으로 면책하는 약관 조항은 중개행위가 포함된 경우 효력이 제한된다.
3. 이번 판결은 공인중개사법의 손해배상책임 보장 취지를 강화하고 거래 당사자의 보호 공백을 방지했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2026년 8월 13일, 오피스텔 소유자인 원고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5다217842)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사건은 개업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관리대행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시킨 횡령 및 편취 행위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의 공제 책임이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개업공인중개사인 제1심 공동피고가 오피스텔 소유자인 원고로부터 임대관리 등 부동산 관리대행 업무를 위탁받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중개사는 임차인들이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원고를 속여 보증금 반환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거나, 임대차 종료에 따라 반환해야 할 보증금을 횡령했다. 이에 원고 A씨는 협회를 상대로 공제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협회는 약관상 ‘부동산 관리대행 업무로 인한 손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은 해당 불법행위가 관리대행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협회의 면책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제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부동산 관리대행 업무 중 발생한 횡령도 공제 보상 범위에 포함될까?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중개행위’의 범위에 부동산 관리대행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의 중개행위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단순히 관리대행 업무라는 이유만으로 공제 책임에서 제외한다면, 공인중개사법이 강제하고 있는 손해배상책임 보장 제도의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제계약은 보증보험적 성격을 가진 제도로서 중개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거래 당사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장하기 위함이며, 대법원은 해당 약관 면책 조항이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순수한’ 부동산 관리대행 업무에 한해서만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만약 중개행위와 관리대행이 결합된 상황에서도 면책 조항을 적용한다면, 이는 공인중개사법의 규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공인중개사가 중개 업무를 개시하기 전 공제 가입을 강제하는 이유가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고 거래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협회가 임의로 보장 범위에서 특정 유형을 배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중개행위의 성격이 포함된 관리 업무 중 사고는 공제금 지급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을 결정한 법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대법원은 원심이 공제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원심은 중개사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중개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관리대행 업무의 외양을 갖추었다면 면책 조항이 우선한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중개행위와 관리대행이 중첩될 경우, 중개행위로서의 성격을 우선하여 보장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대법원은 약관 해석 시 개별 계약 당사자의 의도를 참작하기보다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특정 조항이 전체적인 논리적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관리대행 면책 조항은 중개행위가 수반되지 않은 순수 관리 업무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와 같은 판결은 과거 대법원 판례(2012. 9. 27. 선고 2010다101776 등)와 궤를 같이한다. 공제 제도가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임대인이나 임차인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다. 협회가 공제규정에 기초하여 사업을 운영하면서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는 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이번 판단의 근거가 됐다.
최청희 법무법인 CNE 대표변호사는 “약관 해석 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원칙을 적용해 협회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했다”며, “부동산 관리와 중개가 결합된 국내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실질적인 피해 구제의 길을 열어준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환송 후 원심법원이 추가로 심리해야 할 쟁점은 무엇인가?
대법원은 사건을 환송하며 광주고등법원이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할 부분을 적시했다. 중개사가 임차인들로부터 월세 전환 보증금을 편취한 행위는 중개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지만, 이미 종료된 임대차 계약의 보증금 반환을 대행하며 횡령한 행위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보증금 반환 대행 행위가 단순히 관리 업무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새로운 임대차 계약의 알선 및 중개를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에 따라 중개행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환송 후 원심은 중개사가 해당 임차인들에게 반환할 보증금을 횡령한 행위의 구체적 경위와 목적을 다시 살펴야 한다.
김진환 법무법인 지금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 행위가 단순한 관리 업무인지 혹은 새로운 임대차 중개를 위한 일환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향후 환송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중개사의 불법행위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 중개행위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부동산 관리와 중개가 밀접하게 연관된 국내 중개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중개사가 관리 업무를 병행하며 발생시키는 사고에 대해 협회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부동산 거래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피해자의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광주고등법원의 재심리 결과에 따라 공제금 지급 범위에 대한 최종적인 기준이 확정될 예정이다.

